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택 참화..ADB 이어 AIIB마저 국제기구 줄낙마 위기

정석우,김규식 2016. 6. 29.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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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한 인선이 禍 자초한국인 후임 선출 미지수
홍기택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64)가 휴직한 이후 AIIB가 자체적으로 후임 인선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져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이 지난해 아시아개발은행(ADB) 부총재 자리를 놓친 데 이어 또다시 국제금융기구 고위직을 빼앗길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국제금융계에서 한국의 발언권이 줄어들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한국 정부의 무리한 인선이 '화(禍)'를 자초했다는 자성론이 나오고 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AIIB가) 후임자를 다시 뽑을 수 있고, 후임자로 대한민국 사람이 안 될 수도 있는 상황이 벌어진 것에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하며 사실상 홍기택 부총재가 낙마했음을 시인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AIIB는 홍 부총재가 담당했던 최고위험관리자(CRO) 직책을 오랫동안 비워둘 수 없어 곧바로 후임자를 선정하는 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 ADB는 신임 부총재로 호주 출신 데버러 스토크스 전 대사를 임명해 한국은 12년째 ADB 부총재 배출에 실패한 전례가 있다. 당시에도 국제금융계 현실을 도외시한 주먹구구식 인선이 도마에 올랐다.

AIIB로서도 출범 4개월 만에 고위직 인사가 휴직계를 내자 당황하는 분위기로 알려졌다. 한국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신뢰를 잃었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홍 부총재 후임으로 한국인이 또다시 뽑힐 수 있을지에 대해 '장담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AIIB는 지난 1월 출범한 뒤로 벌써 대형 인프라스트럭처 투자 사업 4건을 승인하면서 한창 업무가 폭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불과 직원이 40여 명에 그치는 AIIB에서 부총재 5명 가운데 하나가 현장에서 이탈하면서 불만의 목소리가 흘러나올 수밖에 없다. 특히 홍 부총재가 맡고 있는 CRO는 투자 리스크 관리를 총괄하고 있어 비워두기 힘든 자리로 알려져 있다.

정부는 "AIIB가 후임으로 누굴 뽑을지는 AIIB가 알아서 결정할 일"이라며 "후임에 한국 국적의 인사가 선임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입장이지만 내심 초조한 기색이 역력하다. AIIB에서 중국, 인도, 러시아, 독일 다음으로 다섯 번째로 많이 출자한 한국으로서는 부총재 1석을 놓쳐선 안되는 상황이지만 개인적인 문제 때문에 국제적 망신을 사게 된 셈이다. 정부 관계자는 "AIIB 입장에서도 매우 바쁜 와중에 추가로 신경 써야 할 일이 생겼다"며 "한국인 고위직 재선정에 아무래도 조금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홍기택 부총재는 AIIB 휴직 절차를 마치고 이미 중국을 떠났으며 한국에 입국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홍기택 AIIB 부총재 휴직 사태를 계기로 국제금융기구 인사 추천 시스템을 합리적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제대로 된 검증과 추천 절차 자체가 없다는 지적이다.

어느 나라 정부나 자국 국적 인사가 국제금융기구 고위직에 도전하면 측면 지원에 나서게 된다. 다만 국제기구 관례상 "공식적인 추천이나 인선은 없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유일호 부총리는 "국제기구가 추천한다고 받아주는 시스템도 아니다"면서도 "우리가 지분이 많기 때문에 한국인이 부총재를 맡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밝힌 적은 있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 차원에서 홍기택 당시 KDB금융그룹 회장이 AIIB 부총재가 될 수 있도록 지원했다는 사실을 우회적으로나마 인정한 셈이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ADB 부총재 선임 때도 비슷한 '실수'를 한 적이 있다. 당시 한국 정부는 12년 만에 기필코 ADB 부총재 몫을 되찾겠다는 목표에 따라 일찌감치 표 확보에 나섰다. 이에 관료 출신이지만 국제기구 경험이 풍부한 A씨가 유력한 후보로 떠오른 바 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부총재 지명을 불과 4개월여 앞두고 A씨가 아닌 또 다른 인물 B씨를 밀었다. 물론 능력과 경험에서 B씨 역시 훌륭하다는 평가였지만 ADB 회원국들 사이에서 '뭔가 석연치 않다'는 인상을 줬다는 후문이다. 결국 ADB는 한국이 아닌 호주 부총재를 지명했다.

[정석우 기자 / 김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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