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이 좋고 매부 좋고' 기초의회 볼썽사나운 감투 나눠먹기(종합)

2016. 7. 2. 09:1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모든 의원의 간부화'..7∼8명 의원 누구나 의장·부의장·위원장 4년 임기 중 특위위원장 10번 이상 맡기도.."위원회 폐지, 본회의 중심 운영 필요"
한 기초의회 출입문[연합뉴스 자료사진]

'모든 의원의 간부화'…7∼8명 의원 누구나 의장·부의장·위원장

4년 임기 중 특위위원장 10번 이상 맡기도…"위원회 폐지, 본회의 중심 운영 필요"

(전국종합=연합뉴스) "당선되면 한 식구…좋은 건 나눠 가집시다"

기초의회는 규모만 작을 뿐 지역에서는 국회와 같은 기능을 수행한다. 조례를 제정하고, 지방정부를 감시하고, 예결산 승인권을 가진다.

기초 의원들에게 주어지는 기본 권한과 혜택도 생각보다 훨씬 크다.

하물며 의장, 부의장, 각 위원장을 꿰찬 의원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의장은 연간 2천500만∼3천만 원 안팎, 부의장은 1천200만∼1천500만 원가량의 업무추진비를 쓸 수 있다. 상임위원장에게는 1천여만 원, 심지어 연중 몇 달만 활동하는 특위위원장에게도 수백만 원이 배정된다.

상임위원장 이상에게는 별도 사무실이 주어지고, 의장은 전용차에 비서까지 둔다.

의원들에 대한 영향력을 비롯한 의정활동 주도권, 의전 등 눈에 안 보이는 혜택도 만만치 않다.

웬만한 지역 행사 때는 '000 의장님, 000 위원장님 참석하셨습니다'란 소개가 빠지는 법이 없다. 감투만 맡으면 인지도 상승은 따 놓은 당상이다. 차기 선거에서도 유리하게 작용하는 건 당연한 이치다.

요즘 후반기 의장단 구성을 앞두고 지방의회마다 치열한 감투싸움이 벌어지지만, 군(郡) 단위 소규모 의회는 사정이 좀 다르다.

의원 수가 몇 명 안 되다 보니 경쟁보다는 '전 의원의 간부화'를 위한 나눠먹기식 자리 배분에 초점이 맞춰진다.

의원 수가 7명뿐인 충북 단양군의회에는 여러 개의 특별위원회가 있다.

상임위를 따로 두지 않는 대신 공유재산관리계획심사특위, 조례안심사특위, 예결산특위, 행정사무감사특위, 주요 사업장 현장점검 특위를 뒀다.

의장, 부의장에 특위위원장까지 합치면 감투가 모두 7개로 의원 수와 똑같다.

의장을 제외한 의원 6명이 돌아가며 특위위원장을 맡다. 선출 방식은 순번제다. 예결특위만 빼고 나머지 특위는 '가 선거구'→'나 선거구', 이름 순서(가나다)로 차례로 돌아간다.

한 해에 열리는 특위가 20∼30회에 달해 의원 1명이 1년에 적어도 3번 넘게 위원장을 맡는다. 4년 임기 동안 누구나 10번 이상은 위원장을 지낼 수 있다는 얘기다.

7명으로 구성된 증평군의회는 전반기에 우종한 의장을 비롯해 6명이 감투를 썼다.

장천배 의원은 부의장과 산업건설위원회 부위원장을 겸하고, 연종석 의원은 기획행정위원장, 이동령 의원은 산업건설위원장, 박석규 의원은 예산결산위원장을 맡았다.

김태우 의원도 기획행정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아 '무보직 의원'은 윤해명 의원뿐이었다.

8명 규모의 괴산군의회도 의장, 부의장 말고 운영행정위원장, 산업개발위원장, 환경보존특별위원장, 예산결산특별위원장, 주요 건설사업장 현지조사특별위원장을 뒀다.

전반기에 별도 직책이 없는 의원은 홍관표 의원(무소속)이 유일했다. 홍 의원은 6대 후반기 의장을 지낸 점을 고려해 보직을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임위 간사 자리도 2개나 돼 마음만 먹으면 의원 전원이 감투를 쓰는 일도 가능하다.

지역이 좁다 보니 '회전문식 감투 배정'도 자주 눈에 띈다.

전북 임실군의회는 의원 8명 중 4명이 의장, 부의장, 산업건설위원장, 운영행정위원장 등 의장단과 상임위원장 자리를 번갈아 맡는다.

문홍식 의장과 신대용 부의장은 6대 전반기 의회에서 나란히 부의장과 의장을 지낸 뒤 7대 전반기 들어 서로 자리만 맞바꿔 연이어 의장단을 장악했다.

의원 7명인 무주군의회도 과반수인 4명이 의장, 부의장, 운영행정위원장, 산업건설위원장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작은 의회라고 자리다툼이 없는 건 아니다.

위원장과는 한 차원 격이 다른 의장단 자리를 놓고는 볼썽사나운 싸움도 종종 벌어진다.

단양군의회는 다수당인 새누리당 내부에서 전반기 의장단인 이범윤 의장과 조선희 부의장이 오는 5일로 예정된 의장단 선출을 앞두고 오영탁 의원 등과 갈등을 빚고 있다.

새누리당 의원 5명 중 3명은 오 의원을 의장 후보로 내기로 의견을 모았지만, 후반기 의장을 희망하는 조 부의장은 이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며 이 의장은 한 발 빼고 관전하는 모양새다.

의석수가 8개인 보은군의회는 행정운영위원회와 산업경제위원회를 두고 있어 재적 의원의 절반이 의장단과 상임위원장을 맡는다.

보통 전반기 감투를 썼던 의원이 후반기에는 양보하는 형태로 자리를 안배하는데 이번에는 이런 관행이 깨져 자리다툼이 불가피해 보인다.

더민주 소속 의원들도 "전반기 보직을 새누리당이 독식했으니 후반기에는 전통과 관례에 따라 우리에게 양보해야 한다"며 상임위원장 2석을 요구하고 있다.

옥천군의회도 의원 8명이 전·후반기로 나눠 의장단과 상임위원장 감투를 맡는 게 관례였지만, 이번에는 다수당(5석)인 새누리당 내분으로 의장 싸움이 벌어지면서 민주당(2석)과 무소속(1석) 의원까지 뒤섞여 자리싸움을 했다.

결국 부의장은 민주당에 돌아갔고, 상임위원장 두 자리는 새누리당 의원들이 가져갔다.

한 새누리당 의원은 "후반기 의장단 선출을 둘러싼 자리다툼이 치열했던 만큼 적지 않은 후유증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기초의회의 이런 감투 나눠먹기는 합리적 의사결정을 방해할 뿐 아니라 집행부 견제 기능에도 지장을 초래한다.

이런 이유를 들어 소규모 기초의회는 소분과위원회 운영을 없애고 본회의 중심 운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명지대 임승빈 교수(행정학)는 "의원들이 10명 안팎인 기초의회는 당선만 되면 소속 정당을 떠나 모두 한 가족이나 동지 관계가 된다"며 "위인설관 식 위원회를 폐지하고 전체 회의로 운영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임 교수는 "규모가 작은 기초의회는 보는 눈이 적기 때문에 본연의 감시 기능에 소홀해질 가능성이 크다"며 "운영 단위를 넓히고 의장, 위원장에게 지나치게 집중된 권한도 분산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병기 홍인철 심규석 전창해 공병설 기자)

kong@yna.co.kr

☞ 미네소타 구단, 박병호 마이너리그행 공식 발표
☞ '또 오해영' 서현진 "키스나 스킨십 연기 NG 없었다"
☞ '멋진 셀카 욕심에…' 페루 마추픽추 91m 절벽서 추락사
☞ '70대 노인도, 10살 아이도'…묻지마 폭행 30대女 구속
☞ 신혼여행 다녀온 신부 뒤를 눈치 못 채게 졸졸…"잡았다"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