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소녀가 '지옥의 5년' 헤맬때.. 22명은 웃고 있었다

입력 2016. 7. 1.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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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생 22명, 여중생 성폭행' 그후..

[동아일보]
“기억나지 않는다.”

30일 서울북부지법에서 열린 2011년 서울 노원구 초안산 여중생 2명 집단 성폭행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에 대한 A 씨(20)의 구속영장 실질심사. 공범 중 이미 구속영장을 받은 3명을 제외하고 A 씨의 구속 여부를 판단하는 자리였다. A 씨는 법정에 서기 전에 국선 변호사에게는 집단 성폭행에 대해 “(범행 사실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사선 변호사로 바꾸고 법정에 선 뒤에는 “피해자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 범행 밝혀져도 진심 어린 반성 없어

성폭행 피의자 22명은 죄를 뉘우치기는커녕 뭐가 잘못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경찰 수사에서 “당시 그렇게까지 큰 잘못이었는지 몰랐다” “피해자가 그렇게 충격을 받았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유치장을 찾아온 지인과 대화할 때 자세도 마찬가지였다. 죄를 지어 유치장에 들어왔다는 인식도 없는 듯 지인과 함께 웃는 소리가 밖에서도 들렸다. 피해자에 대한 진정한 미안함이나 범행에 대한 반성도 없었다. A 씨가 갑자기 태도를 바꾼 것은 진짜 미안해서가 아니라 형량을 낮추기 위해 의도적으로 진술을 바꿨을 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달리 피해자들은 사건 이후부터 4년 넘게 줄곧 고통스러운 생활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후 피해자들은 집 바로 앞 슈퍼에 나가는 것도 부담스러워할 정도로 외출을 꺼린 채 두려움에 떨며 집 안에서만 생활해 왔다. 가해자들이 대부분 근처에 살아 마주칠까 겁이 났던 것이다. 보복이 두려워 경찰이나 학교에도 사건을 털어놓지 못하고 혼자서만 마음을 졸였다. 다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했지만 피해자 한 명은 아예 학업을 중단했다.

가해자들의 삶은 이와 확연히 달랐다. 지금까지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피해자들과 달리 가해자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자전거 여행을 하고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여자친구와 데이트를 하며 평온한 생활을 했다. 외국 명문대로 진학한 경우도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모습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버젓이 올려놓으며 행복한 삶을 공유했다.

법원은 이날 A 씨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해 주동자 4명을 모두 법정 구속했다. 주동자 중 한 명은 2011년 집단 성폭행뿐만 아니라 2012년에도 미성년자를 집단으로 성폭행한 전력이 있는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그는 당시에도 특수강간 혐의로 처벌을 받았다.

○ 죄의식도 나눠 갖는 ‘소년범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전형적인 소년 범죄의 특성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소년 범죄는 성인 범죄보다 집단화 성향이 강하고 학교 동창이나 동네 친구와 함께 범죄를 저지르는 비율이 높다. 함께하면서 ‘죄의식’도 나눠 가진다는 분석이다. 이번 사건 역시 동일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장응혁 경찰대 교수는 “또래 집단에서는 친구가 범행을 주도할 때 저항하지 못하고 따라가기 쉽다”고 말했다. 김홍두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서울서부지소장은 “소속감이 약하고 자기 통제가 덜한 10대들에게 또래 집단은 아주 중요하다. 특히 집단화됐을 때는 자신의 범죄에 대한 의식이 약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범죄에 가담한 소년범 모두가 ‘여러 명이 범죄를 저질렀으니 괜찮을 거야’라는 안일한 태도를 갖게 되는 것이다. 이는 대검찰청 범죄 분석 자료에서도 잘 드러난다. 2014년 자료에 따르면 소년 성범죄의 24.8%가 공범과 함께 이뤄졌다. 공범과 함께 성범죄를 한 성인 비율이 4.7%인 것과 비교하면 5배가 넘는 수치다.

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김동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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