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김혜자 "작가 노희경은 어렵다..날 투시하는 것 같아"②

2016. 6. 26.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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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 대해 너무 많이 알아..나도 작품 통해 노희경 연구"

"나에 대해 너무 많이 알아…나도 작품 통해 노희경 연구"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김혜자와 노희경 작가는 '디어 마이 프렌즈'로 처음 만났다.

하지만 둘은 서로를 읽어내려는 치열한 싸움의 결과 마치 수십년 작업을 해온 콤비처럼 조희자라는 인물을 서로에게 던지고 받고 있다.

투수석에 선 노희경도, 타자석에 선 김혜자도 철저하게 연구한 티가 화면에 확연히 드러난다.

이번에는 어떤 구질의 공이 날아올지 타자는 수많은 경우의 수를 두고 훈련했고, 투수는 그런 타자의 실력을 알기에 다양한 공을 던진다. 덕분에 관중석은 흥분에 휩싸인다. 명승부는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김혜자는 "노희경이 어렵다. 사람을 읽는 것 같다. 날 투시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나도 노희경을 연구 중이다"고 그는 덧붙였다.

-- 노희경 작가와 처음 작업한다. 어떤가.

▲ 내가 50대 때니까 20년 전에 노 작가가 쓴 작품을 보고 내가 만나자고 했다. '저런 작품 나도 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그러고는 잊어버렸다가 이번에 만났다.

노 작가의 대본에는 지문이 없다. 불친절한 것이기도 하고 군소리가 없는 것이기도 하다. 지문이 없다는 것은 대본이 연기하는 사람에 따라 다 다르게 나온다는 얘기다. 그 점 때문에 노희경 작품이 좋다. 배우가 누구냐에 따라 다 달라진다. 그래서 두렵기도 하다. 내가 아는 만큼 표현되는 거잖아. 반대로 좋은 긴장감도 든다. 여백이 있으니까.

대본을 보면서 "그래 (당신의 생각을) 알았어"라는 생각을 하며 연기한다. 작가도 김혜자의 연기를 보면서 "그래 알았어" 하겠지. 노 작가가 가장 많이 쓴 지문은 "덤덤히" "담담히"다. 그리고 마침표와 쉼표가 많다. 그걸 살려보려고 노력한다. 작가는 어떤 여자를 그리려고 했을까 계속 생각하고, 내가 또 그가 그린 여자 안으로 들어가야 하니 상상력도 발휘해야 한다.

나는 노희경을 연구하는 중이다. 작품을 통해 연구한다. 그의 생각이 어떤지 알아보려 작품을 자꾸 들여다본다. 희자뿐만 아니라 다른 역할도 다 살펴본다. 그러느라 맨날 책만 본다. 다른 인물들의 삶도 다 들여다본다. 그래서 볼 게 많다.

난 노희경 작가가 어렵다. 사람을 읽는 것 같다. 날 투시하고 있는 것 같다. 나에 대해 참 많이 알고 있더라. 내 연극도 보고 연구를 많이 했다. 나를 보면서 '선생님은 만나면 이렇게 젊은데 왜 화면에서는 늙어보일까' 생각했단다. 그러면서 내가 말이 느려서 그런 것 같다며 대사를 좀 빨리해보라고 하더라. 그게 굉장히 도움이 됐다. 내가 여태껏 내던 대사 속도와 톤이 구태의연한 거였다.

-- 매번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신다. 전작인 '착하지 않은 여자들'과도 또 다르다.

▲ 책(대본)을 일찍 주면 좋다. 내가 이해력이 좀 부족한지 책을 계속 보는데 며칠 전에는 모르던 것이 오늘 보면 보이고 그런다. '아, 이런 거였네' 혼잣말을 하면서 연기 연습을 하는데 읽을 때마다 대사와 내용이 다르게 다가온다. 알아가는 게 참 많다. 참 감사하다. 노상 책을 보고 있으니 행복하다. 생각할 게 많아서 행복하다.

배우로서 보여줬던 얼굴 또 보여주는 게 무섭다. 어차피 비슷한 얼굴이지만 그래도 싫다. 이런 상황일 때 어찌 다르게 표현해야 시청자가 이전 드라마를 안 떠올릴까 굉장히 신경을 쓴다. 말 한마디도 다르게 하려고 애쓴다. 사람마다 같은 말도 다 다르게 말한다. "그랬어요?" 같은 말 다 다르게 한다. 그런 거 보면서 연기에 반영한다. 알아주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렇게 하려고 노력한다.

-- 노인들의 이야기지만 '디어 마이 프렌즈'가 젊은층에게도 인기다.

▲ 작가는 물론이고, 연출(홍종찬 PD)이 참 괜찮다. 음악했던 분이라는데 작가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걸 알겠더라. 낡은 걸 무지무지 싫어하는구나 느낀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을 이 작품 하면서 다시 생각해본다. 감독이 그러니 스태프도 좋다. 이런 말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참 깨끗하다.

이 팀은 배우가 대사를 뭉개도 그대로 살린다. 다른 드라마 같으면 다시 한번 하자고 하는데 이 팀은 안 그런다. 노인네들이 일상에서 하는 말이 그렇지 않나. 누가 매사 또박또박 말하나. 그런데 그렇게 좀 뭉개도 상황상 앞뒤를 보며 시청자는 다 알아듣는다. 그걸 또 제작진이 안다. 그래서 그 느낌 그대로 살린다. 다 연기 잘하는 사람들만 있으니 이거야말로 다큐 보는 듯 자연스러운 연기가 나온다. 작가도 대단하지만 연출의 힘이다.

노희경 작가가 "카메라가 배우들을 사랑하는 것 같아요"라고 했는데 그 말을 들으면서 '어떻게 이런 표현을 하지?'라며 놀랐다. 작가라서 그런가 싶었는데, 그렇게 보일 정도로 연출이 배우들을 살려준다.

그래서 이 촬영장이 반갑다. 연출을 보는 것도 반갑고, 배우들을 이틀 만에 만나도 반갑다. 그들을 만나면서 내 얼굴에서 반가워하는 표정이 나오는 걸 내가 알겠다.

김혜자와의 인터뷰는 쉼표 없이 길게 이어졌다. 노배우는 한번 말문이 터지자 끝없는 이야기처럼 계속해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야기를 토해냈다. 그러면서도 중간에 "근데 이게 뭐 얘기가 되나?"라고 묻기도 했다. 흐르는 강물 같은 이야기를 되도록 손대지 않고 일문일답으로 전했다.

그는 '디어 마이 프렌즈'를 만난 게 배우로서 축복임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시청자 역시 김혜자의 조희자를 잊지 못할 것이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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