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소변처럼 참을 수 있는거 아냐?".. 생리 모르는 남자들

김수경 기자 2016. 7. 2.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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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한 번이라고 해서 하루면 끝나는 줄 알기도.. 성교육 시간에 배우지만 남학생들은 관심 없어.. "성 의식 자체가 없는 것"

지난 17일 회사원 송지혜(30)씨는 남자친구 이모(33)씨로부터 황당한 소리를 들었다. 주말에 1박 2일간 여행을 가기로 했는데 송씨가 "생리를 시작해서 여행 가기 어려울 것 같다"고 했더니 이씨가 "그거 하나 못 참느냐"며 화를 냈기 때문이다. 송씨가 "참을 수 있는 게 아니다"며 설명을 했지만, 이씨는 도리어 "몸 조절 하나 못 하느냐", "여행 가기 싫어서 핑계 대는 것 아니냐"고 쏘아붙였다. 송씨는 "서른 살 넘은 남자친구가 생리를 소변처럼 참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가임 여성이 한 달에 한 번 겪는 월경(月經)에 대해 무지한 남자들이 늘고 있다. 월경을 '참을 수 있다'거나 '소변 볼 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나 4~7일에 달하는 월경 기간을 하루면 끝나는 것으로 잘못 아는 경우도 많다. 교육계에서는 "학교 생물 교육이 전반적으로 빈약해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지적한다.

고등학교 2학년 심모(17)양은 같은 반 남학생으로부터 "생리대 교환을 집에서 해야지 왜 학교까지 와서 하느냐"는 '무식한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심양이 "집에서도 하고 학교에서도 하는 것"이라고 했더니 그 남학생은 "아침에 하고 나오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한다.

회사원 박모(28)씨는 "어제부터 생리 시작해서 만나기 힘들다"는 여자친구 말에 "어제 시작했는데 왜 아직까지 하느냐"고 대꾸했다가 여자친구로부터 헤어지자는 이야기를 들었다. 박씨는 "한 달에 한 번 몸에서 피가 난다고 해서 하루면 끝나는 줄 알았다"며 "남중·남고를 졸업하고 여자 형제가 없는데 남자인 내가 어떻게 그런 걸 알 수 있느냐"고 말했다. 서울 한 중학교 보건 교사는 "한 남학생은 TV 광고에서 생리대가 파란 액체를 흡수하는 장면을 보고 생리혈이 파란색인 줄 알았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여성의 몸과 사람의 생식은 중학교 3학년 과학 교과서에 처음 등장한다. '생식과 발생'이라는 단원 마지막 부분에서 '사람의 생식과 발생'을 배운다. 생식기관부터 임신과 출산까지 사진을 포함해 8페이지 안팎이다. 고등학교 1학년들이 배우는 과학에서도 '생명의 탄생' 단원에서 생식을 배우지만 임신했을 때 호르몬 변화 등을 주로 다룬다. 이후엔 생물을 선택하지 않으면 해당 내용을 학교에서 배울 길이 없다. 교과서로 배울 수 있는 내용에 한계가 있는 셈이다. 한 중학교 과학과목 담당 교사는 "정자와 난자가 만나서 착상하면 임신이 된다는 식으로 학생들에게 최대한 담백하게 수업하려고 한다"며 "짓궂은 아이들에게 구체적으로 설명하다간 수업을 제대로 할 수 없고, 성교육 시간이 따로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성 상담센터 '푸른아우성' 상담가 이정우씨는 "중·고등학교 성교육 수업을 자주 가는데 생리 주기나 호르몬 부분을 설명할 때는 학생들이 '핵노잼(재미 없다는 뜻)'이라며 흥미를 갖지 않는다"고 했다. 이씨는 생리를 모르는 남성들에 대해 "성 의식 자체가 없다는 것"이라며 "아이들이 사실상 음란 동영상으로 성에 대해 알게 되다 보니 자극적인 것만 원하고, 여성과 남성의 차이를 알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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