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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학대 부추기는 '병원 밖 진료' 금지법 절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6.26 17:07

수정 2016.06.26 17:07

축산업 한해 자가진료 허용.. 악질 '개농장'에 악용 돼
동물학대 명목 처벌 못해.. 수의사업계, 법개정 요구
#.반려견 코카스파니엘 보호자인 A씨는 반려견의 진드기를 제거하기 위해 약국에서 약사와 상담한 후 이 약사로부터 살충제인 B제품을 처방받았다. 약사로부터 용량 등 사용법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듣지 못한 상태에서 A씨는 털이 흠뻑 젖을 정도로 B제품을 뿌렸고 결국 반려견은 죽고 말았다. 그래서 A씨는 죽은 반려견의 사망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동물병원을 찾았다. 그런데 병원에서 확인해보니 사망한 상태에서도 진드기는 그대로였다. A씨는 결국 수의사가 아닌 비전문가가 처방한 약 때문에 아끼는 반려견을 잃었다.



"동물학대 부추기는 '병원 밖 진료' 금지법 절실"


일부 반려견 번식 및 사육시설,이른바 '개농장'의 동물학대 실태가 최근 세상에 알려지면서 동물학대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과 함께 예방을 위해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날로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허술한 제도가 '개농장'의 단초를 제공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현행 법률은 일반인에 대해 원칙적으로 동물 자가진단을 금지하고 있다.하지만 축산 농가에 대해서는 예외로 이를 허용하면서 예외조항을 악용한 '개농장'이 활개를 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개농장의 폐해와 동물학대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학대행위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함께 일반인에 대한 자가진료(유사진료)를 원천 금지하는 내용으로 법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주장이 수의사업계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동물학대 부르는 일반인 '자가진료' 원천 금지해야"

26일 수의사업계에 따르면 현행 수의사법 10조에 수의사가 아닌 일반인은 동물을 대상으로한 자가진료를 원칙적으로 금하고 있다.하지만 지난 1994년 축산농가의 요구로 축산농가에 한해서는 일반인도 축산용 동물에 대해서는 제한적으로 자가진료를 허용하는 내용의 예외 조항이 신설됐다. 문제는 자가진료 허용이 단순히 축산업을 넘어 번식 확대를 위한 강제교배와 무리한 제왕절개 등 동물학대의 편법으로 이어지고 이렇게해도 처벌할 수 없다는 점이다. 특히 축산농가에 대한 일반인의 자가진료 허용은 세계 어느나라에도 없는 독소조항이라는 게 수의사업계의 지적이다. 더구나 동물반려인구 1000만명 시대에 있을 수 없는 제도라는 주장이다.

■정부.국회 자가진료 막는 법 개정 움직임

전문 지식이 없는 일반에게 제한적이지만 자가진료를 허용함으로써 동물학대와 피해 등이 잇따르자 정부와 국회를 중심으로 법 개정에 대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 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지난달 25일 '야만적인 강아지 번식장 문제 해결을 위한 동물보호법 개정 준비 모임'을 갖고 팅커벨프로젝트, 한국동물보호연합, 다솜, 행강 등 동물보호단체, 손은필 서울시수의사회장과 고유거 한병진 원장, 한국동물병원협회 관계자 등 전문가와 함께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방안을 논의했다. 한 의원은 이 자리에서 "강아지 공장에 대한 사회적인 문제의식이 있을 때 동물보호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견이 많은 쟁점보다 동물보호단체들이 공통적으로 가장 중요시하는 개선사항을 정해달라"고 말했다.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전환을 통해 보다 권원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수의사 이학범씨는 "우리나라의 법률은 사물을 인간과 비인간이라는 이분법으로만 접근하는 데 비해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은 인간, 동물, 물건 등으로 대상을 분류해 규정한다"면서 "반려인 1000만시대에 우리나라도 법안에 이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자가진료 범위.진료비 상승은 해결과제

다만 반려동물에 대한 자가진료를 수의사에게만 허용할 경우 그 범위를 어디까지로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대한약사회와 동물약국협회 등은 보호자의 동물의약품 투약까지 반려동물의 자가진료 범주 정할 경우 반려동물 의료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행 약사법에 따르면 동물약국은 수의사의 처방전이 필요한 주사용 항생제 및 주사용 생물학적제제를 제외하고 직접 판매가 가능하다.

하지만 동물약국에서 동물보호자가 약을 구매해 투약하는 것까지 '자가진료'로 간주할 경우 동물약과 백신, 주사제도 수의사를 거쳐야 투약할 수 있다. 보호자가 약국에서 동물약이나 백신을 구입해도 대신 접종할 수 없어 수의사를 찾아야 한다. 이렇게 되면 보호자는 동물에 사용하는 모든 동물약을 동물병원 안에서만 해결할 수 있게 되고 결국 반려동물 의료비용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에따라 약사회와 동물약국협회 등은 일반인의 '반려동물 자가진료 제한'을 '수술 등의 진료행위'로 명확히 규정해야 불필요한 논란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pja@fnnews.com 박지애 홍석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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