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대통령이 KBS 봤다" 이정현 前 청와대 수석, 세월호 보도 개입
[아시아경제 김민재 인턴기자] 세월호 사건 직후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해경에 대한 비판 보도를 자제해달라고 압박한 녹취록이 공개됐다.
30일 오후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자유언론실천재단 등이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청와대 핵심 인사였던 이 전 수석이 당시 김시곤 KBS 보도국장과 통화한 내용 전문을 공개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이정현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은 2014년 4월21일과 30일 오후 김시곤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KBS 뉴스9' 보도 내용에 대해 강력히 항의했다.
녹취록을 보면 이 전 수석은 “뉴스 편집에서 빼 달라”, “다시 녹음해서 만들어 달라”고 편집에까지 개입했다. 녹취록 끝에는 “하필이면 대통령이 오늘 KBS를 봤으니, 내용을 바꿔 달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는 또 “이런 식으로 지금 국가가 어렵고 온 나라가 어려운데 (KBS가) 지금 그렇게 해경하고 정부를 두들겨 패야 하는 게 맞느냐”고 반문하며 김 전 보도국장을 압박하기도 한다.
김 전 보도국장은 이 전 수석의 항의에 대해 “우리 보도가 무슨 의도가 있는 게 아니다”, “일부러 우리가 해경을 두들겨 패려고 하는 거냐”, “이번 참사를 놓고서 면밀히 우리가 분석해 차후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이 전 수석의 발언을 보면 청와대 세월호 참사 책임을 해경이 아닌 선원들에게 돌리고 있다는 것도 확인된다.
계속되는 항의에 김 전 보도국장은 “무슨 말씀인지 알겠다”면서도 “이 선배(이정현 지칭) 솔직히 우리만큼 많이 도와준 데가 어디 있습니까”라고 되묻기도 했다.
김민재 인턴기자 mjlovel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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