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의 분노 "고령층이 미래 망쳤다"..세대갈등 휘말린 영국

강다영 입력 2016. 6. 26. 17:26 수정 2016. 6. 26.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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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재투표청원 300만명 돌파 '대혼란'"윗세대가 혜택 다 누리고 우리 것 빼앗아" 반발잔류지지 많았던 런던 "이참에 독립 선언하라"보수당 위장가입 "존슨 총리직 막자" 움직임도

◆ 브렉시트 후폭풍 / 온라인 재투표청원 300만명 돌파 '대혼란' ◆

국민투표 결과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Brexit·브렉시트)로 결론이 나자 영국은 탈퇴 불가를 외치며 재투표 목소리가 나오는 등 내분에 휩싸였다. 영국 하원 웹사이트에는 국민투표를 다시 실시해야 한다는 재투표 청원 서명이 26일(현지시간) 300만명을 넘었다. 투표 다음날인 24일 재투표를 청원하는 사이트가 개설된 이후 시간당 10만명꼴로 서명에 몰릴 정도로 열기가 뜨겁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언론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웹사이트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재투표를 청원하는 유권자들이 한꺼번에 몰려 웹사이트가 마비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청원을 처음 시작한 윌리엄 올리버 힐리는 "투표율이 75% 미만이고 탈퇴나 잔류 어느 쪽이든 60%가 되지 않으면 재투표를 해야 한다는 규정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3일 국민투표 투표율은 72.2%였고 탈퇴 52%, 잔류 48%로 집계됐다.

노동당의 데이비드 래미 하원의원은 '잔류' 지지자들을 향해 "일어나라. 우리는 이 결정(탈퇴)을 따를 필요가 없다. 우리는 광기를 멈추고 이 악몽을 종결지어야 한다"며 동참을 촉구했다. 영국 하원은 청원자가 10만명이 넘으면 이를 논의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이번 안건은 28일 하원 청원위원회에서 검토된다.

국민투표가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법적으로는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이 결과를 무시하고 잔류를 택할 수도 있지만 이미 10월 사퇴 의사를 밝힌 데다 이는 정치적 자살과 같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은 사실상 거의 없다.

특히 이번 투표가 구(舊)세대와 신(新)세대 간 대결 구도로 치달으면서 젊은 층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기성세대에 대한 불만이 SNS에 쏟아지면서 용광로처럼 달아오르고 있다. 이로 인해 EU 잔류를 지지하는 젊은 층과 탈퇴를 택한 고령층 사이의 세대 갈등이 앞으로 사회 통합을 방해하는 '폭탄'으로 떠오를 가능성도 나온다.

여론조사 업체 유고브의 최종 조사 결과 18~24세 유권자의 75%가, 25~49세도 56%가 잔류를 지지한 반면 50~64세는 44%, 65세 이상은 39%만 잔류를 지지했다. 해나 모넬이라는 이름의 트위터 이용자는 "'우리'의 독립기념일이라고 말하지 말라. 투표권이 있었다면 16~18세의 75%는 잔류에 투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17세로 투표권이 없었던 런던 거주 학생 조지 풀러는 "다음 세대의 미래를 걸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냐"며 "무서운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에든버러대 재학생인 클라우디아 고든(21)은 "윗세대들은 EU 회원국으로서 혜택을 다 누려놓고 우리들로부터 그것을 빼앗으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표권이 없는 젊은 층은 17세 이하에도 투표권을 부여하라는 청원운동까지 벌이고 있다.

'우리 무슨 일을 한 거지(What have we done)'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탈퇴에 표를 던진 것을 후회하는 내용의 게시물도 줄을 잇고 있다. 투표 직후 한 방송사와 인터뷰한 애덤이라는 이름의 유권자는 "어차피 잔류로 결정 날 줄 알았기 때문에 내 한 표가 큰 영향을 끼치리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면서 "캐머런 총리가 사임하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검색엔진 구글에는 'EU를 떠나면 어떻게 되는지'를 검색하는 영국인들이 크게 늘었다.

한발 더 나아가 런던 독립을 요구하는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런던 거주자들은 이번 투표에서 59.9%의 지지율로 '잔류'를 택했다. 국제적인 온라인 청원 사이트인 '체인지(change.org)'에는 사디크 칸 런던시장에게 영국에서 독립을 선언하고 EU에 합류하라는 청원이 시작돼 16만여 명이 서명했다. 사디크 칸 런던시장은 런던에 거주하는 100만명의 유럽인을 향해 "이번 결정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당신들을 환영한다"면서 "EU와 협상하는 모든 부분에서 런던의 지위가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분노한 잔류 지지자들은 차기 총리 주자로 유력시되는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을 막기 위해 보수당 당원으로 가입하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 25파운드의 당비를 내면 당원으로 가입할 수 있고 오는 10월 물러나는 캐머런 총리를 대신할 당 대표와 총리를 선출하는 데 한 표를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카이트만이라는 이름의 트위터 사용자는 "존슨 전 런던시장과 마이클 고브 법무장관을 막기 위해 보수당에 가입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팀 패런 민주자유당 대표도 가세했다. 패런 대표는 "이번 결과는 정치인들을 향한 분노의 울부짖음"이라면서 "다음 총선에서 당선되면 이번 결정을 철회하고 영국을 EU의 회원국으로 남겨두겠다"고 말했다. 다음 총선은 2020년으로 예정돼 있지만 캐머런 총리 사임으로 인해 이르면 가을이나 내년 초에 실시될 가능성도 있다.

[강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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