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EU는 왜 '이동의 자유' 요구했나..탈퇴 파장 최소화, 추가 이탈 차단 포석

이수민 2016. 6. 29. 23:4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물품, 사람, 자본, 서비스 이동은 EU 회원국 핵심 가치, 형식적 탈퇴에 효과 반감시켜 EU 파장 최소화 가능, 英, 이민자 차단 어려워져..협상 난항 불가피, 글로벌 금융시장, 일단 안정 찾았지만 파장은 계속될듯
2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비공개 정상회의 도중 올랑드 프랑수아(뒷줄 왼쪽부터) 대통령, 샤를 미셸 벨기에 총리, 그자비에 베텔 룩셈부르크 총리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앞줄 오른쪽)뒤에서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이날 비공식 회의 직후 EU 회원국 정상들은 “이동의 자유 보장 없이는 단일시장 접근도 없다”고 밝혔다. /브뤼셀=AP연합뉴스

이르면 오는 9월부터 시작될 영국과 유럽연합(EU)의 ‘이혼 협상’ 테이블에서 ‘이동의 자유’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2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비공식 회의에서 EU 정상들이 영국 측에 제시한 ‘이동의 자유 없는 단일시장 접근 불가’는 EU 회원국들에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닌 기본적인 의무와 권리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합의안을 밝히며 “(영국이 원하는 것처럼) 단일시장만 따로 얻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투스크 의장은 “60년 EU 역사상 첫 회원국 이탈 사태에 대해 27개국 모두 역사상 중요한 순간에 있다는 데 동의했다”며 “통합을 지속한다는 분명한 의지를 다졌다”고 덧붙였다. 전날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까지 참석한 정상 만찬 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올랑드 프랑수아 프랑스 대통령 등이 강조했던 ‘체리 피킹(가장 맛있는 부분만 먹는 것)은 없다’는 기존의 원칙을 재확인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비공식 회의를 앞두고 영국을 주요 교역국으로 둔 국가(네덜란드 등)와 반EU정서가 대중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국가(프랑스·스페인 등) 사이의 입장 차이 때문에 명확하고 통일된 의견이 제시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회원국들은 영국에 ‘우호적인 이혼’을 허용할 경우 다른 회원국들의 도미노 이탈을 초래할 수 있다는 딜레마 때문에 강력한 결속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같은 조건은 영국이 형식적으로 EU를 떠나더라도 실질적으로는 EU의 틀을 유지하게 되는 것이어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가 유럽 경제·정치에 가져올 후폭풍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효과도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EU 정상들이 제시한 이 조건을 영국이 협상 과정에서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시장 접근의 대가로 이동의 자유 보장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사실상 브렉시트의 핵심적인 내용을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브렉시트 국민투표 과정에서 찬반 진영이 가장 첨예하게 논쟁했던 핵심쟁점은 ‘이민자 급증에 따른 일자리 부족’이었다. 이에 따라 9월 신임 총리 선출이 이뤄지더라도 영국과 EU가 원활한 합의점을 도출해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견해다.

브렉시트 협상에 난항이 예상되면서 패닉에서 벗어나 안정을 찾은 글로벌 금융시장 역시 당분간 심한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브렉시트가 세계 정치·경제에 미칠 영향은 단편적이기보다 총체적이고 복잡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시장 흐름에 민감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핵심 인사들이 추가 금리 인상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보인 만큼 브렉시트 국면이 장기전으로 옮겨가는 추세다.

연준의 제롬 파월 이사는 28일 미국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 연설에서 “세계 경제가 좀 더 하향 움직임을 보일 위험이 있다”며 “영국의 브렉시트 결정은 미국 경제뿐 아니라 세계 경제 전체에 역풍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인 경기 부진에다 영국의 선택이 불확실성을 더하는 새로운 요소로 추가됐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시장의 예상보다 “꽤 일찍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던 지난달 26일과는 판이한 상황 판단이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지난 27~28일 포르투갈에서 열린 유럽중앙은행(ECB) 포럼 참석을 갑자기 취소하고 발길을 돌린 것도 브렉시트가 미국 등 글로벌 경제에 미칠 파장이 만만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연준은 브렉시트가 몰고 온 경제적 파장에 대해 두려워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금리 인상 시기를 가능한 미뤄 현재 미국이 처한 재정적 상황을 압박하는 국면을 피하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심지어 CME페드워치는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연준이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하기 쉽지 않으며 늦으면 2018년께야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