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진 교수의 드라마 세상>디어 마이 프렌즈, 황혼녘의 인생에 대한 극적 성찰

기자 입력 2016. 6. 29.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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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음은 정녕 자연이 인간에게 내린 형벌일까. 불로장생(不老長生)의 꿈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늙음은 분명 축하할 일은 아닌 듯하다. 그렇다고 해서 늙음을 마냥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삶의 연륜과 함께 지혜로워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 드라마에서 늙음은 형벌과도 같았다. 늙음과 병듦이라는 자연현상을 외면하고 싶어 하는 대중심리가 만들어낸 현상이 아닐까 싶다.

이런 현실에서 ‘황혼 청춘들의 인생 찬가’를 표방한 tvN 금토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는 상당히 이례적이었다. 게다가 아무리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해도 ‘꼰대’로 폄훼됐던 노인들의 사연, 그것도 늙음과 병듦을 통해 인생을 이야기하는 드라마가 시청자의 이목을 집중시킬지 의문이었다. 하지만 작가와 연출 그리고 배우들이 부르는 황혼의 인생 찬가에 대한 시청자의 반응은 뜨거웠다. 인간과 삶에 대한 진정성이 통한 것이다.

“미안하지만, 난 당신들이 궁금하지 않아.” 번역가 박완(고현정)은 요즘 시니어 이야기가 대세니 그들에 대한 글을 써보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엄마 장난희(고두심)의 제안에 늙은이들 이야기를 누가 읽겠느냐면서 아무것도 궁금하지 않다고 단언한다. 하지만 그녀는 엄마를 이해하고 싶어서, 그래야만 엄마에게 예속돼 있었던 자신을 바로 세울 수 있을 것 같아서 엄마와 엄마 친구들의 이야기를 쓰기로 결심한다. 시니어의 삶에 대한 글쓰기는 그녀에게도 유학 시절 교통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된 애인 서연하(조인성)와의 사랑을 다시 시작하는 계기이기도 하다.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시니어들의 인생은 말 그대로 한 편의 드라마와 다를 바 없었다. 매사에 거침없이 시원한 성격이지만 젊은 시절 남편의 불륜 때문에 남몰래 가슴앓이를 했던 장난희, 신혼 시절 남편이 약속했던 세계일주의 꿈을 안고 살아가는 문정아(나문희), 망상성 치매기가 있다는 진단을 받고 남은 인생이 두려워진 천생소녀 조희자(김혜자), 열아홉 살 어린 시절부터 배우와 모델로 승승장구했어도 결혼생활은 순조롭지 않았고 암까지 걸렸지만 유머를 잃지 않는 연기자 이영원(박원숙), 진보적인 연애관과 타고난 입담으로 언제나 주위에 사람이 끊이지 않지만 결혼 한번 해보지 못한 늙은 처녀 오충남(윤여정)까지 어느 누구 하나 파란만장하지 않은 인생이 없다.

이 드라마는 황혼녘의 인생에 대한 찬가를 넘어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까지 시도한다. “끝까지 엄마답게, 끝까지 투사처럼”의 부제를 달고 있는 에피소드에서 알 수 있듯이, 나이가 들면서 더 커지는 암과 치매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를 가슴 먹먹하게 형상화하면서 삶에 내재돼 있는 죽음을 직시하라고 나지막하게 이야기한다. 그토록 씩씩했던 장난희는 간암 진단을 받고, 남편의 죽음 이후 혼자 살 수 있다고 자신했던 조희자는 치매에 걸려 내일을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장난희와 조희자가 병에 걸린 것보다 더 가슴 아픈 일은 이들이 젊은 시절 감내했던 상처가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이다.

장난희는 간암 수술을 앞두고 너무 무섭고 억울하고 살고 싶다며 오열하고, 조희자는 등에 업은 갓난아이가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죽은 것을 자책한다. 이들에게서 투사처럼 굳세다고 생각했던 우리의 엄마가 보이기 때문에 더 슬프다.

충남대 교수·드라마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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