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프로필·사진.. '소개팅 앱' 주의보

가입비 비싼 결혼정보회사 대신

주선료 저렴 ‘앱’ 젊은층에 인기

학벌·직업·소득 따져 가입 제한



“검사집안 출신 사업가” 행세

여성 7명에게 수억원 가로채

‘의대·치대·한의대·약대·로스쿨·교대, 서울 소재 4년제 대학교, 카이스트·포항공대, 지방거점국립대학에 재학 중 혹은 졸업한 20∼39세 남성 및 여성(수도권 소재 4년제 대학 가능)으로 가입 자격을 제한합니다.’

학벌과 직업, 나이에 따라 가입 자격을 엄격히 제한하는 ‘소개팅’ 애플리케이션(앱)이 성행하고 있다. 이런 소개팅 앱은 주선료도 저렴해 20∼30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문 결혼정보업체들이 소득, 학력 등으로 사람에게 등급을 매긴다고 비판받아 왔는데, 이제는 스마트폰 앱까지 차별을 조장한다”고 우려하는 가운데, 소개팅 앱을 악용해 판·검사나 고위층 집안의 자녀인 것처럼 속여 돈을 뜯어내는 사기 사건까지 발생, 주의가 요구된다.

서울 소재 사립대 졸업 후 출판사에 다니는 이모(여·28) 씨는 지난해 10월부터 소개팅 앱 3개에 가입해 20여 명의 남자를 소개받았다. 이 씨는 “내가 선호하는 학벌이나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한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최모(30) 씨는 “일반 소개팅 앱보다 가입 조건이 엄격한 소개팅 앱을 통한 만남이 더 신뢰가 간다”고 했다.

이런 소개팅 앱이 인기를 끄는 건 비용이 거의 들지 않기 때문이다. 100만∼500만 원을 내야 하는 결혼정보회사와 달리 소개팅 앱은 가입비가 없다. 사진과 프로필을 보고 상대방이 마음에 들 경우, 평균 4000원 정도의 주선료만 결제하면 상대방에게 ‘알림’이 전달된다. 상대방이 수락하면 서로의 휴대전화 번호를 알 수 있다. 지난 2014년 만들어진 한 앱은 올해 6월 현재 가입자가 5만여 명에 이르고, 100여 쌍이 결혼에까지 ‘골인’했다.

하지만 앱에 가입하기 위해 재학증명서나 재직증명서를 제출하고, 관리자에게 승인을 받아야 하는 시스템이 문제란 지적이다. 명문대 출신이나 전문직 종사자 등이 아니라면 이런 앱을 통해 이성을 소개받을 자격도 없는 셈이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29일 “젊은이들이 소개팅하는 앱에 가입하는 것조차 학력과 직업, 소득 등 일정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게 씁쓸하다”며 “계층 간 이동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저학력·저소득층은 사회적으로 배제되고 소외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특히 남의 사진을 도용하거나 가짜 프로필을 올려 여성들을 속이는 등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도 높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서울 수서경찰서는 소개팅 앱에 고급 수입차와 돈다발 사진 등을 올려놓고, “아버지와 형, 작은아버지는 검사이고 어머니는 변호사다. 나는 재산이 많은 사업가”라고 속여 여성 7명에게서 344차례에 걸쳐 모두 3억100만 원을 가로챈 혐의(사기 등)로 한모(31) 씨를 구속했다. 공갈 등 전과 16범인 한 씨는 무직에 빈털터리로 도박 자금 마련을 위해 사기를 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38.4%에 달하는 소개팅 앱 이용자들이 ‘타인에게 공개되는 자신의 프로필 정보를 허위로 입력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외모를 허위로 입력한 비율이 19%로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박효목·김리안 기자 soarup624@munhwa.com

[ 문화닷컴 바로가기 | 소설 서유기 | 모바일 웹]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