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급발진 사고가 우주 입자 때문이라고?"

2016. 6. 29.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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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중이온가속기로 '우주선'에 의한 반도체 오류 잡는다

한국형 중이온가속기로 '우주선'에 의한 반도체 오류 잡는다

(대전=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중이온가속기가 들어서면 그동안 해외에서 해야 했던 반도체 테스트를 국내에서도 할 수 있게 되는 건가요?"

지난달 기초과학연구원(IBS) 중이온가속기건설구축사업단에 한 통의 이메일이 도착했다.

국내 굴지의 반도체 업체에서 근무하는 한 박사급 연구원이 보낸 메일에는 "국내에 고에너지 중성자 조사시설이 없다는 것이 항상 아쉬웠는데, 한국에 중이온가속기가 생긴다는 이야기를 듣고 반가운 마음에 연락했다"고 쓰여 있었다.

이 연구원은 사업단이 2021년 완공을 목표로 한국형 중이온가속기 '라온' 건설을 추진 중이라는 뉴스를 보고 연락했다고 전했다.

자신은 자동차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제조하는 업무를 하고 있는데, 차량 급발진 사고 등에 대비해 반도체가 '우주방사선'(cosmic ray, 우주선)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제조업체가 직접 입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우주방사선은 우주에서 지구로 쏟아지는 높은 에너지를 가진 입자나 방사선 등을 말한다.

대부분 대기권을 통해 걸러져 지상에는 거의 도달하지 않지만, 아주 미약한 양의 방사선에도 민감한 반도체 산업이나 슈퍼컴퓨터 등에는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최근 스마트 자동차 개발로 자동차에 쓰이는 반도체의 집적도가 높아지면서 반도체가 우주선에 의해 오류를 일으킬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자동차 반도체의 국제 기준은 중성자나 알파 입자에 대해 내성을 가졌는지 등을 '반도체 신뢰성에 대한 방사선 영향 테스트'(Radition effect test for semiconductor reliability)를 통해 평가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 2009년 발생했던 도요타 자동차 급발진 사고의 경우 우주선에 의해 자동차 소프트웨어에 오류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09년과 2010년 당시 도요타와 렉서스 브랜드 차량 급발진 문제로 미국에서 대량 리콜사태가 이어지자 차량 결함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가 이뤄졌지만, 이유를 밝혀내지 못했고 결국 조사를 의뢰받은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우주선이 소프트웨어 오류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KISTI(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한 연구원은 "우주선은 에너지가 세기 때문에 실리콘 기반 반도체의 신호를 '1'에서 '0'으로 바꿀 수 있다"면서 "반도체 하나로는 확률이 낮지만 반도체 집적도가 높아질수록 오류를 일으킬 가능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자동차업계 기술이 스마트 자동차나 인공지능 자동차에 이르면서 원자 10∼20개를 합친 정도 나노스케일 규모 수준까지 반도체가 집적되고, 이에 따라 우주선에 의해 오류가 날 확률도 높아지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실리콘 반도체 기반이 아닌 양자컴퓨터나 광컴퓨터가 사용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동차 반도체를 방사선으로부터 완전히 차폐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어느 정도의 영향이 미칠지를 테스트해야 하는데, 기존 양성자 가속기나 방사광 가속기로는 실험이 불가능하다.

고에너지를 사용하는 중이온(heavy ion) 가속기가 필요한데, 국내에 관련 실험시설이 없어 해외 가속기 시설에 시험을 의뢰해 왔다.

하지만 행정적인 절차가 복잡하고 관세 등 추가 비용이 드는 문제점이 있었다.

일본의 경우 2014년부터 리켄(RIKEN) 가속기센터에서 반도체 기업과 함께 우주방사선이 반도체에 미치는 영향을 테스트해오고 있다.

이 연구원은 "일본은 모든 종류의 방사선 조사 실험을 국내에서 수행할 수 있어 부러웠는데 국내에도 중이온가속기 시설이 들어선다는 발표를 보고 반가웠다"며 "완공 전에라도 이용할 수 있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 한국형 중이온가속기 '라온'이 들어서면 관련 테스트를 국내에서 수행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라온은 과학벨트 거점지구인 신동지구 내에 1조4천445억원을 들여 13만㎡ 규모로 들어선다. 희귀 동위원소를 생성해 핵물리·물성과학·의생명 등 기초과학분야에 활용하게 된다.

정순찬 중이온가속기건설구축사업단장은 "중이온가속기로 얻은 데이터를 이용해 핵력의 본질을 밝히거나 중성자로 이뤄진 중성자별을 연구하는 등 기초과학 연구뿐만 아니라 신소재 개발, 차세대 방사선 치료법 개발, 핵폐기물 재처리 연구, 방사선 육종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j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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