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표시제' 시행되면 GMO유해성 논란 종식될까

정용인 기자 입력 2016. 7. 2. 17:32 수정 2016. 7. 2.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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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5월 21일 서울 광화문 광장 옆에서 열린 ‘2016년 몬산토 반대 시민행진’에 참여한 시민들이 GMO 유전조작 반대 등을 주장하며 거리 행진을 하고 있다. / 한살림서울

“…식용유, 간장 다 GM콩을 사용해서 만들고 있습니다. 만약 표시가 되게 되면 시중에 유통되는 거의 전부가 GM 표시가 됩니다. 그렇게 되면 어떤 사태가 발생할 것으로 보십니까. 광우병보다 더 심각한 사태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단상에 선 이철호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이 목소리를 높였다. 6월 27일 오후 서울대 호암교수회관. 한국육종학회, 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 한국식물생명공학회, 한국식물학회, 한국응용생명화학회 등 생명공학 관련 5개 학회가 공동주최한 행사가 열렸다. ‘농업생명공학 연구개발 위축 우려에 대한 과학계 모임’이라는 이름으로 채택된 선언문에서 이들은 “GMO에 대한 과학적 근거 없는 왜곡된 정보로 국민들의 불안감이 확대되고 있고, 일부에서는 GM작물 연구개발 중지까지 요구하고 있다”며 “정부와 국회는 이러한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여 불합리하고 잘못된 정보에 의한 오해와 불신에 대해 명확한 입장 표명과 적극적 소통을 통해 올바른 여론 조성에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계 “GMO반대, 연구개발 위축 우려”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유전자변형생물)식품 관련 논란은 오래됐다. 첫 GMO식품이 나온 1990년대 초반부터 현재진행형이다. GMO식품은 과연 안전할까. 쉽사리 결론내기 어려운 주제다.

7월 1일(현지시간) 정오 미국 버몬트주 의사당 앞. 음악회와 사진전시회를 겸한 기념식이 열렸다. 미국 최초로 GMO표시법이 이날 시행되는 것을 기념하는 행사다. 연방을 구성하는 50개 주 중 하나에 불과하지만 파장은 만만치 않았다. 미국 식품회사들이 버몬트주만 대상으로 라벨을 따로 인쇄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버몬트주 표시제 시행을 앞두고 미국의 3대 식품회사들도 표시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 상원에서는 버몬트주에 이어 전국적으로 시행할 GMO 라벨안을 두고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버몬트 알권리(Right to know) GMOs’라는 단체의 사이트에 들어가보면 이 전국 범위에서 시행될 GMO표시제 협상에 대한 비판과 반대 서명이 진행되고 있다. ‘유전자조작기술(genetic engineering)이 적용된 원료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라는 글로 표시하는 것 대신 스마트폰 QR코드로 대체하는 표시제를 상원에서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어떨까.

표시제를 둘러싼 논란은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이제 막 불붙은 양상을 보이고 있다. ‘GMO농산물, 밥상 위의 가습기 살균제 될 수도’. 지난 5월 말 <CBS노컷뉴스>의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 인터뷰 제목이다. 김 의원은 인터뷰에서 “한국 국민은 유전자조작변형농산물, 다시 말해 GMO농산물에 많이 노출돼 있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공론화 과정을 거치거나 합의에 이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한국도 불 붙은 ‘GMO표시제’ 논란

GMO농산물에 많이 노출돼 있다는 김 의원 주장은 사실이다. 정부기관(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 운영하는 한국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 웹페이지에는 유전자변형생물체(LMO·Living Modified Organism) 수입통계 자료가 올라와 있다. LMO는 생명공학기술로 새로 조합된 살아있는 생명체를 말하는 것으로 GMO보다 좁은 개념이다. LMO와 GMO를 구분하는 기준은 쉽게 생식과 번식을 할 수 있느냐다. 예를 들어 GMO 옥수수가 조리되어 통조림에 들어 있는 것이 후자라면, 곡물 알갱이 형태로 수입되는 것이 전자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수입된 LMO의 전체 물량은 1023만7000톤이다. 이 중 214만5000톤이 식품용으로 수입되었고, 809만2000톤이 농업용, 그러니까 기축 사료나 기타 가공용으로 수입된 것이었다. 이와 관련해 한국은 ‘식용GMO 1위 수입국’이라는 주장이 각종 보도에서 사실처럼 인용되지만 관련 통계를 작성하는 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에 따르면 사실이 아니다. 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 관계자는 “센터의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의 수입량을 공개하지만 다른 나라가 얼마만큼 GMO 관련 자료를 수입하는지에 대한 국제적 통계는 현재까지 존재하지 않는다”며 “한국이 1위국이라는 정보는 통계자료를 오독한 한 전문가의 추정치를 검증하지 않고 그대로 인용하며 확산된 오해”라고 밝혔다.

6월 20일 식약처는 행정예고한 ‘유전자변형식품 등의 표시기준’ 일부개정고시(안)를 “다수의 반대 의견이 접수됨에 따라 7월 20일까지 의견수렴 기간을 연장한다”고 밝혔다. 반대의견에는 김 의원 등 의원 37명이 낸 의견서도 있다. 김 의원 등은 의견서에서 “현재 고시한 표시기준에 따르면 간장, 식용유, 당류, 증류주에 대해서는 GMO 표시를 제외시킬 뿐 아니라 민간이 자율적으로 ‘GMO가 없다’는 표기까지 차단시킨다”고 밝히고 있다.

“쇠고기 이력제를 예로 들고 싶습니다. 우리가 쇠고기를 먹는다고 죽나요.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 문제가 나왔을 때, 그 쇠고기가 어떤 루트를 통해 소비자의 밥상에 올라왔는지 보여주기 위해 도입된 제도입니다. 지금도 GMO 원료가 사용되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간단합니다. 식약처에서 다 수입허가를 내주고 있거든요. 그 외의 유통경로로 들어온다면 불법입니다. 가공식품의 경우도 원재료가 어디서 왔는지 전부 확인 가능해요.” 박지호 경실련 간사의 말이다.

GMO가 들어가는 모든 식품에 완전표시제 시행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작업이 아니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현재 의견수렴 중인 개정고시안에서는 GMO 원료를 사용했더라도 최종 제품에서 유전자변형 단백질이 검출되지 않으면 GMO 표기를 하지 않아도 된다. 현재 시중에서 파는 식용유나 간장 등 대부분은 수입산 대두(콩)를 원료로 하고 있다. 다시 이 수입산 대두 대부분은 미국 등지에서 수입한 GMO 대두를 원료로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의 표시제와 개정표시제 모두 표기를 의무화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추정만 할 수 있을 뿐이다. 박 간사의 주장에 따르면 GMO 표기 반대 논리의 주축은 업계다.

“소비자 단체들의 의견도 크게 둘로 나뉘는 것으로 알아요. 알 권리가 중요하다는 쪽도 있지만 그런 표시 하나 때문에 결과적으로 비싸게 사먹게 될 것이라는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되어 왔습니다.” 식약처 수입식품정책과 관계자의 말이다. 이 관계자는 국내 회사에 대한 ‘역차별’ 문제도 제기했다. “사실 식용유에는 유전자변형 단백질이 검출되지 않습니다. 국내 회사의 경우 표시할 수 있겠지만 수입산의 경우 DNA가 없으니 검사를 해도 안 나옵니다. 결국 그 회사가 제출한 자료를 믿을 수밖에 없는데, 튀김류나 식용유를 사용해 만드는 식가공품은 외국산은 표시할 수 없고, 국내산은 무조건 표시하게 되면 당연히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겠죠.” 말을 이어가던 이 관계자는 뜻밖의 말을 덧붙였다. “의원님들이 37명이나 반대 의견서를 올렸는데, 저희가 무슨 힘이 있습니까. 문제점이 있고, 사회·경제적인 우려가 제기된다고 하더라도 해야 한다면 해야지요. 소비자 단체가 완전표시제를 해야 한다는데, 저도 개인적으로 공감하고 찬성하는 편입니다.” 추가적으로 한 달간 의견수렴 기한이 지난 후에 완전표시제 도입으로 결론 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식약처는 이 표시문제와 관련해 ‘GMO표시제도 검토협의체’라는 것을 운영해 왔다. 소비자단체 8개와 생산자단체 8개, 그리고 학계 4군데의 총 20개 단체가 참여하는 협의체다. 거기에 이번에 반대의견을 표시한 ‘한살림’과 ‘아이쿱생협’이 참여해 22개 단체가 참여해 개정고시안을 어떻게 할 것인지 협의하는 자리를 가질 것인데, 아무래도 완전표시제로 기울지 않겠느냐는 것이 이 관계자의 전망이다. 앞서 생명공학 관련 단체들이 긴급회동을 갖고 목소리를 높인 이유다. 완전표시제가 되면 GMO농산물 논란이 해소될까.

GMO 반대진영에서 자주 인용되는 세라라니 실험결과를 담은 논문. 그러나 이 논문은 게재 직후 해당 국제 학술지에서 퇴출되었다.

알 권리를 매개로 한 표시제는 결국 GMO농산물의 안전성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식재료가 살아있을 때는 생명이지만, 음식이 되면 분자(화학물질)일 뿐이에요. 철저히 분자단위로 해체되어 흡수됩니다. 모든 전분은 포도당으로 분해되고, 단백질은 20가지 아미노산으로, 지방은 글리세롤과 지방산으로 분해되어 흡수될 뿐이에요.” <식품에 대한 합리적 생각법> 저자 최낙언씨의 말이다. 전분당이나 식용유가 GM작물에서 온 것인지는 소비자의 먹거리 ‘선택’에서 전혀 중요하지 않으며, 오히려 식품회사들은 초기에는 GM 표기 때문에 당황하겠지만, 표기가 시행되면 결국 GM식재료를 사용하지 않았다며 다른 제품을 내놓고 가격만 올리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는 게 그의 지적이다. 그는 “개인적으로 단백질이 남아 있는 경우 GMO 표기를 하는 것에 100% 찬성하지만 DNA를 검출할 수 없는데도 표기를 해야 한다는 것은 과학적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실소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식용유에서 만약 DNA가 검출된다면? “그 경우는 오염된 것으로 봐야지요. 전량 수거돼 폐기돼야 하죠.” GMO가 들어 있지 않다는 것을 표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도 최근 논란이 되었던 카제인나트륨, MSG ‘무첨가’ 마케팅 논란과 똑같은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GMO 유해성 논란, 오해와 진실

단백질이 아니더라도 GMO와 관련해 남는 주제가 있다. 바로 잔류농약이다. GMO 안정성과 관련해 반대진영에서 제일 많이 언급하는 연구가 있다. 바로 프랑스 캉 대학의 세라리니(Gilles-Eric Seralini) 박사 연구팀의 생쥐실험 연구다. 몬산토가 개발한 GMO옥수수(NK603)와 같은 회사의 라운드업 제초제 독성 연구가 주제다. 세라리니 팀은 안전성 평가의 기준이 되었던 기존 90일 실험기간을 2년으로 확장해 조사해본 결과, 유전자 조작 옥수수와 라운드업 제초제를 투여한 암컷 쥐가 2~3배 더 빨리 죽었다고 발표했다. 이 논문은 국제적 학술지 <식품화학독성학(FCT)>에 2012년에 실렸다. 그런데 이 논문은 게재 후 철회(retracted)되었다. 세라리니 박사와 지지자들은 이 논문 철회 과정에 ‘전직 몬산토 직원이었던 편집위원’이 개입되었다고 주장했다. 세라리니의 논문은 <유럽환경과학>이라는 공개 온라인 학술지에 다시 실렸다. 김해영 경희대 생명공학원 식품생화학연구실 교수는 “해당 논문은 저도 검토해봤는데, 사료 섭취량도 그렇지만 실험동물 수가 너무 적기 때문에 통계처리에 적절치 않았고, 관련 국제 연구기준에 맞지 않았기 때문에 논문 철회조치는 잘못되지 않았다는 것이 학계의 평가”라며 “제초제 라운드업의 경우도 주요 성분인 글리포세이트가 지난해 WHO 산하의 국제암연구소가 2A등급, 다시 말해 발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물질로 규정했지만 그에 반박하는 연구자료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에서 식용 GMO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한국의 경우 글리포세이트 함유량에 대한 조사는, 본 필자가 아는 한 없다.” 지난해 11월 출판된 <한국의 GMO 재앙을 통곡한다>라는 책에 나오는 문구다. 오로지 돌세네라는 필명을 쓰는 한국계 미국인인 저자는 GMO 작물에 남아있는 글리포세이트가 자폐나 갑상선암, 불임 등 최근 한국에서 급증하는 34가지 질병과 높은 상관관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조사를 한 적이 없다고 책에서 쓰고 있다. 이 주장은 사실일까. 식약처의 ‘잔류물질정보’ 사이트에서 글리포세이트를 검색해보면 글리포세이트 잔류 허가기준이 나온다. 식약처 관계자는 “수입된 농산물 모두 국내기관에서 관련 검사를 하고 있으며 잔류허용치를 넘어가면 당연히 돌려보내지게 되어 있다”며 “잔류허용치 미만의 글리포세이트가 잔존하는 경우도 모두 관련 통계치는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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