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형 건설사, 산재 발생 ‘은폐’ 되돌이표읽음

김지환 기자

업체들, 사고 나면 보험료 인상 등 불이익 우려 ‘쉬쉬’

평화의댐 공사장서 하청 노동자 3명 추락사고 은폐

119 구급대원들이 지난해 4월15일 강원도 평화의댐 공사장에서 작업하다 추락하는 콘크리트 타설 기계 지붕에 맞아 부상한 작업자들을 구조하고 있다.  한정애 의원실 제공

119 구급대원들이 지난해 4월15일 강원도 평화의댐 공사장에서 작업하다 추락하는 콘크리트 타설 기계 지붕에 맞아 부상한 작업자들을 구조하고 있다. 한정애 의원실 제공

지난해 강원 화천 평화의댐 공사장에서 콘크리트 타설 기계가 추락하면서 하청 노동자 3명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1명에 대해서만 산업재해 발생 보고를 받아 시공사인 대림산업, 전문건설업체인 해창개발이 산재를 은폐한 것으로 확인됐다. 산재 은폐 적발 시 내야 하는 과태료보다 공사입찰 제한, 보험료 인상 등 산재 보고 시 받는 불이익이 더 큰 구조에선 산재 은폐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입수한 119 구급활동 일지를 보면, 지난해 4월15일 오후 8시쯤 평화의댐 경사면에서 콘크리트 타설 기계 지붕이 작업 중인 ㄱ씨(54), ㄴ씨(51), ㄷ씨(54) 등 해창개발 노동자 3명 위로 떨어졌다. ㄱ씨와 ㄴ씨는 전신 통증을 호소했고 ㄷ씨는 두부열상 증상을 보였다.

하지만 하청 노동자 3명 중 노동부에 산재 보고가 이뤄진 것은 ㄷ씨 1명뿐이었다. 해창개발은 ㄱ씨와 ㄴ씨에 대해선 산재 발생 보고를 하지 않았다. 대림산업은 “평화의댐에서 2명이 다쳤는데 1명은 산재 처리를 했고 팔 골절상을 입은 다른 1명은 상호 합의하에 공상 처리(산재 처리를 하지 않는 조건으로 사업주가 치료비·보상금 등을 지급하는 것)했다”며 “나머지 1명의 부상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은 ‘휴업 3일 이상’의 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는 1개월 이내에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보고 의무 위반 시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평화의댐 사고의 경우 재해자들이 소속된 해창개발에 과태료가 부과되며 원청인 대림산업에는 과태료가 부과되지 않는다.

노동부는 한국수력원자력의 발주로 현대건설이 시공 중인 원자력발전소 공사 현장에서도 하청 노동자 100명 이상의 산재가 은폐됐다는 의혹이 지난달 제기돼 조사를 벌이고 있다. 노동건강연대가 입수한 회사 내부 문건에는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경북 울진의 신한울 1·2호기 원전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노동자 121명의 사고 종류와 공상 처리 여부가 적혀 있다. 121명 중 대다수가 공상 처리된 것으로 정리돼 있다. 노동부는 “상당 부분 산재 은폐를 한 사실이 확인돼 보고 의무를 위반한 하청업체들에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노동부가 지난 17일 입법예고한 산안법 개정안에는 “산재 은폐 근절을 위해 고의적 은폐의 경우 형사처벌을 할 수 있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한 의원은 “공사입찰 제한, 보험료 인상을 우려해 산재 은폐를 공모·지시하는 원청도 페널티를 받도록 해야 한다”며 “근본적으론 독일, 미국 일부 주처럼 병원이 산재를 신고토록 시스템을 바꿔야 산재 은폐를 근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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