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윔블던 통신]윔블던은 현재 '윌리스앓이' 중

김현지 2016. 6. 30.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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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코트를 가득 메운 관중들의 많은 기립박수를 받으며 퇴장하는 윌리스. 사진= GettyImages/이매진스
[테니스코리아=(런던)김현지 기자]윔블던은 지금 ‘윌리스앓이’ 중이다.
지난 6월 27일 열린 대회 남자단식 1회전에서 세계 772위 마르커스 윌리스(영국)가 세계 54위 리카르다스 베란키스(리투아니아)를 6-3 6-3 6-4로 꺾는 이변을 연출하면서 윔블던에서 가장 핫한 선수로 떠올랐다.
ATP투어 대회에 단 한번도 출전 경험이 없는 윌리스는 윔블던 예선 와일드카드 결정전인 LTA윔블던에서 우승해 와일드카드를 획득한 후 예선을 거쳐 생애 처음으로 윔블던 본선에 올랐다. 본선에 오르기까지 총 여섯 차례 경기를 치른 윌리스는 상승세를 몰아 자신보다 무려 718위 높은 선수를 상대로 1승을 거두며 파란을 일으켰다. 이로써 윌리스는 대회 사상 본선에서 1승을 거둔 가장 낮은 랭킹의 영국 선수로 기록됐다.
윌리스는 본래 선수 생활에만 집중하지 않았다. 올 시즌 상금이 고작 220파운드(약34만원)가 전부였을 정도로 경제적으로 힘든 나날을 보냈던 윌리스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고향에 위치한 워릭 보트 클럽의 코치로 근무하며 훈련을 병행했다.
올 시즌 초반에는 부상까지 입어 영국에서의 생활을 모두 접고 미국에서 조정코치를 하기 위해 출국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여자친구 제니퍼의 제안으로 마음을 바꿔 윔블던에 도전했고 조용히 기적을 이뤄낸 윌리스의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영국을 떠들썩하게 했다.
더욱이 윌리스가 2회전에서 맞붙게 된 상대가 바로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스위스, 3위)였기 때문에 윌리스는 더 큰 화제를 모았다.
사실 윌리스가 윔블던과 전혀 인연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윌리스는 주니어 시절 세계 15위까지 오르며 유망주로 주목을 받았는데 2007년과 2008년에 각각 윔블던 주니어 3회전에 진출한 경험이 있다.
또한 2013년 잔디코트대회인 영국퓨쳐스에서 한 차례 우승 타이틀을 획득한만큼 이번 경기에서도 기죽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첫 번째 세트는 완전한 페더러의 흐름이었다.
페더러는 긴장한 윌리스를 상대로 적극적인 공격을 펼치며 윌리스에게 단 한 게임도 내주지 않고 가볍게 첫 세트를 선취했다.
윌리스는 두 번째 게임부터 긴장이 풀리기 시작했다.
윌리스의 빠른 발이 살아나면서 좌우를 흔드는 스트로크를 앞세워 게임스코어 2-2까지 팽팽한 접전을 펼쳤다.
그러나 이러한 양상은 오래가지 않았다. 여섯 번째 게임에서 페더러는 노련한 플레이로 상대의 범실을 계속 유도해 4-2를 만든 후 두 게임을 더 따내며 두 번째 세트도 챙겼다.
마지막 세트에서 윌리스는 게임스코어 4-4까지 치열한 접전을 펼쳤지만 페더러의 강력한 서비스가 살아나 서브 에이스로 자신의 게임을 지킨 후 회심의 백핸드로 상대의 게임을 브레이크해 1시간 25분만에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윌리스는 페더러의 높은 벽을 넘지 못했지만 경기가 끝난 직후 센터코트를 찾은 모든 관중들은 윌리스에게 기립박수를 보냈고 생애 첫 윔블던 2회전에 진출하며 감동스토리를 빚어낸 윌리스를 응원했다.
윌리스는 “센터코트에서 뛰니 긴장이 많이 됐다. 분위기가 굉장했다. 나는 괜찮은 경기를 펼쳤다고 생각하지만 페더러의 클래스는 달랐다. 경기의 매 순간을 기억한다”면서 “원래 수요일 일정은 레슨자를 가르치는 거였다. 페더러와 경기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앞으로도 하던 것처럼 꾸준히 훈련하며 지내겠지만 이번 경험으로 내 인생은 달라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페더러는 “윌리스는 이번 경기에 관중들과 함께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 부었다. 이런 선수와 경기를 한다는 것은 내게 큰 자극제가 된다”면서 “시작 전부터 내가 지금껏 윔블던에서 가졌던 그 어떤 경기보다도 힘든 것으로 예상했었는데 그를 이겨서 기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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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스의 친구들이 'The Will Bombs'라는 이름을 붙여 그룹을 결성했다. 트위터에 'The Will Bombs'를 치면 그들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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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를 맞이하기 위해 거리 한복판에 나온 윌리스. 그들의 주위를 관중들이 둘러 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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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한 방송국과 인터뷰를 가지던 중 'The Will Bombs'가 자신들이 만든 응원구호를 흥겹게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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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전 선수 식당에서 오붓한 시간을 보내는 윌리스와 그의 여자친구 제니퍼 베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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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퍼가 윔블던 방송과 인터뷰를 가지고 있다. 윌리스와 미래를 약속했냐는 질문에 제니퍼는 "현재 우리는 서로를 매우 사랑한다. 윌리스의 의사도 물어봐야 겠지만 미래에 잘 되길 바란다"고 답했다.
 

글= (런던)김현지 기자, 사진=김현지 기자, 사진= GettyImages/이매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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