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산누출이 우리 책임이라고? 그저 시키는대로만 했다"

구미현 입력 2016. 6. 29.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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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뉴시스】 배병수기자 = 28일 오전 9시 15분께 울산시 온산읍 대정리 고려아연2공장에서 황산이 누출돼 작업자 등 7명이 부상을 입었다. 현재 소방당국이 현장에 출동해 인명구조와 함께 추가 누출을 막기 위한 배관 차단에 나서고 있다.2016.06.27. bbs@newsis.com
【울산=뉴시스】배병수 기자 = 전국 플랜트건설노동조합은 29일 오전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지난 28일 일어난 고려아연 황산누출사고에 대해 검찰은 이번 사건 발생의 원인을 명확히 수사해 그 책임자의 죄를 무겁게 물어야 하고 고려아연은 책임을 인정하고, 산재 노동자들 앞에 사죄하고 보상하라! 고려아연을 비롯한 울산 건설업체들은 플랜트노동조합이 안전보건 활동을 보장하라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6.06.29. bbs@newsis.com

고려아연2공장 사고 목격자 증언
당시 인근에서 배관 작업 중 사고 목격
"V자 적힌 배관은 모두 풀어라" 지시 받아
"우리의 유일한 보호 장비는 코팅장갑 한켤레"

【울산=뉴시스】구미현 기자 = "작업자들의 실수라고요? 우리는 그저 사고 전날 안전교육에서 받은 지시대로만 했을 뿐입니다."

15년간 건설 플랜트 현장에서 배관설치 작업을 해온 A씨는 29일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이 마련한 기자회견에 목격자 증언을 위해 참석했다.

A씨는 지난 28일 울산시 울주군 고려아연 2공장에서 발생한 황산 유출 사고 당시 인근에서 작업중이었다. 누구보다 당시 상황을 정확하고 알고 있는 인물 중 한명이다.

그는 "'작업자들이 다른 배관의 맨홀을 열어서 황산이 누출됐다'는 기사를 보고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생각해 이 자리에 섰다"고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증언에 따르면 사고 전날인 27일 한림이엔지 소속 근로자 8명은 원청인 고려아연 관계자로부터 안전교육을 받고 그 중 4명이 다음날 작업에 대한 지시를 받았다.

A씨는 "아침 조회때 안전에 대해 들었던 말은 배관에서 황산 몇 방울이 떨어질 수 있으니 코팅 장갑을 끼고 하라는 말 뿐이었다"고 했다.

그는 "황산 등 강산성 유해물질 작업을 할 때 입어야 하는 보호복은 없었다"며 "원청 직원들은 노란 방산피복을 입고 작업해도 우리에게는 지급하지 않았다. 우리가 받은 것이라고는 코팅장갑, 보안경, 1회용 마스크뿐이었다"고 했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냐는 질문에 그는 "한림이엔지는 근로계약서를 사고 당일인 오전 10시쯤 쓰자고 했다"며 "작업은 오전 8시부터 진행됐는데 사고가 9시쯤 터지는 바람에 부상자들은 근로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근로자들이 작업순서를 지키지 않아 사고가 났다는 원청 고려아연 측의 주장에 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A씨는 "한림이엔지 소장이 V자가 표시된 배관은 모두 풀라고 했다. 분명 작업 지시를 그렇게 받았다. 어느 배관라인은 풀고 어느 라인을 하지 말라는 얘기는 못 들었다"며 "소장에게 사고가 난 배관 라인을 작업하러 간다고 보고했더니, 소장도 별말 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안전작업허가서가 시설마다 배치돼 있고, 원청 관리자와 감독관이 안전허가서와 작업 내용을 대조한다. 그렇게 때문에 안전작업허가서를 작업자 마음대로 해석해 다른 작업을 하는 경우는 있을 수 없다"고 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서 플랜트노조는 사고가 발생한 고려아연 사업장을 '죽음의 공장'이라고 했다.

노조 관계자는 "다른 대기업 플랜트 건설 사업장에서는 안전관리감독이 비교적 철저히 이뤄진다"며 "예를 들면 SK, S-OIL, 삼성BP화학 등은 안전관리자가 나와서 가스 누출 확인 기구를 제공한다. 그러나 고려아연은 안전관리에 대해 소극적이다. 이 부분에 대해 노동고용부가 철저한 조사를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종화 플랜트노조 울산지부장은 "이번 사고 원인은 건설현장의 최저가 낙찰제에서 비롯됐다"며 "건설현장의 다단계 하도급 문제 등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 지부장은 "솜방망이 처벌도 사고를 반복시키는 원인"이라며 "검찰은 이번 사건 발생 원인을 명확히 수사해 그 책임자의 죄를 무겁게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8일 오전 9시 15분께 고려아연 2공장에서 배관 보수 작업 중 배관 맨홀을 여는 과정에서 황산이 함유된 액체 1000여ℓ가 누출됐다.

이 사고로 협력업체 근로자 6명이 중경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나 이 중 2명은 생명이 위독한 상태다.

gorgeousko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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