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의 꽃 '대법관'..국민 누구나 '천거' 가능하다고 ?

유동주 기자 2016. 7. 2.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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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 리포트][대법관으로 가는 길]①개인·단체 누구나 20년이상 법조경력자 천거 가능..실제론 대법원이 주도적 결정

[머니투데이 유동주 기자] [[the L 리포트][대법관으로 가는 길]①개인·단체 누구나 20년이상 법조경력자 천거 가능…실제론 대법원이 주도적 결정]

양승태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상고심을 심리하고 있다./사진=뉴스1

대법관 제청대상 후보군이 34명으로 압축되면서 오는 9월 임기가 만료되는 이인복 대법관의 후임자 임명절차에 법조계는 물론이고 국민적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법원은 천거(薦擧)된 34명의 명단을 지난 6월24일 공개하고 7월6일까지 후보들에 대한 의견제출을 받고 있다.

이러한 공개적 의견 수용은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그전까진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공개검증이 없어 문제라는 지적이 계속됐다. 특히 지난해 1월 박상옥 대법관 추천과정에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수사검사 경력이 걸러지지 않아 부실검증 논란이 있기도 했다.

후보군 명단 공개를 통해 전 국민에게 의견을 묻고 수용하겠다고 나서 절차적 투명성을 보완하려 노력한 셈이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실제론 아는 사람만 한다는 대법관 후보 '천거'… 왜? 후보 명단 공개와 의견제출이란 절차는 지난해부터 시작됐지만 그 전(前)단계인 '천거'는 개인이나 단체 누구나 할 수 있게 돼 있었다. 대법관 후보 천거는 주로 대한변호사협회, 지방변호사회, 시민단체
, 민변, 법원노조 등이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실제로는 국민 누구나 천거할 수 있다. 대법원 홈페이지 공고를 통해 서식에 맞춰 제출하기만 하면 된다. 후보군에 대한 의견제출도 마찬가지다. 간단한 의견서 서식을 기간내에 접수하기만 하면 된다.

(대법원 제청후보자 의견제출 안내 페이지: http://www.scourt.go.kr/portal/news/NewsViewAction.work?currentPage=0&searchWord=대법관&searchOption=&seqnum=875&gubun=3)

다만 제도가 널리 알려지지 않아 개인이 천거하거나 의견을 제는 경우는 드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누가 천거했고 의견을 제출했는지는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규칙'에 의해 비공개다.

◇'대법관 후보군≠훌륭한 법조인'…'정치적' 천거 논란되기도 작년에 이어 올해 명단이 공개되면서 후보들을 둘러 싼 풍문도 돌고 있다. 일부 인사의 경우 소위 '대법관급(及)'으로 보기 힘들다는 얘기다.

일각에선 천거제도의 '개방성'도 오히려 문제란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현 제도상에선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경력 20년 이상의 45세 이상 법조인을 천거해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게 할 수 있다. 자천(自薦)은 불가능 하지만 타천(他薦)에는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올해도 일부 변호사단체 등이 '사법시험폐지와 로스쿨' 논란을 고려해 정치공학적 의도로 추천했다는 평도 나온다. 변호사업계 현안이 대법관 후보 천거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후보 제청과정을 잘 모르는 이들에겐 누군가에 의해 천거돼 대법관 후보군에만 오른 것만으로도 법조인에게 큰 의미가 있는 것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실제론 그렇지 않다. 최소 20년 이상 경력 법조인들이기 때문에 대부분 법조경력으로는 일정 수준에 오른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천거된 후보군 전부가 대법관에 어울릴 인물은 아니란 얘기다.

대법원 법원행정처의 대법관 제청절차 관련 담당자는 머니투데이 더엘(the L)과의 통화에서 "천거가 들어온 후보들에 대해선 결격사유가 명백하지 않은 경우엔 모두 후보군에 포함한다"고 답했다. 다만 천거돼도 본인이 심사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에만 명단에서 빠진다.

과거엔 외부에서 천거된 후보들과 대법원에서 자체적으로 올리는 후보들이 합해져 후보추천위 심사대상에 올랐다. 그런데 올해 천거된 후보군에 이미 법원 내부 천거가 포함돼 있다. 따라서 현재 공개된 34명 중에서 대법관이 나온다.

대법관 임명 절차 흐름도/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

◇천거과정은 '비공개'-명단은 '공개'…과거 변협·서울지회 '공개천거' 하기도 지난해엔 변협이 후보를 천거하면서 명단을 공개해 논란이 있었다. 당시 변협은 민일영 전 대법관 후임 후보자로 강재현 변호사와 김선수 변호사를 천거했다. 변협은 후보추천위 규칙의 '비공개' 규정을 어기고 천거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두 변호사를 후보로 천거했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했다.

따라서 두 변호사는 대법원에서 거르는 절차가 없는, 의견제출 대상 후보군
명단에는 포함됐지만 실제 후보추천위 심사대상에는 강재현 변호사가 제외됐다. 김선수 변호사는 문제를 일으킨 변협 외에 다른 천거인에 의한 천거가 중복돼 심사대상자엔 포함됐다.

논란이 되진 않았지만 2014년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당시 양창수 대법관 후임 임명절차에 앞서 김주영·김선수·이재홍 변호사를 천거했다고 공개했다. 셋 중 김주영 변호사는 나승철 당시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이 근무했던 로펌의 대표였다.

나승철 변호사가 2009년 공익법무관을 마치고 처음 들어간 로펌이 김주영 변호사가 대표로 있던 법무법인 한누리였다. 나 변호사는 2013년 초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당선 직후 어느 인터뷰에서 "과거 장하성 교수와 소액주주 운동을 같이 했던 김주영 변호사에 대해 듣게 됐고 김 변호사를 역할 모델
삼아 그가 대표로 있는 한누리에 지원해 채용됐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4월 총선에 출마했던 서울지회 사무총장 출신 변환봉 변호사도 당시 한누리에서 나 변호사와 함께 근무했다. 그들은 ELS 시세조종 사건 등 여러 건에서 대표였던 김주영 변호사와 같이 담당 변호사로 일했다.

대법원 입장에선 변협·서울지회 등의 천거도 일반 개인의 천거와 다를 바 없이 취급하고 있다. 변호사단체의 추천이라는 의미외엔 '구속력'을 갖는 게 아니다. 그럼에도 변호사단체는 이익단체 입장에서 법원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위해 지속적으로 후보들을 자체적으로 선정해 천거하고 있다. 올해도 회원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추천을 받아 자체적으로 천거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후보군 중에서 제청인원의 3배수를 고르는 과정과 근거
도 '비공개'인 탓에 비판을 받지만, 변호사단체의 추천 후보 선정과정도 같은 비판을 받는다. 변호사회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형태로 추천을 받긴 하지만 추천이 들어온 법조인 전부를 천거하지 않고 자체 논의를 통해 후보군을 압축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회원들의 추천이 누구에게 얼마나 몰렸는지에 대한 자료는 내놓지 않고 있다. 때문에 변호사단체가 회원들의 실제 의사를 추천 후보에 반영했는지에 대해 검증이 안 되고 있다.

◇공개냐 비공개냐…시민단체 "천거도 공개하자" 대법원이 국민 천거과정을 거치고 명단도 공개하고 있지만 시민단체나 정치권의 요구수준은 더 높다. 참여연대는 대법관후보추천위 절차의 투명성을 촉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후보추천위 규칙을 개정해 회의내용과 절차, 천거인과 피천거인 모두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규칙 제6조에는 "천거는 피천거인의 학력, 경력 등 주요 인적사항 및 천거사유 등을 명시하여 비공개로 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개인·단체가 의도를 갖고 특정인을 밀기 위해 여론전을 펼치는 등의 부작용을 막기 위한 것이다.

실제로 변협·서울지방변호사회 등 변호사단체들과 시민단체들이 추천 후보를 널리 알려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기도 했다. 대법관 인선 과정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에 대법원이 후보군을 공개하기로 방침을 바꿨지만 여전히 그 전 단계인 '천거 과정'은 비공개를 유지하는 이유다.

◇'들러리 우려'·'신상털기' 청문회에 본인 고사도 상당수 이번 제청절차에서 소위 '국민 천거'를 통해 들어온 피천거인은 56명이었다. 그중 22명이나 고사해 34명만 공개됐다. 천거된 인원 중 40%나 대법관후보추원위원회 심사에 '부(不)동의'했다.

'판사의 꽃'이라는 대법관이 된다면 '가문의 영광'이지만 최종 임명될 가능성이 희박한데 들러리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명단 공개와 의견 제출 절차만으로도 부담을 느끼는 경우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추후 국회 임명동의 과정도 난코스다. 최근 국회 인사청문회는 '신상털기'식이라는 비판이 나올만큼 사소한 흠이라도 발견 못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논문표절 논란이나 재산과다형성, 병역 등 단골 소재만으로도 대부분의 청문대상자가 걸려들고 있다.

대법관 제청을 위한 천거 및 의견제출 서식/ 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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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주 기자 lawmak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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