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바닷속' 알고보니 유해물질 저장소

원호섭 2016. 6. 27.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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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나 해구 해양생물서 PCB, PBDE 등 다량검출..'천연자원 보고' 무색
'깊은 바닷속 물은 깨끗하다?'

해저 7000m의 바닷속.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신비한 장소. 짙은 파란색의 깨끗한 물로 가득 차 있는 해양 심층은 신비로운 영역에 속한다. 세상과 멀리 떨어진 이곳에는 인간이 찾아내지 못한 다양한 미생물과 함께 깨끗한 물이 존재하는 '천연자원의 보고'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깊은 해양 심층에도 인간이 만들어낸 화학물질이 스며든 것으로 확인됐다. 지구에서 깨끗한 곳은 어쩌면 없을지도 모른다.

앨런 제이미슨 영국 애버딘대 생물환경과학대학 교수 연구진은 2014년 무인탐사기를 태평양 서쪽 마리아나 해구와 뉴질랜드 인근의 케르마데크 해구로 내려보냈다. 해저 7000~1만m의 심해 환경이 얼마나 오염됐는지 알아보기 위해 이들은 '단각류(절지동물에 속하는 생물)'를 채취했다.

지난 8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심해탐사 콘퍼런스'에서 제이미슨 교수 연구진은 지구에서 가장 깊은 해구의 오염도가 상당하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제이미슨 교수는 "심해 해구는 인간의 손이 닿지 않아 오염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며 "해구에서 수집한 단각류에서 고농도의 오염물질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연구진에 따르면 심해 해구에 사는 단각류는 '폴리염화비페닐(PCB)'과 '폴리브롬화디페닐에테르(PBDE)'에 오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PCB와 PBDE는 플라스틱이 잘 타지 않게끔 코팅할 때 사용하는 물질로 잘 분해되지 않는다. PCB는 발암물질로 분류돼 이를 사용하는 사례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PBDE 역시 동물의 신경계를 교란시킨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두 물질은 심해에 사는 생물의 몸에 존재하고 있었다.

연구진은 마리아나 해구의 높은 PCB 농도의 주범으로 괌에 위치한 미군기지를 주목하고 있다. 제이미슨 교수는 "마리아나 해구의 윗부분은 강한 북태평양 환류가 나타나는 곳"이라며 "북태평양 환류는 소용돌이처럼 바다 표면의 물질을 해구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바닷속에 떠다니는 플라스틱과 같은 유해물질은 햇빛에 포함된 자외선에 노출되면 분해되는데 심해는 태양 빛이 도달할 수 없다. 또 바다에 사는 플랑크톤과 같은 생물이 죽어 심해로 떨어지는 '마린 스노' 현상에 의해 생물의 몸속에 쌓여 있던 유해물질이 심해로 가라앉을 수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최근 네이처 홈페이지에 게재됐다. 홍상희 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은 "PCB와 PBDE 모두 분해가 잘 되지 않다 보니 생물의 몸에 축적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식수나 화장품 등에 사용되는 해양심층수란 수심 200m 아래 깊은 바닷속에 있는 물을 의미한다. 허만욱 해양수산부 해양개발과장은 "마리아나 해구의 물은 해양심층수보다 더 깊은 바닷속에 존재하는 것으로 산업적으로 활용되는 심층수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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