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추적] 심야 불 꺼진 '깡통 시내버스' 운행..왜?

유지향 2016. 7. 1.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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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심야시간대 불을 끈 시내버스가 '유령버스'처럼 도심을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이른바 '깡통차 운행'이라는 건데요,

자치단체가 버스회사에 보조금을 주는, 버스 준공영제에 이유가 있었습니다.

무엇이 문제인지 유지향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막차 운행이 끝난 자정 무렵, 불꺼진 시내버스가 인천 도심을 달립니다.

회사 차고지로 직행하지 않고 노선을 따라 도는 버스, 승객들이 손을 흔들어도 안 태우고 그냥 지나칩니다.

<인터뷰> 운전기사 A씨(음성변조) : "(손님을) 태우게 되면 이 시간에도 차가 운행을 하는구나 인식을 하게 될 것 아니에요. 그러니까 아예 시간 지나면 안 태우고..."

또 다른 버스가 종점에 도착한 시각은 새벽 1시 41분, 막차 운행이 끝난 뒤 차고지까지 10분 안에 갈 수 있었지만 두 시간 동안이나 같은 길을 한 바퀴 더 돌았습니다.

<인터뷰> 운전기사 B씨(음성변조) : "하루 종일 길에서 시달리고 사람한테 시달리고...(새벽 운전) 하고 싶은 사람이 어디있겠습니까? 회사에서 하라고 하니까 할 수 밖에 없었던 거죠."

기사들 사이에 '깡통차 운행'이라고 불리는 이같은 빈 차 운행을 하는 이유는 뭘까?

세금으로 운영비를 보전해주는 버스준공영제의 허점 때문입니다.

노선별로 정해진 1일 운행거리를 채워야 버스 1대당 50~60만 원을 기준으로 지자체가 버스회사 적자를 보전해주는데, 버스가 고장나는 등의 이유로 회사가 운행거리를 다 못 채우자 기록을 조작하는 겁니다.

<인터뷰> 버스기사-회사 간부 통화 녹음 : "그렇게 운행을 해도 되는겁니까? (근데 지금 운행횟수가 너무 많이 빠져 있어, 우리...)"

<인터뷰> 박상천(민주버스노조 위원장) : "(깡통차 운행 비중은) 한 회사를 놓고 보면 최소한 2-3대가 하는데, 그걸 계산해보면 10% 정도 되는 거예요."

지난해 7월 인천시 감사에서도 막차 시간을 어긴 빈 차 운행은 "운송질서 위반"이라고 지적됐지만 개선된 건 없습니다.

이에 대해 버스회사는 오히려 기사들에게 책임을 돌립니다.

<인터뷰> OO운수 관계자(음성변조) : "(기사들에게) 빨리 가라, 시간 맞춰서 가라고 말하는 건 당연하잖아요. 얘기하는 과정에서 그렇게 얘기한거지 (깡통차 운행) 그걸 돌라고 얘기한 건 아닐거라고..."

실시간 운행기록이 버스 단말기에 저장돼 인천교통공사 컴퓨터 서버로 전송되지만 버스회사들은 단말기 고장 등을 이유로 대며 깡통차 운행을 기록으로 인정받습니다.

<인터뷰> 인천시 버스정책과 관계자 : "지난달 사례를 보니까 2백건 정도가 막차 시간 위반으로 뜨는 거예요. 그 중 50%는 이의신청을 받아서 반영해주고..."

인천 버스준공영제 참여업체는 32개 회사, 버스는 1860여 대나 되지만 감시인력은 3명에 불과합니다.

지난해 인천시가 업체들에 지원한 예산은 570억 원, 허술한 감시 속에 세금이 줄줄 새고 있습니다.

현장추적 유지향입니다.

유지향기자 (nausika@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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