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영구임대아파트에 사는 '비양심' 그들

박소연 입력 2016. 6. 30.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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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백화점 VIP 회원권도 있고 5000만 원 상당의 고급승용차를 타는 사람들이, 월세 5만 원의 영구임대아파트에 살고 있습니다. 허술한 제도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애타게 입주를 기다리는 저소득층은 전국에 4만 명이 넘습니다.

밀착카메라 박소연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 강남의 한 영구임대아파트입니다.

주차장에 BMW, 렉서스 등 고급 수입차가 적지 않습니다.

판매가 5000만 원 상당의 흰색 아우디 차량입니다. 앞 유리를 보니 입주자만 받을 수 있는 주차권이 놓여있습니다. 이 차 주인에게 전화를 한번 걸어보겠습니다.

[영구임대아파트 입주민 : (차 주인이 누구세요?) 저요. 아버지도 퇴직하시고 (저는) 2000만 원 초반 연봉으로 회사 다니는데.]

8000만 원대 벤츠 주인은 한 영화배우의 어머니였습니다.

[경비원 : (이분이시죠?) 예, 맞아요. 그 엄마가 이따금 와요. 아들 집에 있다가 여기 있다가 그런가 봐요.]

영구임대아파트는 기초생활수급자들이 살 수 있는데 월 임대료가 5만 원대로 저렴합니다.

그런데 한 고급 승용차 운전자는 자신이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니라고 인정했습니다.

[영구임대아파트 입주민 : 일반인도 (여기) 살아요. 당신이 뭔데 나한테 전화해서 이런 걸 물어봐요.]

주차장에서 고급 수입차를 쉽게 찾을 수 있지만 관리실에 등록된 수입차는 겨우 6대입니다.

[경비원 : 여기 좋은 차들 많아요. 아들이라고 핑계 대고 매일 (방문증) 끊어요.]

서울 대치동의 또 다른 영구임대아파트입니다. 주변에는 지하철역이 있고 바로 앞에는 양재천이 흐르고 있어 주거지역으로는 최고의 입지조건을 갖춘 곳입니다. 이 영구임대아파트의 실태는 어떨지 한 번 확인해보겠습니다.

이곳에서도 고급 승용차가 꽤 보입니다.

이 표식은 연간 백화점에서 1800만 원 이상 써야 받을 수 있는 VIP 회원권입니다.

그런데 이 차주는 이 영구임대아파트에 거주하는 입주민입니다. 이 차 바로 옆에는요, 레인 커버가 씌어져있는 차가 있는데 고급 승용차로 추정됩니다. 관리사무소를 통해 한 번 확인해보겠습니다.

해당 차종은 5000만 원대의 수입차 링컨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해당 입주민은 아들의 차라고 설명했습니다.

[영구임대아파트 입주민 : 제 것 아니고 아들 건데. 원래는 회사 차인데 회사에서 차를 준 거야.]

임대아파트에 사는 백화점 VIP 회원도 찾아가 봤습니다.

[영구임대아파트 입주민 : (백화점 VIP 회원이신가요?) 그런데요, 왜요? 그거 딸 차에요. 내가 영구임대 주민이라고 해서 자식이 그러지 말라는 법이 없잖아요.]

하지만 이런 얌체족과 달리 생활고에 쫓겨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임대아파트 주민도 있습니다.

지난 3일 26살 이모 씨가 이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경비원 : 도시락이 하나 나와서 혼자 다 못 먹으니까 도시락 먹으라고 갖고 올라갔더니 그렇게 생겨있더라고. 그래서 바로 신고한 거예요.]

2년 전부터 이 씨는 기초생활수급자인 아버지의 임대아파트에서 생활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아버지가 숨지자 임대 계약도 종료돼 거리로 내몰리게 됐습니다.

[영구임대아파트 입주민 : 아버지가 언어장애에 당뇨에 합병증이 많아. 아들 이름이 있으면 소득이 잡히니까 수급자로 안 해준단 말이야. 너희가(관계 기관이) 서류로 하니까 잘했다 잘못했다 안 하는데 인간이 눈물이 있잖아.]

가난한 입주민이 임대아파트에서 쫓겨나는 동안 일부 주민이 호화로운 생활을 할 수 있는 건 허술한 법망 때문입니다.

지난해 말에야 정부는 임대주택 입주민들의 거주 자격을 엄격히 검증하는 제도를 마련하기 시작했습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 : (예전에) 대규모 반발에 부딪혀 조사도 못 한 적도 있고. 제도개선이 추진되려면 아무 영향 안 받는 분들에 대해서 안심해도 된다는 것도 필요하고.]

영구 임대아파트 대기자는 전국에 4만여 명. 평균 대기 기간은 2년 가까이 됩니다.

미비한 법망을 피해 일부 비양심 거주민들은 여전히 영구임대아파트에 살고 있습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정말로 집이 필요한 저소득 주민들에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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