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사드 깨운 무수단..사드는 '만능 보검' 아니다

김태훈 기자 2016. 6. 26.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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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중거리 미사일 무수단이 미국의 고고도 요격 시스템 사드(THAAD)를 다시 불러 왔습니다. 22일 발사 당일만 해도 몇몇 보수 매체들이 멋쩍은 듯 “주한미군에 사드를 배치하기 위한 한미 간의 논의가 탄력을 받게 될 것 같다” 정도로 분위기를 떠보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그제(24일)부터는 “무수단 막을 길은 사드 밖에 없다”며 일제히 입을 맞췄습니다.

한미 양국 군은 북한이 대한민국을 중거리 무수단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급인 KN-08, KN-14로 공격하는 상황을 상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은 남쪽을 공격하기 위해 장사정포, KN-02, 스커드와 준중거리 노동 미사일을 개발했고 숱한 시험발사로 신뢰성을 완전히 확보했습니다. 무수단 이상 사거리의 미사일은 한반도 너머 타깃을 노리지 휴전선 남쪽을 겨냥하지는 않습니다.

북한이 이번에 사거리를 축소해 고각 발사한 것은 남쪽을 공격해보려는 시험이 아니라고 한미 양국 군은 판단하고 있습니다. 무수단이 진정 제 사거리인 3,000km 이상 날아가는지 보려면 북한은 일본과 일전을 불사하고 열도 위로 미사일을 날려야 합니다. 굳이 그럴 필요까지 없으니 수평거리 즉 사거리 대신 수직거리 즉 최고 고도를 점검해 무수단의 성능을 입증했을 뿐입니다.

● 북한이라고 팔을 목 뒤로 돌려 밥 먹으랴

군의 미사일 최고 전문가는 그제 국방부 출입기자들과 만나 “22일 무수단 발사와 같은 고각 발사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사거리 3,000km 이상까지 실제로 쏘려면 주변국 영공과 영해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북한은 불가피하게 고각 발사라는 변칙을 사용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북한이 실전에서 무수단을 고각 발사할 가능성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고각 발사는 굉장히 불안정한 발사 방식입니다. 북한이 구태여 공격 옵션으로 택할 이유가 없습니다. 무수단의 실전 고각 발사는 육박전에 돌입해 주먹과 단도가 오고 가는데 혼자 화살통에서 화살 꺼내 활에 걸고 겨냥하는 꼴입니다.

북한에는 무수단이 아니더라도 탄도미사일로는 스커드와 노동, KN-02가 있고 300mm 신형 방사포로 대변되는 장사정포 전력도 있습니다. 실효적인 펀치가 이렇게 다양한데 일부러 실패하기 위한 공격을 선택할 이유가 없습니다. 또 KN-02와 300mm 방사포는 사드 요격 범위 밑으로 날아다니고, 사드의 요격 대상이라는 스커드는 자탄 분리와 텀블링 같은 요격 회피 기술이 덧씌워지고 있습니다.

군 핵심 관계자는 “북한은 절대로 실전에서 무수단을 고각 발사하지 않는다”고 단언했습니다. 무수단은 일본과 미국에게 대응책을 강구하라고 하고, 우리나라는 스커드와 KN-02를 발사 이전에 짓뭉갤 킬 체인(Kill-Chain) 전력을 단단히 그리고 시급히 확충할 방도를 골몰해야 할 것입니다.
 
● 사드로 무수단 요격?…“낙하시간ㆍ방향 검토는 안했다”

사드는 마하 7의 속도로 날아가고 요격은 마하 14까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고각 발사된 무수단은 대기권 진입 직전 마하 15~16을 기록했고 대기권 통과 뒤 고도 40km에서는 마하 10 이하로 떨어진 것으로 계산됐습니다.

한민구 국방장관은 그제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사드가 고각 발사 무수단을 요격할 수 있느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요격할 수 있다”는 취지의 대답을 했습니다. 사드가 마하 14까지 요격할 수 있다니 대기권을 통과한 뒤 마하 14 이하로 속도가 떨어지는 고각 발사 무수단은 사드에 잡힌다는 뜻입니다.

속도만 보면 그렇지만, 낙하 방향과 낙하 시간을 감안하면 복잡해집니다. 사드가 요격하는 미사일은 사선으로 떨어지는데 반해 고각 발사 무수단은 거의 직각으로 내리 꽂힙니다. 대기권에서부터 사드의 최소 요격 고도인 지상 40km 지점까지 낙하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사선 낙하 미사일보다 직각 낙하 무수단이 훨씬 짧습니다.

사드가 고각 발사 무수단을 요격할 수 있다고 단정 못 합니다. 정상 발사된 단거리와 준중거리 미사일 요격용 사드를 중거리 무수단과 연결 짓는 것은 억지입니다. 이런 식이면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급인 KN-08과 KN-14를 무수단과 같은 이유로 고각 발사했을 때도 사드 타령이 나올 것입니다. 사드는 만능 보검이 아닙니다. 

● 美 “경북 칠곡 배치” vs 韓 “중부지방 배치”

지난 3월부터 한미 공동실무단이 사드 배치 가능성을 협의하기 시작했습니다. 결론이 날 때가 된 것 같은데 조용합니다. 미군 측은 경북 칠곡에 배치하는 방안을 밀어붙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달 초 싱가포르에서 샹그릴라 대화가 열리기 직전 일본 언론이 미군 관계자를 인용해 “사드를 대구에 배치한다”는 보도를 했는데 같은 맥락입니다.

우리 정부는 국내 정치적인 이유로 경북 칠곡 배치에 난색을 표하면서 중부지방 배치를 주장하고 있다는 말이 들립니다. 칠곡 카드 반대가 심해 최종 발표가 2018년 이후로 미뤄진다는 설(設)도 나오고 있습니다. 충북 음성에 배치한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미군 부대가 없는 음성에 미군 부대와 사드를 둘 다 들이는 최악의 수를 한미가 택할 리 만무합니다. 

사드는 한반도 방어에 분명히 도움이 되는 방어 무기입니다. 순수하게 군사적인 관점에서만 논의하면 주한미군 배치는 어려운 사안도 아닙니다. 그런데 사드 도입 논의를 개시할 때는 국제 정치적 이유가 도드라졌고, 석 달이 지난 지금은 국내 정치가 사드를 덮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미적거리니까 핑곗거리만 생기면 엉뚱한 주장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김태훈 기자onewa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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