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위→의총→최고위→의총..긴박했던 국민의당

2016. 6. 28.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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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오늘 스포트라이트] ‘리베이트 의혹’ 국민의당의 하루
왕주현 사무부총장 구속에 당 지도부 초긴장
“당헌당규 따라 기소 때 당원권 정지”로 결론
‘국민 눈높이와의 간극’ 우려 목소리
박지원 “안철수 대표가 강경론 펼쳐” 변호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앞줄 맨 왼쪽)가 2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을 받고 있는 박선숙, 김수민 의원에 대한 의원들의 의견을 모으려고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기성 정당의 관습을 타파하겠다며 출범한 국민의당이었던 만큼 국민들의 실망감이 더욱 클 것이다. 사법기관이 아닌 정당이 그 구성원에게 내릴 수 있는 최고 수위의 징계를 내렸다.”

28일 오후 5시, 의원총회를 마치고 취재진 앞에 선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에 휘말린 박선숙·김수민 의원 등에 대해 당이 ‘기소시 당원권 정지’ 처분을 내린 것에 대해 당대표로서 사과와 양해를 구한 것이다. ‘출당’ 결정이 내려지지 않은 것에 대해 기자들 질문이 쏟아졌다. 난감해하는 안 대표를 대신해 박지원 원내대표가 나섰다.

“이 문제가 발생했을 때부터 안 대표는 국민 눈높이에 맞게 제명·출당 등 강력한 제재를 하자는 의견이었다. 오늘 새벽 최고위원회와 이어진 의원총회에서도 안 대표의 입장은 일관됐지만, 지도부 다수와 의원들이 ‘당헌에 따른 처분’으로 의견을 모아 그 뜻을 따르기로 한 것이다.”

당헌을 따라야 하는 공당의 처지에선 ‘당원권 정지’가 불가피한 결정이지만, 안 대표의 생각은 애초부터 달랐다는 취지였다. 국민의당 당헌 제11조는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와 관련된 자는 기소와 동시에 당원권을 정지한다”고 돼 있다. 당원권이 정지되면 해당 기간 동안 전당대회 투표권 등과 같은 당원으로서의 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 박 원내대표는 “안 대표가 의원총회에서 ‘대표로서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고 했지만, 의원들이 극구 만류했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이번 사건으로 ‘대선주자 안철수’가 입게 될 정치적 타격을 최소화하려는 ‘정치9단’의 노련한 속내가 엿보였다.

■ 새벽 6시에 열린 최고위 회의 박선숙 의원이 검찰 조사를 받던 27일 밤부터 리베이트 의혹 사건 연루자들에 대한 처리 방침을 논의한 28일 오후 의원총회 때까지 국민의당의 하루는 긴박하게 돌아갔다. 최고위원들과 당직자들은 왕주현 사무부총장에 대한 법원의 영장 심사 결과를 본 뒤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27일 밤 귀가를 미룬 채 ‘대기’ 상태에 들어갔다. 밤 9시30분께 서울서부지법에서 ‘자정이 넘어 결과가 나올 것 같다’는 통보가 날아들었다. 지도부는 28일 오전 6시 긴급 최고위를 열기로 하고 귀가했다.

28일 0시40분 법원에서 왕 부총장의 구속영장이 발부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서울남부구치소로 이송되기 전 왕 부총장은 “착잡하다. 재판 과정에서 모든 걸 밝히겠다”고 말을 아꼈다. 새벽 2시45분 검찰 조사를 마친 박선숙 의원이 서울서부지검 청사를 나왔다. 장시간 조사에 지친 모습이었다. “조사에 성실히 임했다. 그밖에 드릴 말씀은 없다”는 말을 남기고 박 의원은 귀가했다.

오전 6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선 박선숙·김수민 의원과 왕주현 부총장에 대한 처분을 두고 의견이 갈렸다.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는 국민 정서를 거론하며 ‘출당’을 고려해볼 것을 제안했지만, 천정배 공동대표는 당헌에 따르자는 ‘신중론’을 폈다. 최고위원 일부도 신중론에 동조했다. 회의는 결국 두 의견 모두를 의원총회에 올려 총의를 모아보자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 두차례 열린 의총…신중론 대 지도부 책임론 맞서 오전 8시30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의원총회가 열렸다. 의총에는 소속 의원 38명 가운데 사건 당사자인 박선숙·김수민 의원 등 4명을 제외한 34명이 참석했다.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10명이 발언대에 섰다. 이상돈·김경진 의원 등은 신중한 대처를 주문했고, 유성엽·조배숙 의원은 신중론과 함께 ‘지도부 책임론’을 폈다. 한 참석자는 “검찰 수사 단계에서 섣불리 출당부터 언급할 게 아니라 당헌·당규에 따라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고 귀띔했다.

의총은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오전 9시50분께 끝났다. 이용주 대변인은 의총장 앞에서 대기하던 기자들에게 “최고위와 의총을 다시 열어 논의를 계속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당 관계자 입에서 “4·13 총선 개표 이후 가장 많은 카메라가 몰린 것 같다”는 자조 섞인 말이 새나왔다.

안철수 대표와 최고위원들은 당대표실로 자리를 옮겨 최고위를 속개했다. 20여분에 걸친 최고위는 ‘2차 의총을 열어 다시 논의한다’는 결론으로 마무리됐다. 최고위원들이 모두 빠져나간 당대표실에서 안철수 대표와 이상돈 의원이 밀담을 나누는 모습이 목격됐다. 잠시 뒤 ‘오후 4시, 국회 본청, 의원총회 개최’라는 문자메시지가 의원단에 발송됐다.

최고위 회의장을 나온 박지원 원내대표는 국회 상임위 참석을 위해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면서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말을 남겼다. ‘지도부 책임론’에 대해선 “한두 명이 하는 얘기다. 기자들 귀에는 (그런 얘기가) 잘 들어가지만, 우리 귀에는 잘 안 들어온다”며 의미를 깎아내렸다. 안철수 대표는 ‘지도부 책임론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

오후 4시, 국회 본청 245호실에서 2차 의총이 열렸다. 결론은 당헌에 따라 ‘검찰 기소 시 사건 연루자들의 당원권을 정지시킨다’는 데 모아졌다.

두 차례의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에서 다양한 의견이 오간 만큼 의총의 결론을 두고서도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게 다수의 견해다. 당사자들이 직접 거취를 결정하지 않는 한, 당으로서는 범죄 사실이 다퉈지고 있는 사안에 대해 기소도 되기 전에 미리 죄를 물어 출당조치를 한다는 것은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결론을 존중하면서도 당헌에 얽매이기보다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사안이었던 만큼 국민 눈높이를 고려해 출당조치를 했어야 한다는 주장도 여전히 힘을 잃지 않고 있다.

■ “다퉈볼 여지 있어” 신중론이 우세 국민의당이 일괄제명(출당)의 거센 여론에도 검찰의 기소를 지켜보자는 신중론을 택한 것은 왕주현 사무부총장의 구속에도 불구하고 브랜드호텔에 지급한 금액은 리베이트가 아닌 정당한 업무의 대가였다는 점을 다퉈볼 여지가 있다는 의견이 다수를 이뤘기 때문이다. 이는 ‘실무자의 실수’라거나 ‘관행’이라는 기존 당의 입장이 반영된 결과다.

안철수 대표는 이날 의총 뒤 “당헌 제11조는 부정부패에 관계된 자는 기소와 동시에 당원권을 정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당은 확인되는 진실에 기초해 징계 여부를 실행에 옮길 것”이라며 검찰 기소 뒤 징계 방침을 밝혔다. 안 대표가 직접 나서서 “재발 방지와 엄격하고 단호한 기준과 절차 마련”을 약속했지만, 당 내부에서는 의총의 결정에 대해 당의 소극적인 결정이 한번 더 반복되면서 가뜩이나 악화된 여론이 바닥까지 내려앉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소까지 벌어놓은 남은 기간 안에 더 큰 악재가 터져나오고, 출당으로 선을 긋지 못한 책임까지 당이 떠안게 되면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것이다.

■ 리더십 시험대에 오른 안철수 이번 사건을 둘러싸고 안철수 대표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선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안 대표가 ‘강철수’의 리더십을 보일 기회였음에도 존재감이 없이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는 것을 두고 내부적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안 대표는 왕 부총장이 구속되기 전 세 번의 사과를 했지만 그때마다 여론은 차가웠다. 당 자체 진상조사단을 꾸리는 등 대비를 하고도 설익은 결과를 내놓으면서 급락한 지지율을 반등시킬 기회도 얻지 못했다.

당내에서는 지금이라도 안 대표가 앞장서서 사건을 틀어쥐고 결단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결과적으로 지난 3주, 사과와 반박, 출당 등 강경론과 당헌당규에 따른 당원권 정지 등 신중론을 오가며 존재를 드러낸 것은 당대표가 아닌 박지원 원내대표였다.

한 호남 의원은 “우리가 선거실무자의 실수와 미숙함이라고 말해도, 여론은 우리를 부도덕한 집단으로 보고 있다. 이제 이 간극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어영 송경화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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