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자유' 얻은 언론인..정치문화 대변화 예고

2016. 6. 30.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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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작용 우려·긍정적 반응 교차

30일 헌법재판소가 언론인의 선거운동을 포괄적으로 금지한 공직선거법 조항을 위헌으로 결정해 무효화함으로써 향후 선거운동을 비롯한 우리 정치문화 전반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는 일부 유명 기자가 특정 정당이나 후보 지지를 공개적으로 선언하고 나서면 선거 판세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권언유착’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선과 ‘기자도 정치활동의 자유를 누려야 한다’는 긍정적 반응이 교차한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등 헌법재판관들이 3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언론인 선거운동 금지’ 관련 공직선거법 조항의 위헌법률심판 사건 등에 대한 결정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스타 언론인의 찬조 연설 가능해져

헌재의 위헌심판은 딴지일보의 김어준 총수와 시사인의 주진우 기자가 2012년 4·11 총선 직전에 대중 앞에서 당시 민주통합당 정동영, 김용민 후보 등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대규모 집회까지 연 것에서 비롯했다. 검찰은 언론인의 선거운동을 금지한 선거법 조항에 따라 둘을 기소했으나 헌재 결정으로 해당 조항이 폐지됨으로써 처벌 또한 불가능해졌다.

헌재 결정에 따라 앞으로 언론인들도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 또는 후보를 위한 선거운동에 활발히 참여하게 될 전망이다. 얼굴이 널리 알려진 유명 기자나 방송사 아나운서들은 TV 유세에 출연해 찬조 연설을 하는 사례도 적잖을 것으로 보인다. 선거가 다가오면 이들의 지지 선언을 요구하는 정치권의 ‘러브콜’ 또한 끊이지 않으리란 예상이 나온다.

기자들이 자신의 개인 블로그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정치적 발언을 하는 경우도 지금보다 훨씬 늘어나는 게 불가피해 보인다. 헌재는 “언론인이 언론매체를 이용해 선거운동을 하는 것만이 금지 대상”이라고 밝혔다.

언론매체가 아닌 SNS 등 개인적 공간을 통한 선거운동은 사실상 막을 수 없다는 현실적 판단이 배경에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미국의 뉴욕타임스나 워싱턴포스트가 대선을 앞두고 사설 등을 통해 특정 정당·후보에 대한 지지 또는 반대 의사를 밝히는 것 같은 행위는 여전히 금지된다. 헌재는 ‘언론인’과 ‘언론기관’을 명확히 분리해 공무원이 아닌 언론인의 개인적 선거운동 등 정치활동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하되 공공성이 매우 강한 언론기관에 의한 선거운동은 지금처럼 엄격히 제한하는 게 옳다는 입장을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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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성 저해’ VS ‘정치적 자유 확대’

헌재는 위헌 결정을 하며 ‘언론인’의 개념이 너무 포괄적이란 점을 이유로 들었다. 2005년 286개로 시작한 인터넷신문은 2014년 5950개로 대폭 증가했는데 이들 중 상당수는 전통적 의미의 기자 대신 일반인이 ‘시민 기자’란 이름으로 기사를 쓴다.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한규섭 교수는 “이번에 위헌심판의 대상이 된 딴지일보 총수 등을 전통적 의미의 언론인으로 봐야 하는지도 사실 애매하다”며 “요즘 언론인과 비언론인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는 말로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언론인 개념의 재정립이 시급함을 강조했다.

일각에선 언론인이 특정 정당 또는 후보와 가까운 사실이 알려지는 경우 그가 쓰는 기사나 칼럼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겠느냐고 걱정한다. 기자 개개인의 정치적 성향이 다 드러난 상황에서 그 기자들이 모여 만든 신문 또는 방송 뉴스의 신뢰성을 일반 국민이 얼마나 인정할지 의문이란 시각도 있다. 실제로 김창종, 조용호 재판관은 소수의견에서 “언론인 개인의 선거운동은 자칫 그 언론인이 종사하는 언론기관의 공정성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언론인도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치적 자유를 충분히 누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긍정적 반응도 적지 않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조영수 협동사무처장은 “사실 선거법에는 허위사실유포죄 등 다른 처벌 조항이 얼마든지 있기 때문에 언론인이라고 해서 선거운동의 자유를 무한정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언론인도 일반 시민의 입장에서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상식적 선에서 표출할 자유를 얻은 셈”이라고 평가했다.

김태훈·남혜정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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