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아들, 부장검사 폭언에 힘들어했다"

손국희 2016. 6. 27. 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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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청와대에 "철저 조사해달라"숨진 검사, 친구와 카톡 메시지엔"매일 욕 먹으니 한번씩 자살 충동"

지난달 19일 서울 목동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울남부지검 형사2부 소속 김모(33) 검사의 아버지가 최근 대검찰청과 청와대에 탄원서를 제출한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아들의 죽음과 관련해 당시 형사2부장이던 김모(48) 서울고검 검사를 철저하게 조사해 달라는 게 주요 내용이다.

김 검사의 부친 김진태(64)씨는 탄원서에 “과다한 업무량과 지속적인 업무 처리의 압력은 모든 검사들이 겪고 있는 문제일 것”이라며 “그러나 아들은 부장검사의 반복되는 일상적인 폭언과 비상식적인 인격모독적 발언으로 정신적으로 힘들어했다. 담당 부장이 아들의 죽음에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중앙일보는 김씨가 숨진 김 검사의 대학 친구, 법조계 동료들로부터 전달받은 김 검사의 생전 카카오톡 메시지 등을 입수했다. 지난 3~5월 오간 이 메시지들엔 부장검사와의 관계에서 비롯된 고충을 호소하는 내용이 언급돼 있다.

김 검사는 지난 4월 초 대학 친구들에게 “부장검사에게 매일 욕을 먹으니 한번씩 자살 충동이 든다. 술자리에서 내내 닦였다”는 카톡 메시지를 보냈다. “(부장검사에게) 욕을 먹으면서도 웃으면서 버텼는데 (내가) 당당하다고 심하게 욕설을 했다. 너무 힘들고 죽고 싶다”는 내용도 있었다. 김 검사의 한 대학 동기는 “보고를 할 때 (부장검사가) 질책하며 결재판으로 몸을 찌르거나 수시로 폭언을 한다며 괴로워했다”고 전했다.

다른 지인은 “막내 검사로서 술 먹을 2차 장소를 구해오란 지시를 받거나 술자리에서 공개적인 폭언을 들으며 자괴감을 느꼈다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김 검사는 4월 말 대학 친구들에게 “너무 울적해서 유서를 작성했다. 그런데 어머니, 아버지와 너희들이 생각이 나서 … ”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지난달 7일엔 부산에 사는 어머니(57)에게 연락을 했다. 김 검사의 어머니는 “평소 힘든 내색을 않던 아들이 펑펑 울기만 했다. 걱정이 돼 서울로 올라가겠다고 하니 ‘괜찮다. 이겨내겠다’고만 했다”고 전했다.

김 검사는 자살 전 유서를 남겼다. 유서엔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와 검사로서의 압박감 등이 적혀 있었다. 특정 인물이나 사건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김 검사를 잘 아는 한 법조인은 “누구 한 명에게 (책임을) 몰아갈 순 없지만 (김 검사가) 과다한 업무와 상사와의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로 괴로워한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김 검사는 군 법무관을 거쳐 지난해 4월 서울남부지검 형사부에서 검사로서 첫발을 내디뎠다. 김 부장검사와는 올해 1월 한 부서에서 근무하기 시작했다. ▶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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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대한민국 고위 검찰, 그들이 사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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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들은 그를 운동을 좋아하고 쾌활했던 사람으로 기억한다. 서울대 법대 재학 때 축구 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지난해엔 한·일 검사 축구대항전에 대표로 참가했다.

김 검사 사망 이후 지난 10일 서울고검으로 발령 난 김 부장검사는 본지에 문자메시지를 통해 “지금은 이 일과 관련해 언급하기 적절치 않은 상황”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김 검사의 부친에 따르면 김 부장검사는 최근 통화에서 “ 김 검사를 아끼고 좋아했다. 이렇게 돼 안타깝다”는 취지의 말을 전했다고 한다. 대검 관계자는 “남부지검에 진상조사를 지시해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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