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부장검사 '폭언' 의혹, 윗선에서 알고도 묵인 가능성

CBS노컷뉴스 김구연 기자 2016. 7. 1.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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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한테 잘하라'고 혼났다고 한다"..故 김 검사 카카오톡 입수

서울 남부지검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청년 검사에게 지속적으로 폭언을 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A 부장검사가 평소 부하 직원에게 함부로 대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CBS노컷뉴스가 단독입수한 카카오톡 메시지에 따르면 故 김모(33) 검사는 지난 3월 30일 친한 지인들에게 "우리 부장(검사)이 검사장한테 '직원들한테 잘하라'며 혼났다고 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지난 3월 30일 故 김모(33) 검사가 친구들에게 보낸 메시지
검찰 관계자는 "지검장이 대검찰청으로부터 A 부장검사가 평소 직원들에게 함부로 대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은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A 부장검사의 폭언은 계속됐고, 김 검사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검사는 친구들에게 "매일 부장한테 욕을 먹으니까 진짜 살이 쭉 빠진다", "매일 욕을 먹으니 정말 한번씩 자살충동이 든다" 등의 메시지를 전하며 괴로움을 호소했다.

따라서 김진모 남부지검장이 부장검사의 평소 행실과 평가를 알고 있었다면, 남부지검 최고 관리자로서 이번 사건에 대한 책임이 더욱 무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대해 김 지검장은 "대검으로부터 A 부장검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사실이 기억나지 않는다"며 "이번 사건은 내부 조사 중이라 자세한 사안은 말하기 어렵다"고 답변을 피했다.

하지만 A 부장검사가 부하 직원들에게 폭언을 퍼붓거나 거친 행동을 종종 한다는 소문은 조직 내부에선 널리 알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안에 대해 입 열기를 조심스러워하는 다른 검찰 관계자조차 "A 부장검사가 성격이 강하고 센 편이긴 하다"고 말했다.

김 검사의 친구 B 씨는 "김 검사의 지인들로부터 A 부장검사가 모욕적인 발언을 일삼고 직원들을 비인격적으로 대했다는 말을 쉽게 들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한편 김 검사의 어머니 이모(57) 씨는 아들이 세상을 떠난 지 6일 만인 지난달 24일 김 지검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자료사진)
김 검사 유족에 따르면, 이 씨와 김 검사의 숙모 김모(52) 씨, 김 지검장 등은 약 40분 동안 대화를 나눴다.

발언은 주로 설움에 복받친 이 씨가 토해냈다. 이 씨는 "아들을 보내놓고서 제 몸뚱어리가 뭐가 필요한가"라며 "토요일에는 쉬게 해줘야 했다. 그 전에 있던 부서에서는 이 정도 업무강도는 아닌 것 같았다"고 말했다.

당시 이 씨는 A 부장검사가 김 검사에게 폭언 등을 일삼았다는 의혹을 알지 못한 상태였다.

이어 "장(長)은 책임을 지라고 있는 것"이라며 "이건 누가 봐도 조직에서 아들을 낭떠러지로 떨어뜨린 것"이라고 이 씨는 말했다.

숙모 김 씨는 "이번 사건을 자살이 아닌 직장 내부의 문제로 인한 것으로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 지검장은 이번 사안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하면서 유족 측의 요구에 대해 고심하겠다면서도 공식적인 입장 표명은 유보했다고 이 씨는 전했다.

이 씨는 "김 지검장이 이 자리에서 A 부장검사가 직원들에게 함부로 대하는 경향이 있다는 의혹 등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 씨와 김 씨는 A 부장검사 등과도 면담을 가졌지만, 이 자리 역시 마찬가지였다.

A 부장검사는 부하 직원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면서도 책임 있는 답변은 회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취재진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A 부장검사와 끝내 연락이 닿지 않았다. A 부장검사는 사건 이후 서울고검으로 자리를 옮겼다.

아들의 죽음에 대한 책임있는 사과나 공식적인 통보가 2주 가까이 없자 아버지 김진태(64) 씨는 지난달 1일 대검찰청에 아들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탄원서에는 "장례를 치른 뒤 검사장은 최대한의 노력을 다해주겠다고 말했고, 빠른 시일 내에 조치사항에 대해서도 알려주겠다고 했지만, 일이 생기고 2주가 다 돼가는 시점까지 책임 있는 사람에 대하여 어떻게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지에 관하여 전혀 알려주지 않는다는 점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적혀 있다.

또 "1년 넘게 검찰 조직에 몸을 담고 사회 정의를 위해 몸 바쳐 일한 아들인데, 정작 검찰에서 이러한 아들의 죽음에 관하여 어떠한 조사도 하지 않고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사실에 유족들은 하소연할 길이 없어 너무나 답답하다"고 하소연 한 김 씨는 "담당 부장검사는 물론 부장실의 실무관이나 수사관들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CBS노컷뉴스 김구연 기자] kimgu88@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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