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대상까지 탔던 이유리를.. 자꾸 이러면 짜증난다

우동균 입력 2016. 6. 26.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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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의 약속> 부터 <몬스터> 까지, 참신한 복수극 안 되겠니?

[오마이뉴스 글:우동균, 편집:손화신]

우리나라 드라마의 주인공들은 왜 이렇게 복수를 하고 싶어 할까. 소재의 반복이 다소 아쉬운데도 불구하고 복수극은 끊임없이 제작되고 있다. 현재 방영되는 드라마만 해도 KBS 2TV <국수의 신>에서는 천정명이 조재현에게 복수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고, MBC <몬스터>에서는 강지환이 정보석에게 복수의 칼날을 들이대려 하고 있다. 일일극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지난 24일 마지막 회가 방영된 KBS 2TV <천상의 약속>의 이유리 역시 복수를 위한 힘겨운 여정을 걸었다.

복수극이 이렇게 많이 제작되는 이유는 그만한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복수극은 일단 이야기의 구성 자체를 자극적으로 짤 수 있다. 복수를 결심하기까지 주인공이 겪는 고난들은 대부분 살인, 배신, 물리적 폭행 등 엄청나게 자극적인 소재로 만들어진다. 주인공의 감정을 극한으로 끌어올리며, 시청자들 역시 주인공의 감정에 동화되도록 한 장치다. 복수극은 이제 하나의 장르라고 말해도 좋을 정도로 다양한 형태로 변주되어 제작되고 있다. 

그런데 복수극이, 그 옛날 김수현 작가가 문제작 <청춘의 덫>을 들고 나온 시점보다 발전했다고 볼 수 있을까. 여러 주인공들이 여러 형태로 복수를 결심하고 통쾌한 한 방을 날리지만, 그 기승전결에 문제점이 발견되고 있다. 특히 '한국형 솝 오페라'에서 자주 등장하는 여인의 복수에 대한 결말은 참 신통치 않다.

[천상의 약속] 뜬금없는 마무리, 납득 불가

 <천상의 약속>의 억지스러운 마무리는 시청자들을 실망시켰다.
ⓒ KBS
<천상의 약속>은 그런 복수극의 진부함과 고질병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완벽한 예다. 악역으로 연기대상까지 수상한 이유리가 1인 2역까지 해가며 고군분투했지만 결국 마지막회는 시청자들에게 예의없는 결말을 선사했다. 해피엔딩으로 끝났지만 어딘지 모르게 마무리는 급하고 갑자기 개과천선한 사람들은 의아하다.

주인공 이나연(이유리 분)은 자신에게 위해를 가해 복수를 결심했던 사람에게 자신의 신장을 떼어주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을 벌이며 극을 끝낸다. 아무리 용서와 화해가 좋다지만 그런 결말은 통쾌함이 아닌 짜증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들이 용서를 하는 과정이 설득력 있게 묘사 되었다면 몰라도 <천상의 약속>은 종영하기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이야기에 진전이 없었다. 복수를 할까 말까하는 감질나는 전개 속에 이야기는 제자리 걸음이었고 마지막 회에 모든 결말이 마무리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다.

복수극의 핵심은 이야기의 점진적인 발전이다. 복수를 하는 과정 속에서 주인공에게 벌어지는 절망, 그리고 점차 반격을 준비하는 과정, 그리고 그 쌓아올린 이야기 속에서 감정의 분출과 상대방의 몰락을 차근차근 보여주는 기승전결을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한다. 그러나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없어 복수를 미루는 주인공의 지지부진함은 시청자들에게 있어서는 가장 보고 싶지 않은 전개다.

착한 것이 아니라 미련하고 멍청한 선택을 하는 주인공에게 동조하는 시청자는 없다. 대표적으로 <왔다! 장보리> <내딸 금사월>로 막장의 대가라는 평을 들은 김순옥 작가의 작품속에서 착한 주인공들은 언제나 지탄의 대상이 되어 왔다. <천상의 약속>은 복수를 결심하게 만들 만큼 잔인했던 여인의 일생에서, 원수에게 신장까지 떼어주는, 주인공만 손해보는 결말을 만들어내고 말았다. 이런 복수가 복수라고 할 수 있을까. 시청자들이 보고 싶은 복수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결말이 아닐 수 없었다. 시청률은 만족스러울 만큼 나왔지만 드라마는 졸작이 되었다.

[국수의 신, 몬스터] 이렇게 긴장감 없는 복수라니!

 <국수의 신>은 진부한 복수를 보여주고 있다.
ⓒ KBS
 <몬스터>의 복수는 통쾌한 카타르시스가 없다.
ⓒ MBC
<국수의 신>이나 <몬스터>의 경우의 스토리는 이 보다는 낫지만 사실상 진부함에 있어서는 별다를 것이 없다. <국수의 신>에서도 복수는 결말을 위해 아끼고 감춰둔다. 복수가 끝나면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없기 때문이다. 그 사이의 스토리를 촘촘하게 준비했다기 보다는 복수라는 목표 하나만을 위해 모든 스토리가 늘어지고 있는 느낌을 지워버릴 수 없다.

<몬스터>역시 50부작이라는 호흡 속에서 복수의 칼날은 무뎌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통쾌하고 시원하며 확실히 시청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는 스토리를 기대했다면, <몬스터>는 답이 아닌 것이다. 주인공의 복수가 크게 기다려지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다. 그런 시청자들의 불만을 증명이라도 하듯, <국수의 신>과 <몬스터>의 시청률은 여전히 답보상태다. 한국 복수극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현재 드라마들 사이에서 시청자들은 채널권을 포기하고 있는 것이다.

복수라는 매혹적인 소재를 사용하는 것은 양날의 검이다. 잘 쓰면 확실한 흥행포인트가 되지만 잘못하면 진부하고 지지부진해지는 이야기의 오류를 낳을 수 있다. 그 검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 드라마들에 시청자들은 실망감을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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