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황산누출 책임소재 놓고 원·하청 '공방'
[경향신문] 울산 고려아연 2공장에서 28일 오전 발생한 황산 누출사고의 원인과 책임소재를 놓고 원청사인 고려아연과 설비보수를 맡은 하청업체가 공방을 벌이고 있다.
고려아연은 “현장 작업자들이 열면 안 되는 맨홀을 여는 바람에 사고가 났다”면서 “작업 순서를 적은 서류와 작업 배관을 따로 표시한 사진도 나눠줬는데 숙지가 미흡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이 회사관계자는 “특정 배관을 자르거나 맨홀을 여는 등의 작업을 할 때는 원청사 담당자에게 보고돼야 하는데 이런 절차가 생략됐다”고 말했다. 작업 안전절차에 문제가 있었고, 1차적인 책임은 하청업체 쪽에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림이엔지측 노동자들의 설명은 달랐다.
이 회사 작업자는 “애초 이번 작업은 고려아연이 배관 속 황산을 모두 빼내면 한림이엔지가 밸브 등을 교체하기로 했다”면서 “고려아연이 이날 아침 안전작업허가서를 발급했기 때문에 작업을 시작한 것이고, 이는 해당 작업구역에서 손대지 말아야 할 배관은 없다는 뜻”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고려아연은 사고 피해자들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처럼 관계 기관과 언론에 설명했다”면서 “부상 근로자들이 병원에서 소식을 듣고 억울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부상자들도 이와 비슷한 주장을 했다. 한 노동자는 “유독물질이 나올 수 있으니 고무장갑을 끼고 작업하라는 정도의 지시만 받았다”면서 “고무장갑을 끼고 맨홀 볼트를 푸는 과정에서 갑자기 황산이 뿜어져 나왔다”고 전했다. 작업을 피해야 할 배관 등에 대한 원청사측의 사전 고지가 없었다는 것이다.
앞서 이날 오전 9시15분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황산 제조공정 보수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농도 70%가량의 액체 형태 황산 1000여ℓ가량이 누출되면서 하도급업체인 한림이엔지 소속 김모씨(60) 등 노동자 6명이 전신 화상을 입는 등 중경상을 입었다.
<백승목 기자 smbae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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