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엔 있고 지상파·종편엔 없는 결정적인 다섯 가지

정철운 기자 2016. 7. 2.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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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출범 5년 만에 방송콘텐츠 강자로 부상... 웰메이드 드라마와 시즌제 예능으로 차별화, MBC와 동일한 광고 단가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2012년은 지상파3사에 여러모로 역사적인 해다. MBC 170일 파업, KBS 95일 파업 속에 종합편성채널 4사가 전면에 등장했다. 2011년 12월1일 개국한 종편은 지상파 편성을 흉내 내며 노년층 시청자를 갉아먹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2009년 2%에서 2010년 14%, 2011년 38.3%를 기록했고 2012년엔 67.6%로 급증하며 보급률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지상파 영업이익률은 2011년 이후 매년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이 두 가지 사건은 고정형TV와 함께 ‘지상파3사의 시대’가 끝났음을 의미했다.

2012년 격변의 방송계 승자는 CJE&M이었다. CJE&M은 스마트폰 대중화를 통한 콘텐츠 소비패턴과 플랫폼의 변화, JTBC 등 종편 출범에 따른 지상파3사의 위기와 균열을 파고들었다. 2011년 3월 CJ미디어(방송)+온미디어(방송)+CJ엔터테인먼트(영화)+엠넷미디어(음악+공연)+CJ인터넷(게임)이 합병해 탄생한 CJE&M은 사업성이 규명되지 않은 종편에 뛰어드는 대신 tvN을 통한 콘텐츠 사업에 집중하는 방향을 택한 뒤 방송사 핵심자원인 PD영입에 사활을 걸었다.

2012년 12월 CJE&M은 KBS ‘1박2일’의 나영석PD를 영입했다. 지난해 ‘남자의 자격’ 신원호PD와 ‘성균관스캔들’ 김원석PD를 영입한 이후였다. 이들 세 사람이 5년간 tvN에서 만든 프로그램은 ‘응답하라’ 시리즈, ‘꽃보다’ 시리즈, ‘삼시세끼’ 시리즈, 그리고 ‘미생’과 ‘시그널’이었다. 2001년 KBS 입사동기 ‘3인방’은 ‘tvN 3대장’으로 불리게 되었고, 지상파 직접 수신률이 3%대로 떨어진 유료방송시대에서 CJE&M은 14개 케이블 채널을 보유한 콘텐츠 강자가 되었다.

▲ tvN 드라마 '시그널' 주연배우인 이제훈, 김혜수, 조진웅의 모습. ⓒtvN
CJE&M은 2016년 1~4월 광고매출에서 MBC(1579억원)에 이어 1345억원을 기록, 사상 처음으로 KBS(1237억)와 SBS(1150억원)를 앞질렀다. 방송통신위원회 2015년 TV시청점유율 조사에 따르면 CJ계열 PP의 점유율은 9.335%로, 주력 채널인 tvN의 경우 2014년 1.859%에서 2015년 3.66%로 점유율이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28일 발표한 CJE&M의 지난해 방송매출액은 7467억 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SBS를 앞지른 수치다. 홈쇼핑을 제외한 일반PP중 CJE&M PP의 점유율은 25.1%로 전체 PP의 방송매출 중 4분1 수준이었다.

이 같은 성장세는 tvN 채널시청률이 2014년 평균 0.6%에서 2016년 초 1.4%까지 상승하며 광고단가 성장으로 이어진 결과다. 대신증권 김회재 애널리스트는 “tvN의 금요일 오후 10시 광고단가는 2015년3월 15초당 900만원을 넘어선 이후 2016년4월 1150만원까지 완만한 상승추세이고, 이미 KBS2TV 및 MBC와 동일한 단가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해 8월 tvN ‘삼시세끼’ 정선편 광고단가는 1035만원(15초 기준)으로, 동시간대 지상파 프로그램 MBC ‘세바퀴’(1155만원), KBS2TV ‘나를 돌아봐’(1106만원)과 비슷했다.

올해 KBS2TV의 히트작 ‘태양의 후예’ 광고단가(15초)는 1320만원이었고, 지난해 tvN의 히트작 ‘응답하라1988’ 단가는 900만원~2250만원이었다. ‘응답하라1988’은 20회분 광고가 완판 되며 171억 원의 광고 매출을 기록했다. 교보증권 정유석 애널리스트는 “2015년 CJE&M의 평균 광고단가는 전년대비 54.7% 상승했다”고 밝혔다. 한국투자증권 최민하 애널리스트는 “CJE&M의 경우 금·토 프라임타임 외의 다른 시간대 단가도 점진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며 2016년과 2017년 방송 매출은 전년대비 각각 14.6%, 12% 늘어날 전망”이라고 밝혔다.

CJE&M은 애써 웃음기를 감추는 모습이다. CJE&M은 미디어오늘에 보낸 답변서에서 “2015년 기준으로 채널 평균 광고단가(15초)를 확인해보면 지상파3사 평균은 315만원으로 tvN채널평균인 약 63만원의 5배에 이를 만큼 여전히 매체력 차이는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뜻이다.

스타급PD영입하고 제작자율성 보장, 새로운 시도 독려
20-49 웰메이드 드라마와 시즌제 예능으로 차별화

“자기가 왜 이 프로그램을 하는지도 모르면서 시키면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이디어를 가져오면 일개 PD의 월권이라며 (간부들이) 말도 안 되는 작품을 편성하는 경우도 있었다. 문제가 생기면 연출PD에게만 책임을 전가했다. 유명해져도 결코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없는 구조였다.” 수년 전 CJE&M으로 이직한 지상파3사 PD의 증언이다. CJE&M 성장의 밑거름은 능력 있는 PD들의 제작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며 그들의 ‘실패’를 받아들이는데 있었다.

▲ tvN 드라마 '또 오해영'의 주인공 서현진의 모습. ⓒtvN
‘오 나의 귀신님’, ‘응답하라1994’, ‘미생’, ‘또 오해영’ 같은 성공한 드라마의 뒤에는 수많은 실패작들이 자리하고 있다. CJE&M은 실패작에 의미를 부여하고 성공작은 반복적으로 홍보했다. 수많은 장르드라마의 실패 속에 올해 ‘시그널’이란 ‘대박’이 터졌다. 60대를 주인공으로 설정하는 ‘꽃보다 할배’와 최근의 ‘디어 마이 프렌즈’ 같은 시도나 ‘삼시세끼’와 ‘응답하라’ 시리즈와 같은 시즌제 예능·드라마의 등장은 새로운 시도를 독려하는 사내 분위기가 바탕이 됐다.

tvN 드라마는 2011년 20대 로맨틱코미디물 ‘로맨스가 필요해’로 출발했다. 이후 ‘응답하라’ 시리즈에서 30대로, ‘미생’에서 40대로,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 50대로 점차 시청층을 확대하고 있다. 황성연 닐슨코리아 클라이언트서비스 부장은 “TV시청 연령대의 평균 중위값이 52세인데 tvN은 42세로 굉장히 젊다”고 전한 뒤 “tvN은 젊은층을 위한 월화 밤 11시 시간대와 가족을 위한 금토 밤 시간대 편성전략으로 젊은채널을 유지하며 시청층을 확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CJE&M의 또 다른 전략은 ‘라이징 스타’다. 스타가 탄생하면 이들이 지상파3사 예능·드라마에 출연하는 과정이 반복되고 있다. ‘응팔’의 류준열·박보검, ‘미생’의 강소라·변요한, ‘응사’의 유연석·손호준 등이 그렇다. ‘프로듀스 101’, ‘쇼미더 머니’의 스타들도 마찬가지다. ‘또 오해영’의 서현진도 tvN이 만든 스타다. ‘또 오해영’은 ‘무한도전’을 제치고 CPI(콘텐츠파워지수) 4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라이징스타가 등장하는 채널에서 시청자는 유행을 확인한다.

이는 소위 ‘막장 드라마’와 비슷한 예능포맷을 반복하는 지상파 편성과 대조적이다. 지상파의 한 드라마PD는 “이제는 우리가 도전자 입장이다. 지상파는 과거의 영광에 묻혀 노년층이 주는 당장의 실시간 시청률에 기대어 가고 있다. 젊은 PD들이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아침 연속극으로 데뷔하고 있다. 장르의 모험을 할 수 있는 tvN을 PD들이 부러워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며 “지상파 PD들 중 자신이 만드는 콘텐츠에서 희망을 보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라고 되물었다.

CJE&M의 또 하나 전략은 재방송이다. 방송은 습관인데, 본방송을 볼 수 없는 시청자가 언제든 볼 수 있게끔 주력 콘텐츠의 재방송을 여러 곳에 편성하는 식이다. 이를 두고 지상파3사를 대변하는 한국방송협회측은 CJE&M의 재방 편성이 지나치다고 비판하고 있다. 2015년 방송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지상파 본방송 비율은 KBS 2TV 71.1%, MBC 80.1%, SBS 78%로 나타난 반면 tvN 본방송비율은 16.4%로 나타났다.

이 같은 비판에 CJE&M은 미디어오늘에 보내온 답변서에서 “지상파와 달리 CJE&M은 보도·시사를 제외한 특정장르(오락, 드라마 등)만 등록방송하고 있는 유료방송사업자로 다양한 전문장르 채널을 통해 시청자 복지에 기여하고 있다”며 “일괄적으로 지상파와 tvN의 본방송 비율을 비교하는 것은 객관적일 수 없다”고 밝혔다.

tvN 등 14개 PP 거느린 CJ, 콘텐츠시장을 움켜쥐었다
CJHV인수합병 이후 SKT와 전략적 협력 가능성도

▲ tvN에서 방영예정인 드라마 '굿와이프'의 포스터. 전도연이 주연배우다. ⓒtvN
tvN은 고현정 주연의 ‘디어 마이 프렌즈’ 후속작으로 전도연 주연의 ‘굿와이프’를 예고하고 있다. ‘시그널’에선 김혜수·조진웅이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모두 영화관에서 주로 봤던 명배우들이다. 이들은 왜 지상파가 아닌 케이블을 선택했을까. 우선 출연료다. 업계 관계자들 말을 종합하면 유명 주연배우들의 경우 tvN 출연료가 지상파3사보다 높다. 지상파보다 낮은 시청률을 출연료로 보상해주는 식이다. CJ그룹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 CJE&M 드라마나 예능이 잘 되면 CJ그룹 차원에서 CF를 밀어준다. 자신들이 키워낸 스타를 광고에 활용하는 셈이다.

무엇보다 CJ그룹이 갖고 있는 CGV를 무시할 수 없다. 영화계 사정에 밝은 한 종합일간지 기자는 “배급망과 극장을 갖고 있는 CJ에서 영화관을 밀어주면 흥행이 보장된다. CGV가 안 틀면 영화는 죽는다. 드라마는 후발주자이지만 영화에서 CJ는 갑이다. 영화배우 입장에선 CJ쪽 작품을 한다는 게 큰 메리트다”라고 말했다. 이 기자는 이어 “CJ는 스타들에게 VIPS 50% 할인 같은 다양한 할인혜택이 있는 스타카드를 주고 스타를 관리하는 관리팀도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영화배우들 입장에선 소위 ‘막장’의 지상파 드라마 20부작에 출연하는 것보다 작품성이 보장되는 12~16부작 드라마에 출연하는 것이 매력적이다. CJE&M의 적극적인 홍보도 배우들에게 호감을 얻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월 CJE&M은 자사 드라마사업본부를 분리해 콘텐츠 독립제작사 ‘스튜디오 드래곤’을 설립했다. 전지현과 ‘별에서 온 그대’ 박지은 작가가 소속된 문화창고, ‘시크릿가든’과 ‘태양의 후예’ 김은숙 작가의 화앤담픽쳐스가 흡수 합병됐다. CJ에서 만든 드라마·예능을 지상파3사에 편성하기 위해 만든 일종의 완충지대다.

CJ는 CJ제일제당이 판매하는 식음료에 CJE&M이 제작한 시즌제 프로그램의 캐릭터를 곁들이며 유통과 콘텐츠를 결합하고 있다. 예컨대 ‘삼시세끼’ 중간광고에서 ‘삼시세끼’ 주인공 이서진이 찍은 CJ제일제당의 알래스카 연어 광고를 내보내는 식이다.

CJ는 자사 콘텐츠를 활용한 풋티지 광고 또한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드라마·예능의 한 장면을 광고로 활용하는 기법으로, 최근 ‘또 오해영’의 오해영 캐릭터로 호텔스컴바인 광고를 선보였다. ‘응답하라1994’에선 의자·화장품·커피, ‘미생’에선 맥주와 자양강장제 등이 CJ가 제작한 풋티지 광고로 등장했다. 배우들 입장에선 드라마 출연료 이외에도 광고와 영화흥행까지 기대할 수 있어 1석3조다.

이런 가운데 CJ는 지난해 케이블방송(SO) 가입자 점유율 1위인 CJ헬로비전을 SK텔레콤에 팔았다. 가격은 1조. CJ는 SKT와 전략적 사업협력을 예고하며 ‘콘텐츠 온리’ 전략을 선보이겠다고 예고했다. 유료방송업계가 점점 IPTV중심으로 재편되는 상황에서 SKT-CJ헬로비전 인수합병은 CJE&M이 더욱 강력한 MPP로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예측이 많다. 모바일IPTV가 차세대 플랫폼으로 떠오르는 가운데 SKT-CJHV 연합은 지난 3년간 1600억 원의 제작비를 줄인 지상파3사에게 ‘고난의 행군’을 예고하고 있다.

물론 CJE&M의 앞날도 탄탄대로인 것은 아니다. 우선 CJ는 보도편성을 할 수 없는 ‘핸디캡’을 갖고 있다. 언제든 사주가 지상파·종편으로부터 집중포화를 받을 경우 손 쓸 방법이 없어 사세 확장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2012년 대선 시기 등장했던 ‘여의도텔레토비’ 같은 사회풍자 장르를 할 수 없는 점도 한계다. ‘프로듀스101’을 비롯한 각종 프로그램에서 논란이 쌓이고 있는 점도 전반적인 채널이미지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CJE&M 제작자들의 제작환경을 발전시킬 노동조합이나 협회가 없는 점도 장기적인 불안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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