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 커리큘럼'을 아시나요.. 성편견 그대로 반영한 교과서

입력 2016. 6. 27. 15:16 수정 2016. 6. 27.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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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학사 <화법과작문> 교과서 예문 논란
고장난 컴퓨터 두고 벌어진 남녀 대화문
“지금 화내는 거야?” ”지금 컴퓨터가 중요해?”
‘여자’는 문제 본질 벗어나 감정적 대응

고등학생들이 배우는 국어 교과서에 성역할 편견이 반영된 대화 예문이 싣려 논란이 일고 있다. 여성은 의사소통시 문제 해결에 집중하기 보다 감정적으로 반응한다는 고정관념을 그대로 재생산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지학사 <화법과작문>(이삼형 저) 교과서 260쪽에 싣린 예문. 지학사 제공

지학사 <화법과 작문>(이삼형 저)의 네번째 단원 ‘자기표현과 사회적 상호작용을 위한 화법과 작문’편을 보면, 고장난 컴퓨터를 두고 남녀 두 등장인물이 나와 대화하던 중 서로 소통하지 못하고 오해에 이르는 과정이 예문으로 싣려있다. ‘여자'가 ‘남자’에게 “컴퓨터가 안 켜지는 것 같다”고 말하자 ‘남자'는 “플러그를 제대로 끼웠는지 확인해보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여자’는 “아이 참, 나 오늘 컴퓨터로 처리할 과제가 많은데…”라고 투덜대다 ‘남자’가 “플러그는 제대로 봤냐고?”라고 재차 묻자, “혹시 지금 화내고 있는 거야?”라고 문제에서 벗어난 뒤 “지금 컴퓨터가 중요해?”라며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 교과서는 ‘여자’의 말에 밑줄을 긋고 ‘공황 상태에 빠져 남자의 말을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 심정', ‘애초 문제의 본질에서 벗어나 문제가 바뀐 상황'이라는 해설을 달았다. 이어진 설명으로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여기서 여자는 플러그를 확인해보라는 남자의 말을 전혀 수용하지 않고 있고, 남자는 공황상태에 빠진 여자의 심리는 헤아리지 않은 채 플러그라는 기술적 문제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기술했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교과서에 가시적으로 기술돼있지는 않지만 집필진이나 교사의 무의식적 고정관념이 전달되는 과정을 ‘히든 커리큘럼’이라 한다. 교과서는 학생들이 왜곡된 성역할을 배웠을 경우 수정해주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오히려 기성세대의 고정관념이 학생들에게 그대로 전달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22일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초·중등 인권교육 교재개발을 위한 기초연구'를 보면, 현행 교과서 중 90종에는 특정한 성역할 편견을 강화할 수 있는 묘사가 등장해 ‘남녀 등장인물의 질적 불균형'이 문제로 지적되기도 했다.

지학사 국어 교과서팀 담당자는 “예문의 요지는 상대방이 원하는 바를 파악하고 공감하는 의사소통 전략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오해를 막기 위해 교사용 지도서에 ‘이때 제시된 대화가 남녀의 대화라 해서 이를 남녀의 성차로 환원해 지도하지 않는다’고 달아놨다”며 “2018년부터 사용될 2015 개정교육과정 교과서에서는 인권과 성차의 문제를 더 섬세하게 고려한 뒤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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