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숙제로 남은 15년 전 '토플러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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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플러가 부인 하이디와 함께 설립한 컨설팅회사 토플러어소시에이츠는 “앨빈 토플러가 지난 27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60년을 함께 한 부인 하이디가 유일한 유족이다.
1928년 뉴욕에서 출생한 토플러는 뉴욕대에서 영어를 전공하다가 부인 하이디를 만났다. 둘은 대학을 중단하고 1950년 클리블랜드로 이주해 알루미늄 제조 공장에 취직했다. 토플러는 용접공으로, 부인은 노조 직원으로 일했다. 토플러는 지난 1998년 인터뷰에서 “공장에서의 경험은 공장 근로자들이 사무직 근로자보다 덜 지능적이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줬다”고 회고했다. 이후 토플러는 신문사에 기자로 활동했다. 이후 경제신문 포천에서 기업과 경영 관련 칼럼을 썼다.
토플러는 지난 70년 현대사회를 통찰한 저서 ‘미래충격’을 내놓으면서 미래학자로서 이름을 알렸다. 특히 10년 뒤 출간한 ‘제3의 물결’(The Third Waves)로 토플러는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된다.
토플러는 인류가 제조업 기반의 사회에서 지식 중심의 사회로 이동해 갈 것이라고 예견했다. 제1의 물결인 농업혁명이 수천년에 걸쳐 진행됐지만 제2의 물결인 산업혁명은 300년밖에 걸리지 않았고, 제3의 물결인 정보화 혁명은 20~30년 내 이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보화시대, 재택근무 등의 용어도 토플러가 처음 사용한 단어들이다. 토플러어소시에이츠의 데보라 웨스트팔 최고경영자(CEO)는 “현대 인간의 삶의 영역에서 그의 저서가 다루지 않은 부분을 찾기란 힘들다”면서 “현대사회를 살아갈 때, 우린 늘 그가 현대인에게 끼친 영향을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토플러는 한국에 특별한 유산을 남겼다. 지난 2001년 6월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부탁을 받고 ‘위기를 넘어서:21세기 한국의 비전’이라는 보고서를 전달했다. 이른바 ‘토플러 보고서’다.
토플러는 보고서는 이렇게 시작한다. “한국은 선택의 기로에 있다. 그 선택은 현재의 모든 한국인뿐만 아니라 향후 수십년 동안 자손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국인이 스스로 선택하지 않는다면, 타인에 의해 선택을 강요당할 것이다. 선택은 다름 아닌 저임금을 바탕으로 한 종속국가(dependant country)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경쟁력을 확보하고 세계 경제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선도국가(leading country)로 남을 것인가하는 것이다.”
토플러는 한국이 농업국가에서 산업국가로 빠르게 도약했지만, 더이상 산업화시대의 경제모델이 유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토플러는“한국이 산업화시대 경제에 안주하지 말고 혁신적인 지식기반 경제에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한국 사회가 전반적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했다. 기업은 덜 집중화되고 덜 관료화되고 덜 수직적인 형태로 변화해야 하고, 정부조직도 지식기반 경제에 맞춰 유연하고 수평적 조직으로 탈바꿈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도 ‘굴뚝시대’의 교육이 아닌 창조적이고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데 집중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토플러는 이렇게 말했다. “도약에 성공한다면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진보된 경제시스템인 지식기반 경제에 참여하게 될 것이고, 실패한다면 실업률 증가, 임금 하락 등 많은 고통이 수반될 것이다.”
토플러의 보고서가 나온 지 15년이 지난 지금, 한국은 얼마나 바뀌었는지 스스로 돌아볼 때다.
안승찬 (ahnsc@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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