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진녕]김무성과 최경환의 전략적 동거

입력 2016. 6. 27.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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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14대 총선 직후인 1992년 4월 초, 노태우 대통령은 이만섭 의원 당선자를 극비리에 청와대로 부른다. 2년 전 3당 합당으로 ‘한 몸’이 된 김영삼(YS) 민주자유당 대표를 대통령 후보로 만들고 싶지 않다는 의중을 내비친다. YS한테 여러 가지로 기분 상한 일이 많아서다. 이만섭은 YS가 아니면 PK(부산경남) 표가 달아나 대선 승리가 어렵다는 논리로 노 대통령을 설득했다고 회고록에서 밝혔다. 결국 3당 합당 체제가 지켜지면서 YS는 대선후보가 되고 그해 12월 대통령에 당선된다.

▷2012년 19대 총선을 앞두고 김무성 의원이 새누리당 공천에서 탈락했다. 그는 분한 마음에 탈당 후 독자 출마해 친이(친이명박)계와 함께 비박연대를 결성하고 자유선진당 심대평 대표와 신당 창당까지 고심한다. 그러나 최경환 의원의 설득에 결국 백의종군을 택한다. PK의 이탈은 없었다. 그해 10월 선진통일당이 새누리당과 합치면서 ‘집 나갔던’ 충청까지 되돌아와 외형상 3당 합당 체제가 다시 만들어진다. 두 달 뒤 박근혜가 대통령에 당선된다.

▷지난달 24일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김무성, 최경환과 회동한 것을 두고 신(新) 3당 체제 구축이란 해석도 나온다. 과장된 표현 같지만 충청, PK, TK(대구경북)를 대표하는 인사들이 만나 의기투합하고 당의 진로를 모색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김희옥 혁신비대위 체제가 만들어지고, 김무성과 최경환이 정치 재개에 나선 것도 그 직후다. 3자가 대권과 당권을 두고 뭔가 밀약을 맺은 것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온다.

▷한때 잉꼬부부 같았던 김무성과 최경환은 총선 참패로 파경의 위기를 맞았으나 이혼이란 극단적 선택은 피했다. 두 사람의 결별은 PK-TK의 결렬이자 26년간 새누리당을 지탱한 3당 합당 체제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 당이 망하고 정권 재창출은 물 건너간다. 자신들의 꿈도 사라진다. 그래서 두 사람은 고심 끝에 이혼을 피하는 방안을 찾은 것 같다. 겉모습이나마 부부처럼 보이는 ‘전략적 동거’다. 두 사람의 행보가 딱 그 모양새다.

이진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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