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마프' 노희경, 대단한 작가에서 위대한 작가의 경지로

정덕현 입력 2016. 6. 26.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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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마프’, 감히 노희경 작가의 인생작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건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워낙 대단한 작가라는 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노희경이라는 작가의 색깔에 원숙미까지 얹어져 이처럼 빛나는 작품이 있었던가. tvN <디어 마이 프렌즈>는 드라마 작가라면 꼭 한 번 써보고 싶지만 결코 쉽게 얻을 수 없는 경지를 보여주고 있다. 노희경 작가의 인생작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노희경 작가를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인간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노 작가는 멜로를 그려도 남녀 간의 사랑 그 이상의 인간애를 담는 작가다. 가족드라마를 해도 가족의 차원을 넘어 사회의 양태를 잡아내는 작가다. 그런 그에게 <디어 마이 프렌즈>는 거의 모든 것들이 망라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디어 마이 프렌즈>는 물론 어르신들의 삶이라는 굵직한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그 안에는 가족의 이야기, 사랑, 우정 같은 우리가 한 평생을 살며 겪게 되는 거의 모든 경험들이 녹여져 있다. 희자(김혜자)와 정아(나문희)의 둘도 없는 우정, 정아와 남편 그리고 부모와 자식으로까지 얽힌 한 집안의 가족사, 희자와 성재(주현)의 노년에도 피어나는 사랑, 희자와 충남(윤여정)의 친자매 이상으로 느껴지는 자매애, 난희(고두심)와 영원(박원숙)의 우정, 난희와 완이(고두심)의 자매 같은 모녀 사이, 완이와 연하(조인성)와의 장애를 뛰어넘는 사랑, 게다가 노년을 맞아 갖게 된 치매나 암의 이야기까지...

생각해보라. 이 많은 이야기들이 이렇게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녹여져 있는 이 드라마의 면면들을. 그 중 한 가지 이야기만 갖고도 꽤 무거운 한 편의 드라마가 나올 것만 같은 무게감이다. 하지만 <디어 마이 프렌즈>는 그렇게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는 듯한 느낌을 전혀 주지 않는다. 노희경 작가는 마치 엄마가 아이에게 입으로 꼭꼭 씹은 음식을 넣어주듯 무거울 수 있는 이야기들을 가볍게 건넨다.

그 각각의 소재들이 갖는 극적 상황들이 놀랍도록 드라마틱하게 전개되면서도 전체를 꿰뚫는 일관된 주제의식을 놓지 않는다. ‘친구’의 관점으로 들여다본 인생은 그 많은 아픔들을 긍정할 수 있을 만큼 따뜻하다. 드라마 곳곳에, 장애의 문제, 가부장제가 갖고 있는 폭력의 문제, 남녀 성차의 문제 등등 현실적 문제들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들이 번뜩이지만 그 양상은 갈등을 갈등으로 풀어내기보다는 그것이 죽음이라는 인생의 극점을 전제하여 얻어지는 어떤 통찰들을 통해 해결점을 제시한다는 점도 놀랍다.

이런 작품은 결코 단기간에 쓰일 수 없는 것이고, 단지 머릿속으로 계산해서 그려질 수도 없는 것이다. 그건 오랜 세월 동안 작품을 해오고, 또 스스로도 많은 인생의 경험들을 쌓아오면서 갖게 된 진지한 궁구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디어 마이 프렌즈>를 감히 노희경 작가의 인생작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건 이런 점들이 이 작품 하나에 망라된 느낌을 갖게 만들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런 작품이 가능했을까. 최근 tvN에서 유독 드라마 작가들의 많은 인생작(?)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시그널>을 쓴 김은희 작가가 그렇고 <응답하라> 시리즈를 쓴 이우정 작가가 그러하며 <기억>의 김지우 작가 그리고 <디어 마이 프렌즈>의 노희경 작가도 마찬가지다. 도대체 무엇이 이런 역작들을 연속적으로 가능하게 만드는 것일까. <미생>과 <시그널>을 연속적으로 성공시킨 김원석 감독은 필자에게 “잘 하는 것을 해보고 싶은 대로 끝까지 하게 내버려두는” 작가에 대한 신뢰와 존중을 얘기한 바 있다. 곱씹어볼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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