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선언' 메시, 박탈감은 '즉흥적 은퇴' 아닌 '실력'으로 만회하라

스포츠한국 이재현 기자 입력 2016. 6. 27. 16:35 수정 2016. 6. 27. 17: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아르헨티나 축구 대표팀의 주장 리오넬 메시가 27일 코파아메리카 센테나리오 결승전에서 칠레에게 패한 후 돌연 국가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AFPBBNews = News1

[스포츠한국 이재현 기자] 세계최고의 선수의 타이틀을 가지고 있던 리오넬 메시(29?아르헨티나)가 돌연 아르헨티나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결승전에서 수차례 패해 준결승에 머물렀다는 것이 그 이유다.

아르헨티나는 27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뉴저지 멧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칠레와의 코파 아메리카 센테나리오 2016 결승전에서 연장 후반까지 0-0 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고 승부차기 패배 직후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

특히 메시에게 있어 가장 뼈아픈 장면은 승부차기에서 나왔다. 연장 후반까지 득점에 실패했던 그는 아르헨티나의 승부차기 첫 번째 키커로 나서 실축을 범해 눈물을 흘렸다. 결국 이 실축이 빌미가 돼 아르헨티나는 승부차기서 2-4로 패했다. 이로써 메시는 지난 2007년 코파 아메리카 준우승을 시작으로 2014년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2015년 코파 아메리카에 이어 또 다시 대표팀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메시는 경기 직후 아르헨티나 스포츠 매체 'TyC'와의 인터뷰에서 “나를 포함해 모두를 위해서 (은퇴가) 최선인 것 같다. 국가대표팀과의 인연은 칠레와의 경기를 마지막으로 끝난 듯하다”며 “매우 어려운 결정이지만, 이미 결심을 굳혔다. 몇 번이고 챔피언이 되고자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더 이상 국가대표팀 생활을 지속하고 싶은 생각이 없으며, 이를 번복할 일도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엄청난 폭탄 발언이었다. 메시가 누구인가. 그는 전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에게만 주어지는 상인FIFA 발롱도흐를 무려 5차례나 가져간 선수다. 소속팀 바르셀로나에서는 수많은 트로피를 독식하다시피 들어 올리며 바르셀로나의 상징이 된 선수이기도 하다.

아르헨티나에서도 메시의 영향력은 감독 그 이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현재 아르헨티나 대표팀의 주장인 그는 2005년부터 아르헨티나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A매치 112경기에 출전해 55골을 터뜨렸다. 55골은 아르헨티나 대표팀 역사상 최다 골이다.

기존 최다골 기록은 아르헨티나가 낳은 최고의 공격수로 평가받는 ‘바티골’ 바티스투타가 보유하고 있었던 기록이었다. 아르헨티나의 레전드 디에고 마라도나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유일한 현역 선수이기도 했다.

이런 최고의 영광을 누렸던 메시는 왜 은퇴를 선언한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준우승만 총 4차례 경험해 국가대표팀 선수로서 심한 박탈감에 빠졌다는 것.

메시는 인터뷰에서 “총 4차례나 결승전에 올랐지만, 모두 패했다. 특히 3차례 연속해서 넘어져 잘 해보고 싶었지만, 또다시 준우승에 머물렀다. 나만큼 마음이 아픈 사람도 없을 것이다. 트로피를 하나도 얻지 못한 채 국가대표팀을 떠나게 됐으니 말이다”라고 전했다.

그의 은퇴 암시 발언에 전 세계 축구팬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심지어 그는 번복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못 박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의 발언이 초래할 결과와는 상관없이 이는 상당히 경솔한 발언으로 남을 전망이다.

메시의 발언은 지나치게 감정적이었다. 그는 은퇴의 이유를 계속된 우승실패에서 오는 박탈감이라 표현했는데, 이는 대표팀의 다른 동료들을 간접적으로 비난하는 처사에 가깝다. ‘바르셀로나에서는 충분히 우승이 가능했는데, 아르헨티나는 선수진이 자신을 받쳐주지 못해 수차례 준우승에 그쳐 슬프다'라는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하다.

국가대표팀이라는 자리는 순간적으로 욱하는 마음에 벗어 던질 수 있는 그런 유니폼이 아니다. 특히 아르헨티나와 같은 축구 강국에서는 국가대표라는 자리에 오르고 싶어도 오르지 못하는 준수한 기량을 선수들이 즐비하다. ‘홧김 은퇴’는 이러한 자국 내 타 선수들의 열망을 헛되게 만드는 일이다.

게다가 1987년생인 메시는 현재 만 29세로서 축구선수로서의 최전성기를 보내고 있는 선수다. 이미 모든 것을 다 이룬 듯하나 여전히 소속팀은 물론 대표팀에서 이뤄내야 할 성과들이 존재한다.

단적인 예로 그는 아르헨티나 최다골 경신을 이번 대회를 통해 이뤄냈다. 만 29세의 그가 앞으로도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활약할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것을 고려해 본다면, 메시는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전대미문의 득점 기록을 보유할 확률도 상당하다. 하지만 은퇴 선언과 동시에 국가대표를 떠난다면 전대미문의 기록 달성은 수포로 돌아간다. 매 발자취, 즉 매 득점 마다 역사가 새로 쓰이는 것이 자명한데도, 이를 스스로 포기하는 셈이다.

이번 대회에서 아르헨티나를 결승무대까지 이끈 1등 공신임과 동시에 우승 실패의 가장 큰 요인을 제공한 인물은 바로 메시 자신이다. 정말로 큰 박탈감에 빠져있다면, 은퇴가 아닌 아르헨티나를 위해 자신의 실수를 만회할 책임을 지는 것이 아르헨티나 주장으로서 그가 다해야 할 의무다.

물론 메시가 은퇴를 번복해야 하는 명분은 충분하지만, 그가 끝까지 완고한 태도를 유지한다면 그를 막을 방법은 전무하다. 축구팬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메시가 오는 9월 우루과이와의 2018 러시아 월드컵 남미 예선에 다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기도하는 일 밖에 없다.

스포츠한국 이재현 기자 ljh5662@hankooki.com

[ⓒ 한국미디어네트워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