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채정안, 예전에도 앞으로도, 그녀의 이름 '딴따라'

강선애 기자 입력 2016. 6. 29. 15:55 수정 2016. 6. 29. 16:0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미지

[SBS funE | 강선애 기자] “‘딴따라’ 제목을 봤을 때 생각했어요. ‘그래, 내가 딴따라지...’”

부정적인 의미로 쓰였던 ‘딴따라’라는 단어가 언제부턴가 다른 느낌으로 여겨지고 있다. 때론 웃음으로 때론 눈물로 인생의 희로애락을 표현하며 대중 앞에서 스스로를 낮출 줄 아는 연예인. 그런 존재로서 ‘딴따라’는 더 이상 연예인을 낮잡아 부르는 말이 아니다.

배우 채정안은 쿨하게 스스로를 딴따라라고 일컫는다. 자기 일에 만족하고 열정적이며 으스대지 않는다. ‘흥부자’ ‘흥언니’라고 불릴 만큼의 유쾌함도 갖췄다. 이런 그녀를 ‘딴따라’만큼 잘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있을까.

딴따라 채정안이 ‘딴따라’를 만났다.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딴따라’에서 쿨한 ‘여사친(여자사람친구)’ 여민주 역으로 분한 채정안은 자기 옷을 입은 듯 완벽한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줬다. 여민주는 딴따라밴드의 ‘멋진 누나’ ‘쿨한 언니’였고, 채정안은 그런 여민주와 딱 맞아떨어졌다.

그래서 만나보고 싶었다. 그녀의 솔직한 쿨함을 직접 느껴보고 싶었다. 그리고 만났다. 드라마가 끝나고 일주일 후, 강남의 한 카페에서 그녀와 유쾌한 대화를 나눴다.

이미지

Q. ‘딴따라’의 민주는 쿨하고 속 깊은 캐릭터였어요. 근데 사랑에 있어선 서툴렀던 거 같아요. 신석호(지성 분)를 좋아하면서 고백 한 번 못하고 곁에 ‘여사친’으로 맴돌았죠.

채정안(이하 채): 석호가 힘들 때 곁에서 묵묵히 도와주는 것, 그게 민주만의 애정표현이었을 거예요. 그걸 처음부터 너무 ‘우정’이라고 딱 정해놔서, 민주도 더 이상 다가가지 못했죠. 민주가 재벌딸에 성격도 좋고 능력까지 있는 완벽녀인데, 그 완벽함 속에 있는 부족한 면이 바로 사랑에 서툴다는 점이었어요. 그게 저도 안타까워요.

Q. 극중 석호랑 그린(혜리 분)이 서로 좋아하게 되며, 민주까지 삼각관계가 형성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삼각관계의 갈등이 약했어요.

채: ‘딴따라’라는 드라마 자체가 멜로가 중심이 아니었어요. 그보단 딴따라밴드의 뭉클한 성장과정이 그려지는 게 중요했죠. 솔직히 전 그게 더 좋았어요. 보통 멜로에서 볼 수 있는 삼각, 사각관계의 갈등보단 딴따라밴드의 성장을 지켜보는 포지션에서 선배로서 누나로서 응원해 주는 게 더 만족스러웠어요.

Q. 실제로 민주 같은 여자가 있다면 엄청 인기가 많았을 것 같은데요.

채: 그렇죠. 그런 친구가 어딨어요. 석호가 10년이나 곁에 있어준 민주의 마음을 몰라줬다는 게 조금 비현실적이라 생각해요. 만약 제가 민주의 여자친구였다면, 민주한테 빨리 대시하던가, 그게 아니면 정신 차리라고 조언했을 것 같아요. 제가 봐도 여민주는 정말 괜찮은 여자거든요. 촬영하면서 제가 지성 씨한테 몇 번 말했어요. “나도 여민주 같은 친구 갖고 싶다”고.

이미지

Q. ‘딴따라’ 촬영장에 혜리, 이태선, 공명, 엘조 등 90년대에 태어난 배우가 많았잖아요. 어린 친구들과의 작업은 어땠나요?

채: 어린 친구들을 만난다고 해서, 제가 그들보다 훨씬 어른이라 생각하진 않아요. 사람이 나이가 든다고 갑자기 성숙해지고 철들진 않거든요. 제가 워낙 흥이 있고 편한 걸 좋아해서, 그 친구들한테도 맞추려 했어요. 물론 신종 개그나 유행어는 몰라도, 소통하고 다가가려 노력했죠. 또 애들이 워낙 예뻐서 절로 그런 마음이 우러나왔어요. 다행인 건 제 또래인 지성 씨가 있었고, 지성 씨가 그 친구들과의 팀워크를 위해 많이 애를 썼어요. 피곤해도 매 끼니는 같이 챙겨먹자며 식사 메뉴를 정하는 게임도 하고. 그러면서 더 잘 어울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배우 채정안은 차도녀 이미지가 강해서 그런지, ‘커피프린스 1호점’의 한유주부터 전작 ‘용팔이’의 이채영까지, 쿨한 성격에 부유한 여성 캐릭터를 주로 해왔어요. ‘재벌 전문배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채: 재벌이 아니었던 적이 없을 걸요?(웃음) 어느 순간부터 계속 돈과 권력으로 사랑을 갈구하는 재벌딸 역을 하고 있더라고요. 일부러 재벌녀 역만 골라서 하는 것도 아닌데, 저만의 차도녀 느낌이 있어서 그런지 자꾸 그런 쪽으로 러브콜이 들어와요. 그래서 솔직히 정체되는 기분이 들기도 해요. ‘내가 왜 자꾸 재벌녀로 나오지?’라며 고민한 적도 있고요. 연기하는 데 있어서 제약이 될까봐 그걸 깨고 싶은 마음이에요. 가난해도 좋으니 진짜 사랑을 받는 역을 하고 싶어요. 이런 생각을 저만 하고 있는 게 아니에요. 제 또래나 후배들, 재벌녀나 차도녀 역할을 주로 하는 여배우들은 다 비슷한 생각을 하더라고요. 얼마나 외로웠겠어요. 제가 그들을 위로해 주고 싶어요.

Q. 그래도 ‘딴따라’의 여민주는 여느 재벌딸들과 많이 달랐잖아요. 재벌들의 권위적인 모습들에 치를 떨며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보통의 사람으로 지내려 부단히 노력했어요. 자기보다 남을 더 챙기고 베푸는 모습이 훈훈했고요.

채: 사실 여민주 역도 재벌녀라는 설정 때문에 처음엔 부담스러웠어요. 실제 저 채정안은 재벌2세가 아니라 평범한 사람이니까요. 작가님이 제가 어느 부분에 지쳐하고 갈증을 느끼는지 아신 거 같아요. 그래서 민주를 여느 재벌녀의 모습과 달리, 요즘 시대가 원하는 여성상, 친구관계에서 있었으면 좋을 친구의 모습으로 그려주신 게 아닐까요. 그런 민주를 연기하며 저도 다른 작품 때보다 덜 긴장하고 덜 부담 느끼고 편안했어요.

이미지

Q. 그럼 재벌녀가 아닌, 새롭게 하고 싶은 장르나 배역이 있나요?

채: 멜로, 정말 진하게 사랑하는 거요. 그게 꼭 이성 간의 사랑이 아니어도 돼요. 모성애가 될 수도 있고, 사제지간이 될 수도 있고요. 관계에 있어서 아주 지독하고 처절한, 그런 사랑연기를 하고 싶어요. 배우들은 편하게 연기하면, 그 다음 번엔 너덜너덜해진 기분을 느끼고 싶을 때가 있어요. ‘딴따라’가 너무 착했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해서 그런지, 다음 작품에선 캐릭터와 치열하게 싸우고 싶어요.

Q. 원래 성격은 어때요? 작년에 SBS 예능 ‘썸남썸녀’에 나온 걸 보니, 굉장히 솔직하고 쿨한 성격으로 보이던데요. 지금 인터뷰를 하면서도, 그렇게 느끼고요.

채: 재밌는 거 좋아하고 진지한 거 힘들어하긴 해요. 조용한 분위기를 못 참고 깨고 싶어하는 장난꾸러기예요. 그래서 처음에 연기자가 되고 힘들었어요. 연기에 집중하는 데 시간이 길게 걸려서요. 아주 예전에 신비주의로 여겨졌을 땐, 매니저가 방송에 나가서 말하지 말라고도 했어요. 방송에서 제가 폭탄발언들을 하니, 매니저가 많이 힘들어했죠.(웃음)

Q. 그런 면이 오히려 요즘 예능과는 잘 맞을 것 같은데요. ‘썸남썸녀’도 해봤잖아요. 새로 예능에 출연하고 싶은 마음은 없나요?

채: 저와 맞는 예능이라면 제가 신나서 재밌게 잘할 수 있을 거 같아요. 근데 재미없으면 너무 티가 나요. 방송용 리액션이라 하나요? 그걸 잘 못해요. 재미가 없으면 말을 잃어요. 그런 면을 다듬는다면, 예능도 괜찮겠죠. 강아지를 좋아하니, 반려견과 함께하는 예능이 있다면 출연해 보고 싶어요.

이미지

Q. ‘편지’, ‘무정’ 등의 히트곡도 있는 3집 가수인데, 가수로 활동할 계획은요? ‘딴따라’를 통해 가요계 경험을 하며, 옛날 생각이 많이 났을 거 같은데요?

채: 앨범 계획은 항상 있어요. 저 혼자만의 생각이지만요.(웃음) ‘딴따라’에서 무대 위의 딴따라밴드를 보면 괜히 제가 벅차고 그랬어요. 저도 예전에 서 본 무대니까요. 연기지만 그런 벅찬 느낌 속에서 연기하는 배우들이 부러웠어요. 저도 올라가보고 싶었고요. 이젠 후배들이 설 곳이니 전 양보해야겠죠.

Q. 멋진 누나, 쿨한 언니.. 후배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을 것 같아요. 후배들한테 어떤 선배로 기억되고 싶나요?

채: 살면서 힘들 때 떠올리면 든든한 위로가 되는 선배,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거창하게 연기로 기를 주겠다, 뭐 그런 건 아니고요. 오롯이 한 길을 꾸준하고 성실하게 가는, 그런 선배로 기억되고 싶어요. ‘언니 술 한잔 사줘요’ 했을 때 아무 말 없이 나와주는 내 편, 그런 따뜻한 기운을 줄 수 있는 사람이고 싶어요.

[사진제공=더좋은 이엔티]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 SBS 실시간 방송 정보 APP 다운로드

[SBS FunE 관련기사]

[인터뷰] '굿바이 싱글' 김태곤, 진짜 코미디를 아는 감독
[인터뷰]베이빌론 “내 3%만 보고 100% 안다고 생각지 말았으면”
[인터뷰] 김혜수의 옛날 옛적에…그리고 지금은
[인터뷰]곽진언 “목소리 톤만 무겁지 과묵과는 거리가 멀어요”
[인터뷰]영지, 아직 건재합니다 ‘가수-교수-사업가로 팔색조 매력’

Copyright ©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