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작은 결혼식', 막상 하려면 비용에 '허걱'

박동해 기자 2016. 7. 2.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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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규모 예식장 오히려 비싸..저렴한 곳 1년 전 예약 "결혼 문턱 낮추기 위한 공공 예식장 지원 확대돼야"
자료사진/뉴스1 © News1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또다시 다가오는 결혼의 계절 가을을 앞두고 예비부부들은 여름의 뜨거움도 잊은 채 결혼 준비로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오는 9월3일 결혼식을 앞둔 직장인 김모씨(28)는 고민이 많다. 결혼식 자금을 생각하고 주택자금에 1000만원을 더 보태 대출을 받았지만 계산해 보니 결혼식 비용은 이미 1000만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식장, 밥값, 드레스, 메이크업 그리고 신혼여행까지. 결혼식을 앞두고 돈 들어갈 곳만 남아 있는 김씨의 걱정은 늘어만 간다. 싸게 한다고 했는데 어느새 비용은 눈덩이처럼 늘어났다.

하지만 결혼식 비용 부담은 김씨만의 고민은 아니다. 결혼컨설팅 업체인 '듀오'가 최근 2년 이내 결혼한 신혼부부 1000명(남성 504명, 여성 49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6 결혼비용실태보고서'에 따르면 평균 결혼비용은 2억7420만원에 이른다.

이 중 주택마련 자금을 제외한 결혼식 비용만 해도 평균 8246만원이다.

이런 과도한 결혼 비용에 대한 부담을 덜어보고자 예비부부들이 택한 것이 바로 '작은 결혼식'이다. 초대하는 사람과 식장 규모를 줄여 아기자기하면서도 특색있는 결혼식을 하는 것이 작은 결혼식의 핵심이다.

하지만 모든 신혼부부들이 꿈꾸는 작은 결혼식으로 가는 길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

◇작지 않은 '작은 결혼식'

지난해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실시한 인식조사에 따르면 성인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10명 중 9명은 작은 결혼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인식이 작은 결혼식을 선호하는 쪽으로 바뀌면서 많은 예비부부들이 작은 결혼식을 원하고 시도한다.

유치원교사 이모씨(40·여)도 결혼을 결심한 초기에는 특색있고 예쁜 '작은 결혼식'을 꿈꿨다. 하지만 이씨는 곧 현실적인 면이 부딪히고 말았다. 결국, 비용이 문제였다.

이씨는 "작더라도 의미 있는 결혼식을 하고 싶었는데 의외로 비싼 곳이 많았다"라며 "이름은 작은 결혼식이었지만 사실 '럭셔리 결혼식'이었다"라고 말했다.

적절한 가격의 좋은 시설을 갖춘 작은 결혼식장들은 이미 6개월에서 1년 정도 전부터 예약이 차 있어 사용하기 힘들었다.

그는 열심히 예식장을 찾아봤지만 쉽게 볼 수 있는 청담동, 강남의 작은 결혼식장들은 일반 예식장보다 오히려 사용료가 비쌌다.

어렵게 홀 대여료를 받지 않는 결혼식장을 찾아가도 '추가비용'이 문제였다.

이씨는 "무슨 서비스 추가도 해야 하고 꽃도 생화를 놔야 한다고 하고, 그렇게 하나씩 서비스 상품을 넣게 된다"며 "식장에서 그런 게 좋다고 말하는데 '저희는 이것만 할게요'라고 이야기 하기가 힘들었다"라고 말했다.

작은 결혼식이 경제적으로 부담스러운 이유는 회수하지 못하는 축의금 문제도 있었다.

올해 3월 새신랑이 된 이모씨(28)는 "소위 말하는 '작은 결혼'은 진짜 가족끼리 하지 않는 이상 더 비용이 많이 든다고 들었다"며 "사실 일반적으로 결혼식을 하면 축의금을 통해 결혼비용은 보전되지만 작은 결혼식으로 하객이 줄면 그것도 힘들다"라고 말했다.

◇럭셔리 작은 결혼식 아닌 실속있는 약소한 결혼식

이런 상황에서 예비부부, 신혼부부들은 '작은 결혼식'이 아닌 '약소한 결혼식'을 선택했다고 말한다.

결혼식을 약소하게 치르는 것의 핵심은 불필요한 '예물·예단' 없이 결혼식을 치르는 것이라고 신혼 부부들은 입을 모았다.

앞서 듀오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예물, 예단 등 '예식 외 비용'은 평균 5821만원에 달한다.

또 지난해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전국 20~50대 기혼남녀 172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결혼비용 중 가장 아까운 비용으로 남성 23,1%, 여성 35.2%가 '예물·예단'을 꼽았다.

그래서 오는 12월 결혼을 앞둔 직장인 오모씨(29)도 "예물·예단 등 결혼식 외에 불필요한 부분을 전부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그래도 여전히 결혼식 자금이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다"라고 심정을 털어 놓았다.

오씨의 말처럼 아무리 결혼비용을 줄이려고 노력해도 청년들에게 결혼식은 부담스러운 것이 현실이다.

결혼식을 두 달여 앞둔 김씨는 "결국 돈이 없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부모님들의 지원이 있었지만, 이제는 당사자들이 알아서 해야 하는 분위기"라는 게 결혼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삼포세대'의 자화상이다.

◇정부 "작은 결혼식 계속 지원해 나갈 것"

이런 예비부부들의 결혼비용 부담을 덜어주고자 정부도 2014년부터 작은 결혼지원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여성가족부에서는 현재 청와대 사랑채 공간을 작은 결혼식을 위해 무료로 제공하고 있으며 올해는 총 20쌍의 커플이 선정돼 결혼식을 올리게 됐다.

올해 7월부터 서울, 부산, 대구 지역 등의 공공시설 예식장을 선정해 재능 기부 형식의 무료 결혼컨설팅도 계획하고 있다.

여가부는 오는 10월쯤 작은 결혼 박람회를 열 예정이다. 박람회에서는 작은 결혼식을 소개하는 전시 및 체험 활동이 계획돼 있으며 결혼식을 직접 준비하는 예비부부들을 위해 작은 결혼 노하우를 설명하는 프로그램도 진행될 예정이다.

여가부에서 시행하고 준비 중인 작은 결혼식 관련 자료들은 '작은결혼식정보센터'의 홈페이지(www.smallwedding.or.kr)를 통해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여가부 관계자는 "요즘 청년들이 비용문제로 결혼을 늦추고 있다"며 "결혼의 문턱을 낮추자는 의미에서 작은 결혼식을 지원하고, 부담 없는 혼례문화 도입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potg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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