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혜미의 人스타일]송중기, 미소년 벗고 남자를 입다

윤혜미 패션 컨설턴트 2016. 6. 30.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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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016년 상반기를 뜨겁게 달궜던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열기가 대륙을 넘나들며 여전히 그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대중문화계를 넘어 여러 분야에서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작품이지만, 무엇보다 송중기라는 배우가 또 하나의 스타일 아이콘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한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2008년 영화 <쌍화점>에서 조인성을 따르는 미소년 친위대로 등장했을 때만 해도 송중기는 ‘잘생긴 꽃미남’ 중 한 명이었다. 이후 출연작에서도 ‘선이 고운 미소년’ ‘여자보다 예쁜 남자’라는 수식어가 자연스럽게 그의 이름 앞에 자리 잡았다. 영화 <늑대소년> 등 연기 변신을 통해 대중적 인기를 얻었던 작품에서도 캐릭터와 대비되는 ‘고운’ 비주얼이 화제였다.

그러나 잘생긴 외모로 승부하는 스타들이 늘 그러하듯 작품 밖에서 보여주는 스타일은 실망스러웠다. 2013년 한 시사회장에서 만났던 그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그레이 체크무늬 코트와 그레이 진, 그레이 도트 무늬 머플러에 빨간 니트 모자를 믹스매치한 모습은 내내 교복만 입다가 난생처음 사복을 입은 대학 신입생을 연상케 했다. 송중기의 밝은 이미지에 빠진 스타일리스트의 격한 팬심이거나 활동비 절약을 위해 초보 스타일리스트를 고용한 매니지먼트의 실수가 아니었나 싶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랬던 그가 2016년 ‘남자 송중기 스타일’ 시대를 열었다. 육군 현역 만기전역 후 군인 ‘유시진’으로 돌아온 그는 외국 영화 속에 자주 등장한 골드베이지색의 특전사복을 입었다. ‘군인’ 하면 떠오르는 카키색 군복을 비롯해 그가 선보인 다양한 밀리터리룩은 군복 패션을 핫 트렌드로 부각시키기에 충분했다. 송중기가 드라마에서 입은 카키색 정복과 베이지색 사막복, 특전사 제복은 임의로 수정하거나 변경이 불가한 정복으로 촬영 후 반납도 드라마 소품실이 아닌 국방부에 했을 정도로 제약이 많았다고 전해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군복 옴므’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킨 건 송중기의 소화력 덕분이었다.

특히 전장에서 돌아온 유시진 대위가 “사과할까요? 고백할까요?”라는 명대사를 남긴 고백 신은 우르크의 황금빛 사막과 성당을 배경으로 베이지색 특전사복과 허리춤에 손을 올린 자연스러운 애티튜드까지 ‘유시진 스타일’을 한 컷에 담은 명장면이라 할 수 있다.

군복은 규칙과 규율에 맞춰 조직의 뜻에 따르는 남자의 대의명분을 보여주는 복식이다. 그런 제복을 패션으로 승화시키고 선글라스와 베레모, 시계 등 액세서리는 ‘패션 잇 아이템(원하는 아이템)’으로 각광받게 하고 있으니, 단지 ‘패완얼(패션의 완성은 얼굴)’이 아닌, 패션 아이콘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지점이기도 하다.

<태양의 후예>에서의 군복 패션이 남자의 강인함으로 표현되었다면 이후 공식 석상에서 보여주고 있는 스타일은 ‘신사’ 송중기의 아이덴티티를 완성해 가고 있다. 군더더기는 모두 뺐다. 블랙, 그레이, ‘톤 앤드 톤(동일 색상의 다른 톤으로 매칭)’으로 심플 클래식의 진수를 보여준다. 블랙 슈트는 보타이를 함께하면 정통 파티복으로, 톤 앤드 톤 블랙 타이를 함께하면 예를 갖추는 복장으로, 남색 도트 무늬 타이를 믹스매치하면 비즈니스클래식 슈트의 완성으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마법의 아이템이기도 하다. 송중기는 이러한 패션 공식을 영리하게 소화하며 새로운 패션 아이콘으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최근 홍콩에서 열린 디올 옴므 컬렉션에서는 과감한 레드 슈트로 2016년 하반기 패션을 예고하는 글로벌 패션스타의 위용을 보여주었다.

체크무늬에서 블랙&그레이로, 소년스러움에서 댄디&심플로, 자신만의 확고한 스타일을 찾아가고 있는 송중기는 차기작 <군함도>에서 독립군 역을 맡아 또 한 번 파격적인 변신을 예고하고 있다. 미소년을 벗고 남자를 입은 그가 다음엔 어떤 스타일을 선보일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윤혜미 패션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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