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문제에 10만원" 교사 유혹하는 학원 시험 출제 알바

박민제.서준석 2016. 7. 1. 01:4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스타 강사들 교사에게 은밀한 의뢰족집게 문제 소문나면 학생 몰려7명에게 5000문제 받고 3억 건네
현직 교사에게서 문제를 구입해 강의에 써 온 한 강사가 ‘연간 2억원을 투자해 교재 질이 뛰어나다’고 인터넷으로 홍보하고 있다. [사진 S학원 홈페이지 캡처]

언어영역 학원 강사 정모(47)씨는 올초 현직 교사 4명에게 강의에 쓸 문제를 구매했다. 정씨가 선생님들에게 준 돈은 문항당 4만~5만원. 정씨에게 수년간 문제를 납품해 온 경기도 소재 고교 교사 A씨는 “3~4년 전 출판사에서 일하던 대학 동기의 권유로 시작했다”며 “한 번에 50만~60만원 정도를 받을 수 있어 쏠쏠한 알바”라고 설명했다.학교 교사와 학원 강사 간 ‘은밀한 협업’이 학원가를 중심으로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런 행태는 지난 6월 경찰의 수능 모의평가 시험 문제 유출사건 수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경기도 광명시 소재 학교의 국어교사 박모(53·구속)씨는 현직 교사 7명에게서 문제를 받아 S학원 강사 이모(48)씨에게 전달했다. 박씨가 6년여간 5000여 개의 문제 제공 대가로 받은 돈은 3억원에 달했다. 이 중 수천만원은 교사들에게 건네졌다. ‘현직 교사가 돈을 받고 학원 강사에게 문제를 제공한다’는 소문이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경찰청 특수수사과 관계자는 “교사들의 문제 제공은 영리행위를 금지한 공무원법 위반으로 징계 대상”이라며 “이번에 적발된 교사들의 명단은 수사 마무리 후 교육청에 통보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중앙일보 취재 결과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국어교사인 임모씨는 지난해 7월 친하게 지내던 선배 교사로부터 솔깃한 얘기를 들었다. 유명 학원 강사가 수능 직전 모의고사에 쓸 문제를 만들어 주면 돈을 준다는 제안이었다. 선배는 “누가 출제했는지 외부에 알려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며 “아무도 모르게 현금으로 수천만원 버는 건 쉬워. 일도 아니야”라고 말했다. 임씨는 “들킬까 걱정돼 거절하긴 했지만 그동안 일반 문제집을 여러 권 만들고도 고작 50만원 안팎의 인세만 받았던 기억이 나 적잖이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학원 강사들의 ‘달콤한 제안’은 주로 EBS 교재를 집필하거나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모의평가 검토위원으로 참여했던 교사들에게 몰린다고 한다. 평가원 검토위원을 지내고 현재 고교 지리교사로 근무하는 김모(42)씨도 지난해 대학 선배인 학원 강사로부터 비슷한 제안을 받았다. 특강에 쓸 이른바 ‘봉투 모의고사’를 함께 만들자는 취지였다. 선배가 제의한 금액은 문항당 10만원 선. 2회분 총 40문제를 출제해 주면 400만원을 받을 수 있었다. 김씨는 “솔직히 구미가 당겼지만 시간이 없어 거절했다”고 설명했다.

유명 학원 강사들이 굳이 돈을 줘 가며 현직 교사들에게 문제를 사는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 문제의 질을 담보할 수 있어서다. 2012년 23만6105명이었던 학원 강사 수는 지난해 27만9211명으로 늘어났다.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학생을 끌어모을 차별화 포인트로 ‘문제의 질’이 중요해진 게 사실이다.
▶관련 기사
① '수능 모의평가 유출 혐의' 학원강사, 현직 교사로부터 강의에 쓸 문제 사들여
② [단독] “학원 강사가 말한 지문·유형, 모의 수능에 그대로 출제”
현재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스타 강사 이씨는 ‘연간 2억·문항당 10만원을 투자해 교재의 퀄리티가 (다른 데서는) 따라올 수 없는 수준’이라고 홍보했다. 이씨의 수업을 들은 재수생 김모(21)씨는 “문제의 질이 수능 수준과 비슷하고 시험 대비에 최적화돼 있어 학생들이 많이 찾는다”고 설명했다.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학원 강사와 교사 간 유착관계가 공고해지면 제2의 시험 문제 유출사건이 재연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교육 관련 사건 전문인 김희환 변호사는 “학교 교사가 몰래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금품 수수에 해당한다”며 ‘파면이나 해임 등 중징계 사안이므로 엄격히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민제·서준석 기자 letmein@joongang.co.kr

보수적인 신격호,
딸들 먹고 살게 해주려다···

"수천만원 버는 꿀알바"
학교 교사 유혹하는 강사들

황우석 사건 10년, 바이오 산업 이대로 가면···

브렉시트 이끈 존슨, 성난 여론에 "나는 총리감 아니다"

테슬라 S, 자동주행 중 '쾅' 사망···흰 트럭 인식 못해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