김부겸 의원 대신 원혜영 의원, 추-송 양자대결 변화오나

윤호우 선임기자 2016. 7. 2. 17:3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더민주 8월 전대, 추 의원 보좌진 채용 구설수… 원혜영 변수로

더불어민주당의 당권 가도에 큰 변수가 생기기 시작했다. 당초 김부겸 의원이 당권에 도전하지 않겠다고 밝힌 직후 당권 도전 구도는 추미애 의원과 송영길 의원의 양자대결로 압축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최근 며칠 사이 양자대결에 균열이 생겼다. 서영교 더민주 의원의 가족 보좌진 채용이 문제가 되면서 불똥이 추미애 의원에게 튀었다. 추 의원은 6월 30일 친·인척 보좌진에 대한 소문이 돌자 “시댁 부모님의 양녀로 들어온 분의 자녀가 9급 비서로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페이스북에 올렸다. 추 의원으로서는 당대표에 도전하는 상황에서 치명상을 입었다.

여기에다 원혜영 의원이 당권 도전에 뜻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양자대결에서 새로운 변수로 부각됐다. 원 의원은 6월 30일 불교방송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당권 출마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 의원은 이날 한 친노 의원을 만나는 등 당권 도전을 앞두고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의 한 관계자는 “당 주류인 친노·친문에게도 호감이 가는 후보”라고 원 의원을 평가하면서 “86의원들과 비노 의원들에게도 광범위한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 의원의 새로운 등장은 김부겸 의원이 당권에 도전하지 않겠다고 밝힌 그 공간을 치고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추 의원과 송 의원의 양자대결로 굳어지면서 당 일각에서는 한숨을 쉬었다. 정권 재창출을 담당해야 할 더민주의 지도부 경선 흥행에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두 의원은 범주류로 분류돼 왔다. 추 의원은 문재인 전 대표의 당 대표시절 최고위원으로 문 전 대표 측 최고위원으로 분류됐다. 송 의원은 범주류의 한 축인 86의원 그룹에 속해 있었다. 다만 송 의원은 비주류의 모임인 통합행동에 참여해 범주류이기는 하지만 친노와는 거리가 있는 의원으로 분류되곤 했다.

당권 도전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추 의원과 송 의원은 당내 최대 지분을 가진 친노·친문에 우호적인 행보를 했다. 두 의원은 김종인 체제의 연장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반대하면서 주류와 첫 발걸음을 맞췄다.

추 의원은 6월 27일 전북 전주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한 평가를 하면서 “문 전 대표가 강펀치를 맞고도 1등을 하고 있다”는 우호적인 평가를 했다. 6월 30일 기자회견에서는 “악의적인 흔들기 세력으로부터 대선후보를 강단 있게 지키겠다”는 표현으로 당내 화제가 됐다. 하지만 최근 행보와 달리 추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 당시 민주당에서 노 전 대통령의 반대편에 섰던 것이 일부 주류 측에서는 여전히 못 미더운 전력이 되고 있다. 여기에다 국회 환노위원장 때 당론에 배치되는 소신을 고집한 것이 지금까지도 약점으로 거론된다. 당내 일각에서는 핵심 친노 인사가 추 의원을 돕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았지만 이 친노 인사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송영길 의원은 인천시장을 역임하면서 인천지역에서 친송(친송영길)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86그룹에 속한 데다 호남 출신이어서 당권 도전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으나 폭넓은 지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송 의원 역시 친노·친문 측에 우호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 송 의원은 6월 30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문 전 대표에 대해 “우리 당의 유력한 후보를 억지로 끌어내릴 필요가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송 의원은 친노·친문세력과의 접접을 더욱 좁히기 위해 최근 한명숙 전 대표의 면회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두 의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작 친노·친문 쪽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 이미 문재인 대표 측은 총선이 끝난 직후 원내대표 선거는 물론 당대표 선거에서도 어느 편의 입장도 들지 않겠다고 사실상 선언했기 때문이다. 당시 문 대표 측 한 인사는 “대선 출마를 앞두고 있는 문 전 대표가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는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문 전 대표가 히말라야로 떠나고 난 뒤 친노·친문 진영에서는 전당대회 흥행은 물론 당권주자들의 면면을 보더라도 비주류인 김부겸 의원이 부각되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한 친노 의원은 “당권에는 오히려 김부겸 의원이 더 적합하다고 본다”면서 “개인적으로라도 전당대회에 출마하길 권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당내 친노 인사 역시 “아마 주류 측에서는 김 의원의 출마를 기대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당내 한 인사는 “당내에 안정적인 세력을 이미 구축하고 있는 주류로서는 범주류 측 진영보다는 김 의원 같은 중도적인 인물이 대권 가도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 의원은 문 전 대표의 귀국 이전에 이미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해버렸다. 김 의원 측은 “주류 측으로부터의 제의라든지 대화는 일절 없었고, 김 의원이 고심 끝에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비주류 측은 고민에 빠졌다. 비주류뿐만 아니라 범주류·86운동권 등에까지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 김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맥이 빠져버린 것이다. 비주류의 한 의원은 “김 의원은 권력에 대한 의지가 없는 것 같다”며 “대안이 마땅치 않다”고 한탄했다. 비주류 그룹에서는 지난 5월 당 원내대표 선거에서도 김 의원을 원내대표감으로 밀었으나 김 의원을 설득하지 못했다. 이번에도 내심 김 의원을 당대표감으로 생각하고 있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한 것이다.

비주류 측에서는 당초 언급된 박영선·이종걸 의원의 출마도 불투명하다. 이 의원이 그나마 출마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지만 비주류 측 표만으로는 중과부적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진표 의원의 출마설도 돌고 있다. 당내에서는 김 의원의 선거법 위반 논란 때문에 운신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재선인 신경민 의원 역시 출마설만 나돌고 있다.

송영길 의원 측은 벌써 캠프를 구성하고 전당대회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내 선거는 대표 선거가 아닌 엉뚱한 곳에서 불붙고 있다. 최고위원회를 구성하는 대표위원에 뜻을 둔 의원들의 경쟁이 뜨겁기 때문이다. 더민주는 지난해 혁신위의 결정에 따라 이번 전당대회에서 기존의 최고위원이 아니라 권역과 세대·계층 대표위원을 뽑게 된다. 권역은 전국 5개 권역을 구분하는데, 권역에 따라 시·도당 위원장이 호선으로 맡게 된다.

때문에 각 시·도당 위원장을 차지하려는 경쟁이 벌써부터 뜨겁게 달아올랐다. 가장 대표적인 지역이 경기도다. 경기도에서는 김상희·안민석·윤호중·정성호 의원 등 3선·4선 의원들이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여기에 친노인 전해철·김경협 의원의 이름도 거론되고 있다. 인천에서는 친노인 박남춘 의원과 친송(친송영길)인 윤관석 의원이 출마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서울에서는 3선의 김영주 의원 외에도 재선급 의원들이 출마를 엿보고 있다. 한 의원 측은 “출마 등록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아 있어 지금은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세대·계층 대표위원 선출에 대한 열기도 서서히 뜨거워지고 있다. 여성, 노인, 청년, 노동, 민생 등 5개의 세대ㆍ계층·부문에서 대표위원을 각 1명씩 선출한다.

시·도당 위원장 선출뿐만 아니라 부문 대표위원 선거에서 주류와 비주류 간의 당내 갈등이 재연될지 귀추가 모아지고 있다. 김부겸 의원 측은 “더불어민주당의 의원들 면면을 보면 20대 국회는 19대 국회와 많이 달라졌다”면서 ‘때문에 주류이기 때문에 뽑아주고, 비주류이기 때문에 배척하는 그런 분위기가 아니라 누가 합리적이고 적합한 인물인가를 꼼꼼히 살펴보는 분위기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