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쟤들이 만져써요' 꼬맹이들의 性장난, 이를 어쩐담

이도경 전수민 기자 입력 2016. 7. 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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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 신도시에 사는 민주(가명·6·여)의 어머니는 이달 중순 유치원에서 돌아온 아이가 들려준 얘기에 경악했다. 또래 남자아이 3명이 민주를 으쓱한 곳으로 데려가 속옷을 벗으라고 강요하고 ‘몹쓸 짓’을 했다는 것이었다. 남자아이들은 “어른들에게 말하면 권총을 입에다 넣고 쏴 죽인다”고 위협했다고 한다.

민주의 어머니는 유치원으로 달려갔다. 유치원 교사와 다른 학부모들도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가해 아동들이 형사미성년자인데다 너무 나이가 어려 조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민주는 그날 이후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악몽에 시달리는 등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미취학 아동 사이에서 ‘꼬맹이들 장난’으로 치부하기엔 폭력성이나 수위가 높은 성범죄가 일어나고 있다. 지난달 종교단체가 운영하는 지방의 한 대형유치원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다섯 살 여자아이가 화장실에서 또래 남자아이로부터 추행을 당했다. 피해 아동은 대인기피증세 등으로 정신과치료를 받고 있다.

피해 학부모는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려고 유치원의 CCTV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일부 학부모들은 “장난인데 지나치게 민감하게 군다”는 반응을 보였다. 유치원의 CCTV 영상은 다른 학부모들의 동의가 없으면 공개할 수 없다. 결국 피해 아동은 이 유치원을 떠났다. 반면 가해 아동은 여전히 다니고 있다.

교육현장은 유아들의 ‘또래 성폭력’에 무방비다. 교육 당국은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30일 교육부에 따르면 초등학교 이상에서 성폭력 사건이 일어날 경우 학교폭력예방법에 규정된 절차에 따라 처리한다.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하고, 사안에 따라 가해학생을 강제로 전학시키기도 한다. 다만 이 규정은 유치원에 적용되지 않는다.

피해 학부모는 ‘장난’으로 치부하고 넘어가려는 가해 학부모, 사건을 확대하지 않으려는 유치원과 싸워야 하는 처지다. 가해 아동은 형사미성년자라서 수시기관 도움을 받기도 어렵다.

유아들 사이에 성폭력이 발생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스마트폰을 주범으로 지목한다. 부모나 형·누나의 스마트폰에서 접한 음란물이 아이들의 성적 호기심을 나쁜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미래창조과학부가 내놓은 ‘2015년 스마트폰·인터넷 과의존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만3~9세 아동 중에 스마트폰 중독 고위험군이 1.7%였다. 잠재적 위험군은 10.7%에 이르렀다. 고위험군을 세분화하면 만 3~5세의 고위험군 비율은 2.5%, 만 6~9세는 1.6%였다. 나이가 어릴수록 고위험군 비율이 높은 것이다.

위험군에 속하는 아이들은 스마트폰을 쓰지 못하게 하면 금단 현상이 나타나고, 그대로 두면 내성(이용 시간이 점점 늘어나고 강한 자극을 추구하는 현상)을 보인다. 안영진 한양여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요즘 부모들은 아이가 울기만 해도 스마트폰을 쥐어 줘 너무 어릴 때 스마트폰에 노출된다. 아이들은 부모 몰래 여러 콘텐츠를 접하고 있다”며 “발달단계상 ‘항문기’에 해당하면 이성에 대한 관심이 도드라지므로 ‘애가 뭘 알아’라며 방치하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유아 대상 성교육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성폭력 예방교육을 하지만 어른 등 손윗사람이 벌이는 성범죄 위주다. 교육부 관계자는 “아이끼리 장난처럼 벌어지는 일에 대해서도 교육을 강화하고, 피해 아동 심리지원 등도 검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도경 전수민 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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