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파트 원정쇼핑 불붙었다

김인오 2016. 6. 30.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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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투자자, 강남선 재건축·非강남선 갭투자..시장 양극화에 출구전략
전국 각지에서 투자 수요가 몰리는 서울 강남권 아파트 단지 일대 전경. [매경DB]
# "아직 청약 경쟁률이 높게 나오고 분양권에 웃돈이 2000만원 이상 곧잘 붙지만 시장이 조정기에 들어가는 것이 걱정됩니다. 가지고 있는 분양권 두 개 처분하고 여유 자금 보태서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를 살지, 아니면 기존 아파트를 사서 월세를 놓을지 알아보는 중이에요."(60대 부산 거주자)

# "부산·대구 등 작년에 분위기 좋았던 곳에서 재미를 본 지방 투자자들이 요즘 부쩍 서울 아파트 쇼핑에 나서고 있습니다. 하루에 걸려오는 전화 10건 중 3분의 1 정도가 지방 사람들입니다."(서울 강남구 B공인 관계자)

수도권·지방 양극화 분위기 속에서 기준금리가 계속 떨어지자 '상경 투자'가 활기를 띠고 있다. 지방 투자자들이 서울의 아파트를 사들이는 현상은 지난해 서서히 눈에 띄기 시작했지만 이제는 투자 양상이 분화하는 모양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시세 차익을 목적으로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사는 소위 '갭(gap) 투자' 차원에서 성북·성동구 등 전세가율이 높은 곳의 중소형 아파트나 미분양 아파트를 사들이는 식이었지만 올 들어선 아예 재건축 호재 단지 조합원 물건을 찾거나 월세 수익 목적으로 기존 아파트를 사려는 지방 투자자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1~4월 매매 거래된 서울 아파트 중 서울이 아닌 곳에 사는 사람들이 사들인 경우는 18.32%로 비중이 가장 낮았던 2014년(17.24%) 이후 꾸준히 올라 2012년(18.27%)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다만 이는 수도권 투자자들이 포함된 수치인 만큼 현장 분위기도 함께 들여다봐야 정확한 실상을 파악할 수 있다. 송파구 잠실동 C공인 관계자는 "이미 지난해 중순부터 출구전략을 고민하는 대구 투자자들에 이어 부산에서도 여유자금 있는 투자자들이 매매 문의를 해온다"며 "타지 수요까지 가세하면서 재건축 대상인 잠실주공5단지는 1분기 대비 현재 1억원 이상 시세가 뛰었고 월세를 놓을 수 있는 잠실 리센츠(잠실주공2단지 재건축)도 상승세"라고 전했다.

잠실주공5단지 전용 76㎡형은 3월 말 12억3000만~12억5000만원 선이던 것이 현재는 13억7000만원에 거래된다. 보증금 3억원에 월세가 100만~130만원 선인 리센츠 전용 59㎡형은 1일 기준으로 매매 호가가 8억7000만~9억2000만원 선으로 1분기에 비해 2000만원가량 뛰었고 지난해 7월과 비교하면 5000만원 이상 올랐다.

강남권은 재건축·월세 투자, 비강남권은 갭 투자 수요가 주를 이룬다는 것이 공인중개업소들의 말이다. 강남 개포동 D공인 관계자는 "지난달 분양한 래미안 루체하임(일원현대 재건축)이나 앞서 분양한 래미안 블레스티지(개포주공2단지)만 보더라도 전부 서울 당해 지역에서 마감되다 보니 지방 투자자들이 조합원 물건을 미리 사두려 한다"고 말했다. 전국 각지에서 투자수요가 몰리면서 개포주공1단지 전용 36㎡형은 1분기에 7억원 선이던 것이 지금은 8억4000만~8억5000만원 선까지 뛰었다.

비(非)강남권에선 전세가율이 80%를 돌파한 성동구 등에 갭 투자를 의식한 지방 수요가 몰리는 한편 지난해의 미분양 아파트를 사는 현상도 이어진다. 올 초 계약을 끝낸 은평구 '힐스테이트 백련산 4차'는 남아 있는 물량을 지방 투자자들이 모두 사갔다. 총 521명의 계약자 중 부산(48명)·대구(17명)를 포함한 지방 투자자가 90명이 넘는 상황이다.

인근 실수요자 등이 주로 찾는다던 강서구 일대에도 상경 투자자들의 눈길이 닿는 중이다. 가양동 E공인 관계자는 "인근 마곡지구 개발, 지하철 9호선 개통 호재 등에 더해 벌써부터 재건축을 염두에 두고 한강변이 보이는 20년차 아파트를 사려고 하는 지방 투자자들도 있는데 요즘 들어 눈에 띄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한강 조망이 가능한 한강타운(1996년 입주) 아파트는 전용 85㎡형 호가가 4억8000만~5억원 선으로 최근 한 달 새 1000만원가량 뛰었다. 등촌주공3단지(1995년 입주) 전용 37㎡형은 2억7000만~3억원 선으로 같은 기간 2000만원가량 올라섰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강서구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1분기 대비 136% 늘어 서울시 전체(69%)에서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이동현 KEB하나은행 행복한부동산센터장은 "지난해 말부터 일부 지방 시장이 조정기에 들어간 반면 서울은 강남 재건축을 중심으로 상승세를 보이는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진 가운데 5월 지방 대출 규제에 기준금리 인하 소식이 이어지면서 '서울 아파트 투자가 답'이라는 심리가 확산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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