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근로자 노리는 죽음의 연기 '흄'

2016. 6. 30. 19:43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제2의 가습기 살균제'라 부를만한 '죽음의 연기'가 은폐되고 있습니다.

타이어 공장에서 나오는 '흄'이란 연기 때문에, 근로자 백여명이 각종 질병에 걸려 숨졌는데요.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역학 조사 결과 보고서를 8년째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일주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리포트]

뇌질환으로 몸이 마비돼 제대로 걷지 못하는 남성.

2008년 숨지기 직전의 모습입니다.

가족 조차 알아보지 못하는 이 환자도 비슷한 시기에 숨졌습니다.

타이어업체 근로자였던 두 사람은 그러나 산재 판정을 받지 못했습니다.

[임진영: 뇌종양 사망자 유족]
억울해서 안 된다고 한 번 더 (산재신청) 넣어보자고 해서.

[이일주 / 오른쪽에 사망자 사진들]
제 뒤로 보이는 이 유명 타이어업체에서 지난 1992년부터 최근까지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만 131명의 근로자가 암이나 뇌, 심장 질환으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하지만 산재 판정을 받은 경우는 소수에 불과합니다.

[우순연 / 알츠하이머 투병자 부인]
진단 결과가 알츠하이머로 나왔어요. 그래서 지금 산재 신청하고 있는 중인데…

환자와 유가족들은 산재 조사에서 중요한 성분이 빠졌다는 주장.

[박응용 / 전 타어어업체 근로자]
이런 물질은 빼버린 거에요. 여기 역학조사에서 10년 동안 한 것에서
환자들이 빠졌다고 주장하는 물질은 무엇일까?

바로 타이어를 고온처리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하얀 연기 '흄'입니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2008년 모 타이어업체 근로자 7천여 명을 대상으로 역학조사를 실시한 뒤 공개하지 않던 보고서를 채널A가 단독 입수했습니다.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흄' 안에 발암가능성이 있는 성분이 검출됐다고 밝혔습니다.

[이혜은 / 강남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다핵방향족탄화수소라는 발암물질도 포함이 돼있고 일부 유기용제들도 포함이 돼 있어서 암이나 다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보고서는 흄의 위험성은 지적했지만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며 명확한 결론은 내지 않았습니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 관계자]
"암이 높게 발생한다고 하는데 그게 고무 흄 때문인지 아니면 여러 가지 다른 화학물질 때문인지는 정확하게 몰라요."

영국에서는 '흄'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사실 자체가 명확하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당 0.6mg 이하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이미 10년 전 영국기준을 따라야 한다는 용역 결과 보고를 받았지만 관리기준은 없습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
"관리의무 그런 것은 없습니다만 전체적인 분진에 대해서는 관리의무가 있기 때문에."

정부의 무관심 속에 타이어를 만들다 병든 근로자들은 언제 끝날지 모를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채널A 뉴스 이일주입니다.


CHANNEL A(www.ichannela.com)

Copyright © 채널A.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