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고개 숙인 윤정환..버스 막은 팬들에 사과

포항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입력 2016. 6. 29.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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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울산 현대 윤정환 감독이 29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포항 스틸러스와의 ‘동해안더비’에서 0-4로 대패한 직후 버스를 가로막은 팬들에게 사과하고 있다. 포항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다음에는 꼭 포항을 잡겠습니다.”

29일 울산 현대가 포항 원정에서 0-4로 대패한 포항스틸야드 주차장. 울산 윤정환 감독(43)은 분노한 팬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라이벌 매치인 포항 스틸러스와의 ‘동해안더비’에서 기록적인 패배를 당한 탓이다. 경기가 끝난 직후 분노한 울산 팬들은 선수단이 탑승한 구단 버스를 막고 감독과의 면담을 요구했다.

“20년 울산을 응원하면서 이런 패배는 처음이다. (울산이 포항과의 최종전에서 역전패해 우승을 뺏긴) 2013년의 그 경기보다 더 큰 치욕이다.”울분을 토하는 팬들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응원에 쓰이던 확성기는 감독과 면담을 요구하는 도구로 쓰였다. 끊임없이 터지는 “나와서 이야기 좀 합시다”는 목소리에선 살기도 느껴졌다. 팬들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아예 버스 앞 바닥에 누워 길을 막기도 했다.

한밤의 실랑이는 윤 감독이 직접 버스에서 내려 사과한 뒤에야 마무리됐다. 윤 감독은 ”여러분의 마음을 모르는 것 아니다. 나도 이런 경기는 처음이다. 마음이 아프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울산 팬들이 분노한 것은 패배도 패배지만, 라이벌 매치에서 주축 선수들이 대거 빠진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 윤 감독은 빼곡한 경기 일정을 고려해 지난 26일 성남 원정에서 뛰었던 주전 11명 중 7명을 포항전에서는 선발에서 제외했다. 윤 감독은 평소 경기를 뛰지 못했던 선수들의 분발을 기대했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지난해까지 울산 유니폼을 입고 뛰었던 골잡이 양동현에게 전반 10분 선제골을 내주더니 0-4로 대패했다. 포항 팬들이 외치는 “울산은 좋은 승점 자판기”라는 구호가 이날 결과를 대변했다. 한 울산 팬은 “감독이 라이벌 매치의 중요성을 모른다는 게 더 답답하다”며 “왜 포항이 우리 응원가인 <잘가세요>를 부르는 걸 듣고 있어야 하느냐”고 불만을 토했다. 윤 감독은 “난 모든 선수를 믿고 있다”며 “다음에는 꼭 포항전을 잡겠다”고 사과했다.

<포항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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