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그후③]분리 움직임 강해지는 스코틀랜드 가보니

에딘버러|이인숙 기자 2016. 6. 29.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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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8일 영국 스코틀랜드 에딘버러의 번화가 로열마일로 주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스코틀랜드 출신인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의 동상 뒤로 성 메리 성당이 보인다.

28일(현지시간) 영국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만큼 충격적인 뉴스로 들끓었다.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16)에서 축구종주국 잉글랜드가 아이슬란드에게 패한 것이다. 영국인들에게는 EU 탈퇴 국민투표가 설마 했던 브렉시트로 결론난 것에 버금가는 반전이다. 빗줄기가 간간히 내리던 이날 오후 스코틀랜드 에딘버러의 번화가 퀸스트리트의 백화점에서 만난 드루 호키(23)는 “잉글랜드가 져서 좀 고소했다”고 했다.

스코틀랜드 의회는 이날 브렉시트 문제를 놓고 대토론회를 열었다.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다시 하겠다고 호언한 니콜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석장관에게 의회가 얼마나 힘을 실어줄지가 관심이었다. 스코틀랜드는 2014년 한 차례 주민투표를 했으나 영국 잔류가 55%로 독립 45%를 앞서 부결됐다. 에딘버러에서 만난 이들은 대개 “주민투표를 다시 하면 독립을 지지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토론회를 통해 본 현실은 그리 간단하지는 않은 듯했다.

■격론 벌어진 홀리루드 에딘버러의 올드타운에서 발길이 가장 많이 오가는 로열마일 거리 끝에, 런던 웨스트민스터의 위용과 대비되는 아담한 건물이 나타났다. 보통 ‘홀리루드’라 부르는 스코틀랜드 의회다. 아서 왕의 카멜롯 궁전이 있었다는 전설을 가진 아서스시트 산이 의사당 뒤로 넓고 길게 뻗어 있다. 의사당 앞에는 방송 중계차들이 서 있었다. 본회의장의 방청석도 빈 자리가 거의 없었다. 현지 일간 더네이션은 “스코틀랜드 의회가 생긴 이래 처음으로 BBC가 웨스트민스터 중계 스위치를 끄고 홀리루드를 생중계했다”며 이날 토론회에 쏠린 관심을 전했다.

28일 스코틀랜드 에딘버러의 홀리루드에 있는 의사당 앞에서 방송 취재진이 중계 준비를 하고 있다. 이날 스코틀랜드 의회는 니콜라 스터전 수석장관에게 유럽연합(EU)과의 협상 전권을 주는 안을 통과시켰다.

129명의 의원 중 3분의 2가 넘는 이들이 3시간의 토론 내내 자리를 지켰다. 녹색당의 로스 그리어 의원은 “스코틀랜드의 미래를 보장하는 유일한 방법은 독립”이라고 했고, 보수당의 잭슨 칼로 의원은 “스터전은 유럽행 투어버스가 아니라 런던에 있어야 한다”며 독립 주장을 맞받았다. 이날 토론에서 의원 63명의 집권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을 비롯해, 노동당과 녹색당 등 여러 정당이 스터전에게 EU와의 협상 전권을 주는 안을 통과시켰다. 곧바로 독립 주민투표를 하기보다는 우선 자체적으로 협상해 EU에 남을 방법을 찾자는 것이다. 스터전도 토론 시작 전 성명에서 “지금은 주민투표를 요구하지 않을 것이며, 스코틀랜드가 EU에서 지위를 확보할 방법이 독립 뿐이라면 그때에 의회에 결정을 묻겠다”고 말했다.

보수당은 반대했다. 스터전이 직접 EU와 협상할 게 아니라 영국의 협상팀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스터전은 29일 브뤼셀로 날아가 마르틴 슐츠 유럽의회 의장을 만날 예정이다. 도날드 투스크 EU 상임의장은 적절한 때가 아니라며 면담을 거절했다.

■“독립하면 좋지만…가능할까?” 스코틀랜드 최대 도시 글래스고 출신인 호키는 “다시 분리 주민투표를 하면 분리를 지지할 것”이라고 했다. “영국에 특별한 반감은 없지만, 여권 없이 자유롭게 여행하고 물건도 세금 없이 싸게 살 수 있는, 국경 없는 유럽이 좋기” 때문이다. 퇴근길 인파가 붐비는 웨이벌리역에서 만난 직장인 케일리 헨드리(23)는 “EU에 남아 있으면 직장을 잡기도 좋고 젊은 사람에게 기회가 많다”고 했다. 하지만 다시 분리 주민투표를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스터전이 EU와 직접 협상하기도 힘들 것이고, 무엇보다 영국 측이 분리 주민투표를 막지 않겠냐는 것이다.

스코틀랜드가 자랑하는 <국부론>의 저자,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의 동상이 에딘버러 시내 로열마일의 번화가에 서 있다. 스미스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을 봤다면 어떻게 평가했을까.

에딘버러 토박이 제임스 랭킨(67)도 독립을 지지했다. “EU를 떠나면 농업·수산업 혜택도 끊기고 잃을 게 많지만 무엇보다 웨스트민스터가 우리를 통제하는 게 싫다. 보수당과 노동당 모두 스코틀랜드에 신경을 안 써서 SNP가 뜬 것 아니냐”고 했다. 부인과 함께 카페에서 차를 마시던 리처드 제임스(32)는 “지난 번에는 독립을 지지했지만 다시 한다면 잘 모르겠다”고 했다. 오로지 EU에 들어가기 위해 독립을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현실적이지도 않다는 주장이다. 그는 “EU도 런던 같은 큰 경제권이 들어오기를 바라지 스코틀랜드만 들어가는 건 별로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사당에서 만난 이언 마쉬(32)는 ‘잉글랜드인’이었다. 그는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탈퇴를 지지했지만 런던에 사는 형과 누나는 잔류파였다. 그는 “스코틀랜드는 잉글랜드와 생각이 많이 다른데, 차라리 독립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반면 함께 여행온 형과 누나는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가 같이 있어야 더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북아일랜드 출신 고교 교사 코너 맥커천(53)은 “스코틀랜드가 독립 투표를 하는 것에 찬성한다, 북아일랜드도 (영국과 떨어져) EU에 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의 민심은 이렇게 갈려 있었다.

<에딘버러|이인숙 기자 sook9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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