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부작침] 도시프로젝트②-1 "사람이 사라진다"..텅 빈 도시

박원경 기자 2016. 7. 2.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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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 하늘을 향해 우뚝 솟은 마천루. 웅장하지만 활기가 없는 게 스산해 보인다. 영화 속 텅 빈 마을은 공포의 클리셰다. 건물은 있지만, 정작 있어야 할 게 보이지 않는다. 바로 사람이다.

군중 속에서도 고독을 느낄 수 있지만, 사람이 없으면 고독 대신 공포와 충격이 엄습해온다. 2년 전 일본 열도도 그랬다. 총무성 대신을 역임한 마스다 히로야 주도로 출간된 인구 예측 보고서 때문이었다. 일명 ‘마스다 보고서’는 현재의 출산율 수준이 지속되면 2040년에는 일본 지자체의 절반이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OECD 최저 수준의 출산율과 일본보다 빠른 고령화 현상을 보이는 우리나라도 이런 경고에서 자유롭지 않다. 마스다의 분석 방법을 차용해 추정한 결과, 2040년 우리나라의 지자체 30% 가량이 소멸할 위험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일부 지자체는 이미 인구가 급속하게 감소했고, 2040년을 상정한 이런 분석도 한가하다며 비상이 걸렸다.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은 <도시프로젝트1-힘내라 도시>에 이어 인구 감소로 비상이 걸린 지자체는 어디인지, 해당 지자체는 어떤 특징이 있는지 살펴봤다.

● 9년 연속 인구감소 지자체 40곳…발등에 떨어진 불

<SBS 마부작침>이 행정자치부의 내고장알리미(www.laiis.go.kr) 사이트를 통해 지자체 인구 변화를 살펴본 결과, 우리나라 228개 지자체 중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9년 연속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지자체는 40곳에 달했다. 전체 지자체의 17.5%에 해당되는 숫자다. 서울 노원구와 영등포구, 대구 서구, 경기 안양시 등이 포함됐다. 9년 연속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는 것은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인구 감소세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을 것임을 시사한다.

광역 지자체별로는 전남이 고흥군과 여수시 등 7곳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과 부산이 각각 6곳, 경북이 5곳, 충남이 4곳, 대구와 전북이 각각 3곳, 강원도와 충북이 각각 2곳, 경기와 인천이 각각 1곳씩 포함됐다. 광주와 대전, 울산, 경남은 해당되는 곳이 없었다. 생긴 지 얼마 안 된 세종시는 분석 대상에서 제외했다.

● 인구 감소폭 '1위 서울 노원구', 인구 감소율 '1위 부산 영도구'

2006년 대비 지난해 인구 감소량이 가장 큰 많은 지역은 서울 노원구였다. 서울 노원구는 2006년 61만 8천여 명이던 인구가 지난해 57만 4천여 명으로, 9년 새 4만 3천 여 명이 감소했다. 다음으로 대구 서구가 3만 7천 5백 여 명이 줄어 2위로 집계됐고, 부산 사상구와 영등포구도 9년 새 인구가 3만 명 이상 감소했다.

인구 감소 비율이 가장 큰 지자체는 부산 영도구로 나타났다. 영도구는 9년 새 인구가 20.4%나 감소했는데, 20%대 감소율을 보인 곳은 부산 영도구가 유일했다. 대구 서구, 부산 서구, 경북 영덕군, 전남 고흥군 등 40개 지자체 중 절반인 20곳도 두 자릿수 인구 감소율을 보였다.

지자체 인구의 감소는 사망자가 출생자보다 많거나, 전입 인구보다 전출 인구가 많아서 감소하기도 한다. 두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인구 감소 원인에 따라 대책도 달라지기 때문에 40개 지자체를 인구 감소 원인별로 재분류해 분석했다.

● '사회적 인구 감소' 심각 수준 지자체 13곳

서울 노원구, 금천구, 부산 부산진구, 대구 북구 등 13개 지자체는 9년 동안 출생자와 사망자를 기준으로 한 자연적 인구는 꾸준히 증가했다. 출생자가 사망자보다 더 많았다. 하지만, 다른 지역으로 나간 전출 인구와 해당 지역으로 들어온 전입 인구를 감안한 사회적 인구 감소폭이 더 커서 인구는 계속해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지역은 관내에서 태어나거나 전입해 온 시민이 지속적으로 거주하게 만드는 정책이 필요하다. 바꿔 말하면, 이들 13개 지역은 관내에서 태어나거나 이주해 온 사람들이 오랫동안 살기엔 매력적인 요인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집값 또는 접근성, 교육 여건, 문화 시설 등 이유는 다양할 수 있다.

13개 지역의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곳은 서울 노원구다. 서울 노원구는 2006년부터 2014년까지 자연적 인구는 계속해서 증가했다. 특히, 출생률은 분석 대상인 40개 지역 중 상위권에 포함될 정도로 우수했다. 하지만, 매년 자연적 증가분 보다 전입과 전출을 통한 사회적 인구 감소분이 자연적 인구 증가분을 압도했다. 최근 이 격차는 점차 확대 추세다.

전출 인구의 증가는 중계동 학원가를 매개로 유입된 인구들이 자녀 교육을 마친 뒤 빠져나가고, 경기도 남양주 등 신도시 건설로 젊은층이 대거 이탈되는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자녀가 고등학교를 졸업했을 연령인 45~49세, 50~54세 인구는 -2.1%와 -2.9%라는 높은 감소율을 보였다. 또, 25~34세 젊은층이 서울 외곽으로 빠져 나가는 비율이 다른 연령대 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종합하면 서울 노원구는 젊은층에겐 주거비 부담이 크고, 장년층에겐 교육 조건 외에 거주 요인이 약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인구 감소세를 반등시키기 위해 서울 노원구는 젊은층에겐 저렴한 주거여건을 제공하고, 장년층에는 교육이 아닌 다른 거주 요인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

● 교정시설 유치로 반전 꾀한 경북 청송

경북 청송은 지역 이기주의로 꼽히는 ‘님비 현상’에서 예외적인 지자체다. 청송에는 교도소가 이미 4개나 있었지만, 지난해 주민들과 지역 국회의원이 추가로 교도소 유치 운동까지 벌여 5번째 교도소 건립을 확정지었다. 이런 예외적인 현상의 배경에도 인구 감소가 자리하고 있다.

경북 청송에는 교도소 직원 가족 등 교도소 설치에 따른 전입자들이 5천여 명 정도 거주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2014년 기준, 청송 전체 인구 26,171명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교도소 건립 등으로 직원들이 관내로 이주하면서 경북 청송은 계속 ‘마이너스’를 보이던 전입 전출 인구 합계가 2011년부터 ‘플러스’로 돌아섰다.

물론, 주변에 마땅한 산업시설이 없어 젊은층 유출이 계속되면서 출생아 수는 줄어들어 전체 인구 감소는 막지 못했다. 하지만, 인구 감소 지자체들이 마땅한 대책을 찾지 못 하는 상황에서 교정시설 유치로 인구 감소 반등을 꾀하는 경북 청송의 사례는 발상의 전환이라는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 ‘자연적 인구’와 ‘사회적 인구’ 모두 감소한 26개 지자체

앞서 살펴본 14개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지자체는 '자연적 인구'를 비롯해 '사회적 인구'도 감소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할 수 있다. 경북 의성과 전남 고흥군, 경북 영덕군 등 26개 지자체가 여기에 해당된다.

가장 큰 문제는 해당 지자체의 노령화 지수가 전국 평균보다 월등하게 높다는 점이다. 현재 거주 중인 시민들을 상대로 출산을 장려하는 정책으론 인구 감소세를 반전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 지난해 경북 의성군의 노령화 지수는 전국 평균의 8배에 달했다.

해법은 외부로부터 인구를 유입시키는 수밖에 없다. 가급적 젊은 인구를 유입시킬 수 있다면 출산을 통한 자연적 인구 증가도 꾀할 수 있다. 하지만, 마땅한 방법을 찾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런 측면에서 충북 보은의 사례는 좋은 참고 대상이 될 수 있다. 충북 보은은 지난해 수년 째 감소하던 인구가 증가로 돌아섰다. 2013년부터 시작된 전입 인구 증가의 결과였다. 전입 인구 중 '귀농 귀촌 인구'가 많았는데, 2011년 183명이던 '귀농 귀촌인'은 2012년 631명, 2013년 739명, 2014년 1,102명까지 급증했다. 충북 보은군은 2010년부터 ‘귀농 귀촌계’를 신설한 이후 귀농한 도시민들에게 정착 자금과 집들이 비용까지 지원하는 등 인구 유입을 위해 군 전체가 매달리고 있다.

'끓는 물속의 개구리'처럼 인구 감소의 부정적 여파는 사람들이 감소 과정에서 체감하기 힘들다. 하지만, 인구 감소가 일정한 임계점을 지나는 순간 부정적인 여파는 회복이 쉽지 않은 상황이 된다. 전문가들은 ‘텅 빈 도시’를 보기 싫다면 현 상황을 큰 위기로 받아들이고 모든 정책 방향을 인구 증대를 위해 재설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sbs.co.kr)
박원경 기자 (seagull@sbs.co.kr)
분석: 한창진·안혜민
디자인/개발: 임송이

※ 마부작침(磨斧作針) :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뜻으로, 방대한 데이터와 정보 속에서 송곳 같은 팩트를 찾는 저널리즘을 지향합니다.          

박원경 기자seagull@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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