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플러스] 심리치료도 없이..세월호 아픔 안고 간 그 경찰

이희정 입력 2016. 6. 28. 21:43 수정 2016. 6. 29.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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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앞서 1부에서 전해드린 것처럼 세월호 참사 800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의혹은 한둘이 아닙니다. 아물지 못한 상처도 여전합니다. 희생자 가족들은 물론, 참사 현장에서 함께한 수많은 사람들, 모두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사고 해역에 가장 먼저 달려갔던 경찰관은 얼마 전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단 한 번의 심리치료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이 알려졌지요. 오늘(28일) 탐사플러스에선 세월호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사람들과 이를 외면하는 정부의 모습을 짚어봤습니다.

이희정 기자입니다.

[기자]

세월호 참사 72일째인 지난 2014년 6월 26일 밤,

[고 김 경위 유족 : 그 날 8시 넘어서 통화를 했어요. 회식자리에 누구누구 있다. 웃으면서 통화를 했고. 집에 갈 거니까 기다리고 있어.]

회식 후 집으로 오겠다던 진도 경찰서 소속의 김 모 경위는 팽목항 인근의 진도대교로 향했습니다.

[동료 경찰 : 낯선 사람이 진도대교에 앉아 있는데 위험하다. 현장에 가 본 거죠. 20분 동안 이야기를 나눴죠. 당연히 올라와라. 근데 보는 와중에…]

김 경위는 세월호 참사 당일인 2014년 4월 16일, 가장 먼저 사고 해역으로 달려갔습니다.

[동료 경찰 : 직접 어선을 타고, 낚싯배를 타고 거기 갔어요. 현장을 직접 봤습니다. 현장에는 혼자서 지휘를 하셨습니다.]

이후 73일 동안 현장을 수습하고 유가족을 지원하는 업무를 맡았습니다.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 여느 경찰관과 다르게 정말 헌신적으로 많은 걸 해줬어요. 뭐가 먹고 싶다고 하면 새벽이라도 가서 사갖고 오는 게 그 사람….]

팽목항과 진도체육관을 오가며 수습한 시신의 신원을 확인해 가족들에게 알렸습니다.

[동료 경찰 : 마지막으로 남은 시신을 직접 복구하셨죠. 훼손 상태가 심하니까 유족이 확인을 못해서 직접 가서 시신을 보고…]

70여 일 넘는 동안 3일 밖에 퇴근하지 못할 정도로 업무 부담이 컸습니다.

[동료 경찰 : 날마다 살았어요. 유족들 위로하면서, 거의 안 들어갔다고 봐야죠.]

하지만 정작 30분 거리에 있는 자신의 집은 거의 찾지 못했습니다.

[고 김 경위 유족 : 오십 며칠 만엔가 집에 처음 왔었어요. 딸을 너무 보고 싶어 하니까. 인상착의나 옷을 확인하면서 (세월호) 가족들한테 전하는 게 너무 고통스러웠나봐요. 항상 누구 올라왔다고 할 때마다 전화해서 울더라고요.]

심리치료는 한 번도 받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고, 이에 유족들은 "업무상 스트레스로 우울증이 생겨 사망했다"며 보상을 요구했습니다.

[이소아 변호사/공익인권법재단 '동행' : 70일이 넘게 죽음을 맞대면하는 작업을 한 분이죠. 유가족에게 알리고…정상적인 사람도 그렇게 일할 수 없어요.]

그러나 순직 여부를 심사하는 공무원연금관리공단 측은 보상을 거부했습니다.

특진 심사에서 탈락한 좌절감 때문에 과하게 마신 술이 결정적 원인으로 공무와 상관 없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결국 소송으로 이어졌고, 유족은 심리부검을 진행했습니다.

국립나주병원이 진행한 심리부검에서 '경찰 공무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결론냈지만 공단 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공무원연금관리공단 관계자 : 심리적 부검이 주로 쓰이는 건 자살 예방 등 교육에 많이 쓰이고요. 소송 관계나 이해 관계를 다투는 상황에서 많이 쓰이는 것은 아닌….]

개인이 감당하기에 과한 업무량에, 두 달 넘게 희생자 죽음과 절망에 빠진 가족들에게 노출된 것을 이유로 꼽았습니다.

[고 김 경위 유족 : 다른 가족들은 밥을 못먹고 있대요. 갓김치가 너무 맛있게 익었으니까 이거라도 갖다 주면, 이거에 밥 몇숟갈 더 뜰 것 같다고…]

결국 재판부는 심리부검을 토대로 "업무상 스트레스로 생긴 우울증이 자살로 이어졌다"며 유족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 저희 가족들이 원하는 게 뭔지 가장 가까이에서 몸소 실천해줬던… 심지어 가족들보다도 늦게까지 돌봤고. 아침 일찍 이상 있는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가장 제일 먼저 살펴 준 사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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