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혜의 논픽션] '비밀은 없다', 졸작인가 수작인가

김지혜 기자 입력 2016. 6. 27. 10:13 수정 2016. 6. 28.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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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funE | 김지혜 기자] 19만 3,727명. 영화 '비밀은 없다'가 개봉 4일간 불러들인 관객 수다. 국내 영화계에서 티켓 파워가 센 여배우로 꼽히는 손예진의 컴백작치고는 초라한 성적이다. 

앞으로의 전망 역시 밝지 않다. 개봉 첫 주 6위까지 떨어지며 박스오피스 상위권과도 멀어졌다. 데뷔작 '미쓰 홍당무' 이후 8년 만에 신작을 내놓은 이경미 감독은 두 번째 작품에서도 흥행의 맛을 보기 힘들게 됐다. 

흥미로운 건 흥행 성적이 아닌 영화를 둘러싼 극단의 반응이다. 일각에서는 '올해의 망작'이라고 하고, 또 다른 쪽에서는 '올해의 발견'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비밀은 없다'는 국회입성을 노리는 ‘종찬’(김주혁)과 그의 아내 ‘연홍’(손예진)에게 닥친, 선거기간 15일 동안의 사건을 다룬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

스릴러라는 장르의 구분이 무색한 영화다. 하나의 장르로 규정짓기 모호한 혼합 장르 영화처럼 보인다. 실종 사건이라는 핵심 갈등 요소가 등장하지만, 영화는 중심인물을 옮겨가는 전개 안에서 스릴러, 하이틴 무비, 블랙코미디 등 다양한 색채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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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스릴러 장르의 관습화된 공식에서 벗어나 있다는 말이다. 기승전결의 구조가 아닌 주인공의 의식의 흐름을 담아내는 데 집중해 어지러운 전개를 보여준다. 이 지점에서 관객의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린다.

호감을 드러내는 관객들은 전형성을 벗어나는 전개와 독특한 캐릭터들이 컬트 영화와 같은 재미를 준다고 평가한다. 비호감을 표현하는 관객들은 수시로 긴장을 깨는 검은 유머와 거칠고 튀는 음악, 중반 이후 드러나는 동성애적 코드, 종잡을 수 없는 캐릭터의 불균질성을 지적한다.     

이러한 불균형이 감독의 계산된 의도인지 연출력 미숙으로 인한 결과인지도 의견이 갈린다. 일각에서는 안일한 기획영화의 틈바구니에서 감독의 색깔과 뚝심이 빛나는 작품을 만들어 냈다는 데 찬사를 보낸다. 또 다른 한편에선 감독의 자의식 과잉과 자아도취의 결과라는 비판도 거세다. 

평단과 언론은 비교적 호의적인 평가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영화를 유료로, 오락으로 소비하는 관객은 보다 격렬하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호감과 비호감이 간격이 크다는 것은 이 영화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극단의 반응은 관객 스스로에게 영화를 보는 안목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끔 하는 부가적인 재미도 안긴다. '과연 같은 영화를 본 것이 맞을까' 싶을 정도의 큰 물음표를 남기기 때문이다. 

'비밀은 없다'가 올해의 문제작임은 틀림없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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