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車 구입 미루고 유럽 여행문의 급증

연규욱,유준호 2016. 6. 27.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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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환테크 "환전만 잘해도 몇만원 아껴"여행시장 요동, 엔화값 급등에 日여행은 취소직구도 유럽서..英 쇼핑몰 주말한때 접속 마비

◆ 브렉시트 / 파운드·유로화 급락 신풍속도 ◆

<b>공란으로 비워 둔 환율시세</b> <br>27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환전소 시세표가 공란으로 남겨져 있다. 환전소 측은 "환율 변동이 커서 그때마다 시세표를 수정하기 어렵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승환 기자]
"지금 독일차를 사려고 했는데 주변에서 '제정신이냐'고 하더라고요. 차량 구입 시기를 연말이나 내년 초로 미룰 생각입니다."

유럽산 쿠페 차량을 구매하려 했던 직장인 유현상 씨(38)는 지난주 서울 강남 한 수입차 매장에서 시승까지 마쳤지만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쇼크' 여파로 구매 의사를 접었다. 영국의 EU 탈퇴 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유로화·파운드화 가치가 얼마든지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브렉시트 쇼크로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쩐의 전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영국 파운드화와 유로화 가치가 하락할 것으로 기대되면서 유럽 여행은 37% 증가했지만 유럽산 자동차 매입 시기는 늦추면서 계약 시기를 눈치보고 있다. 외환위기·금융위기 등을 거치면서 습득한 '환테크' 노하우를 활용해 이른바 '호갱(호구 고객)'이 되지 않으려는 소비자들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매일경제신문 취재 결과 유씨와 같이 유럽산 자동차 구매를 포기하는 사례가 서울 강남 일대 수입차 매장에서 본격화하고 있다. 환율 변동에 따른 적정 구매 시점을 묻는 전화부터 "지금 구매할 테니 추가 프로모션(할인) 조건을 적용해 달라"는 요구까지 쇄도하고 있다. 수입차 업체들은 "유럽에 있는 본사와 사전에 계약한 가격으로 들여오기 때문에 단기간 환율 변동이 있더라도 당장 차량 가격이나 프로모션에 변동이 없다"며 해명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 관계자는 "영국의 EU 탈퇴까지 유예기간이 2년인 점을 고려하면 추세를 섣불리 예측하기 힘들다"며 "브랜드마다 결제 방식도 달라 각 브랜드별로 소비자들의 대응이 달라질 것 같다"고 내다봤다.

온라인 전자상거래 시장의 소비자들도 브렉시트발 환율 변동 국면에서 분주하게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해외 직구(직접 구매) 방식으로 미니 가전제품을 즐겨 구매하는 직장인 이 모씨(32)는 "해외 사이트에서 직구를 하면 결제금액은 카드 결제 시점의 환율로 적용되기 때문에 실시간 환율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24일 오후 브렉시트가 결정되자 해외 직구족들은 바로 영국 온라인 쇼핑몰이나 영국에 본사를 둔 기업의 온라인몰을 찾아가 가격을 비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씨는 "잘만 고르면 환율 변동 요인으로만 몇 만 원을 아낄 수 있어 일종의 '면세점 효과'가 생겼다"며 "가방 등 고가 명품은 그 혜택이 현저하게 커진다"고 덧붙였다. 실제 남녀 의류, 액세서리, 신발 등을 판매하는 한 영국 유명 쇼핑몰은 국내 직구족뿐만 아니라 글로벌 소비자가 몰리면서 지난 주말 한때 사이트 접속이 마비됐다.

해외 직구족들의 유럽 쏠림 현상이 지난 주말 본격화하면서 해외 배송 대행 서비스 업체들도 민첩하게 시장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 해외 배송 대행 전문 업체인 아이딜리버 측은 "환율 변화가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판매되는 유럽산 제품 가격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유로화·파운드화 가치 하락으로 유럽 쪽 해외 직구 상품 물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맞아 여행업계의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국내 최대 여행사인 하나투어 관계자는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가 나온 지난 24일부터 26일까지 사흘간 영국과 유럽 관광상품을 예약한 이들은 총 1500여 명"이라며 "이는 전주 대비 37% 증가한 수치"라고 공개했다.

반면 일본 여행을 이미 준비 중인 이들은 울상이다. 각종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호텔과 항공권을 저렴하게 예약하다 보니 예약 조건인 '환불 불가' 규정 때문에 엔화 가치의 폭등으로 인한 환차손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호텔 업계도 한 푼이라도 손해를 줄이려는 고객들의 손익계산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특히 온라인 호텔 예약 업체를 통해 일본 호텔을 예약한 소비자들 사이에서 요금 결제를 미루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해외 호텔 예약 업체인 호텔패스의 강길성 전략기획본부장은 "최근 일본 쪽 여행 고객 결제 건이 확연히 줄어들었다"며 "확인해 보니 환율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이들이 결제를 미루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전했다.

[연규욱 기자 /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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