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녹취록 공개..靑 세월호 보도개입 실체 드러나나
(서울=뉴스1) 윤수희 기자 = 세월호참사 당시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현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KBS 김시곤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해경 비판 기사를 뉴스 편집에서 빼라"는 등 보도에 개입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언론단체들은 30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세월호참사 당시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KBS 김시곤 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보도 내용에 강력 항의하는 등 KBS 보도에 개입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2014년 4월21일 오후 9시쯤 이 홍보수석은 김 국장에게 KBS뉴스9에서 해경을 비판하는 내용에 "해경이 잘못한 것처럼 몰아간다", "10일 후에 어느 정도 정리된 뒤에 하라"고 항의했다.
또 반발하는 김 국장에게 "이렇게 중요할 때 해경과 정부를 두들겨 패는게 맞냐", "극적으로 도와달라"며 읍소하기도 했다.
녹취록에는 이 홍보수석이 "(세월호 참사는) 선장과 선원의 일차적인 잘못이며 해경의 부차적인 잘못은 어느 정도 지난 뒤에 (보도)할 수 있다"며 보도의 초점을 정부나 해경이 맞추지 말 것을 요구하는 내용도 포함돼있다.
같은해 4월30일 이 홍보수석은 김 국장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KBS뉴스9 방송을 대통령이 봤다"며 김 국장에게 KBS뉴스9에 방송된 해경비판 보도를 심야뉴스에서 삭제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길환영 사장은 휴일인 5월5일 비서실에서 보도국 편집회의를 소집해 해경을 비판하는 보도를 하지 말라고 지시했고 8일 세월호 유가족이 김국장의 파면을 요구하자 다음날 청와대의 지시에 따라 김 국장의 사표를 종용했다는 것이 단체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은 "한 생명이라도 더 구해야 하는 긴박한 상황에서 해경이 주축돼서 구조작업을 하고 있어서 선구조 후조치를 해야한다는 간절한 호소를 한 것"이라며 "평소 교분을 나누는 사이로 격없이 통화한다는게 지나쳤다. 부족한 저의 불찰"이라고 밝혔다.
사실 이러한 주장은 2014년 5월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에 비유한 발언으로 곤란을 겪던 김 국장이 청와대와 길환영 사장의 보도 개입을 폭로한 뒤 수차례 제기돼왔다.
당시 김 국장은 "그동안 길 사장이 보도본부의 독립성을 침해해왔다"며 "언론에 대한 어떠한 가치관과 신념도 없이 권력의 눈치만 보며 사사건건 보도본부의 독립성을 침해해 온 길 사장은 즉각 자진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국장의 폭로에 KBS 새노조와 KBS 노조 등 양대노조는 길 전 사장의 퇴진과 공정보도를 요구하며 출근저지투쟁과 총파업을 벌였고, 이는 그해 6월 길 전 사장의 해임으로 이어졌다.
여기서 언급된 청와대 인사가 이정현 홍보수석과 박준우 정무수석이다. 언론단체에서 공개한 이번 녹취록은 이정현 홍보수석이 KBS의 보도에 어떻게 개입했는지 그 내용이 적나라하게 공개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언론단체들에 따르면 길환영 전 사장의 보도 수정 지시는 세월호 참사 전에도 빈번하게 있었다.
당시 길환영 사장은 2013년 박근혜 대통령 주재 첫 국무회의나 대통령 방미 뉴스를 2개로 늘리고 순서를 앞으로 배치할 것, 윤창중 성추문 사건을 첫번째로 다루지 말 것 등을 지시했다.
2012년 11월 취임한 길환영 사장이 2013년 1월부터 11월까지 청와대의 지시를 받아 보도내용을 수정한 횟수는 30차례가 넘는다.
이에 KBS 기자협회 소속 기자 176명은 "KBS 9시 뉴스에서 정권에 불리한 자막 기사 삭제를 지시하고 박근혜 대통령 관련 기사를 뉴스 전반부에 배치시켜 방송 편성 독립의 가치를 무시하는 등 방송법을 위반했다"며 길환영 사장에 대한 고발장을 서울중앙지검에 접수하기도 했다.
결국 KBS 이사회는 같은해 6월5일 길 사장에 대한 해임제청안을 가결했고 박 대통령이 이를 재가하면서 길 전 사장은 6월10일에 해임됐다.
2014년 길 전 사장의 해임으로 일단락됐던 청와대의 KBS 보도통제 논란은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과 길환영 전 KBS 사장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하면서 다시 불거질 전망이다.
세월호 특조위는 '누구든지 방송편성에 관해 방송법 또는 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는 방송법 제4조 제2항을 위반한 혐의로 이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언론단체에서 이날 공개한 녹취록 내용 등은 특조위의 고발장 내용에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1월 "김시곤 전 보도국장이 조사에 불응해 진위 여부를 판단할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길 전 사장에 대한 KBS기자협회의 고발에 불기소 결정(각하)을 내렸던 검찰이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y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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