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마프' 고현정의 대단한 민낯, 위대한 연기[윤가이의 별볼일]

뉴스엔 2016. 6. 26.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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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디어 마이 프렌즈' 속 고현정을 보다가 여러번 눈을 비볐다. 얼굴에 다크서클이 짙고 콧방울 언저리에 모공도 눈에 띄는 거다. 왜 저렇게 메이크업을 무성의하게 한건가, 촬영감독 미움이라도 샀나, 누구는 반사판 100장 대고 억지로 백옥피부도 만든다는데 참 용감하다... 괜시리 구시렁거리며 TV를 봤다.

여기엔 오류가 있다. 여배우라면 누구나, TV 드라마 속 여주인공이라면 당연히, '반드시 완벽한 풀메이크업 상태로 결점없이 예뻐야 한다'는 고정관념이다.

그래도 연예부 기자 노릇을 해 밥 먹고 사는 내가, 고현정의 민낯을 이토록 불경하게 받아들였다니, 순간 부끄러워졌다. 그러면서 또 핑계와 명분을 찾았다. 내 눈을 이렇게 만든 건, 세상에 그런 편견을 심은 건 너희 배우들 아니냐고. 샤워하고 잠드는 장면에서도 두꺼운 분칠에 속눈썹까지 장착한 나오는 여배우들이 널렸으니까. 정황상 전개상 누가 봐도 민낯이어야 하는 장면에서도 말이다. 하루아침에 부도를 맞고 길거리로 나앉은 신세가 돼도 옷과 가방은 명품이더라. 그렇게 인위적이고 이질적인 비주얼만 보여준건 TV 드라마와 배우들이 아니었는가 말이다. 워낙 화장발 연예인에 속아 산지 오래라, 고현정의 맨 얼굴이 '이상하다'고 느껴진 게 내내 마음에 걸렸다.

'디어 마이 프렌즈'가 어느덧 결말을 향하고 있다. 그런데 매회 꿋꿋한 고현정의 민낯이 자꾸 보다보니 그렇게도 좋을 수가 없다. 색조는커녕 기초공사조차 하지 않은 여배우의 용기란! 그 긴머리를 헝클거나 수건속에 싸매는 일도 다반사다. 그래서 고현정은 울어도 그 흉한 눈물자국이 안 보일 뿐더러 자연스럽게 눈가와 코끝이 새빨개지곤 한다. 그 자연스러움이 너무도 사랑스럽고 멋지다. 밤새 글을 쓰는 작가라는데 하물며 다크서클이 있어도, 리얼리티가 팍팍 산다. 드라마를 보면서 점점 무릎을 치게 됐다.

고현정은 극중 고두심의 외동딸로, 곧 불혹을 맞는 노처녀 작가 완으로 나온다. 완(고현정 분)은 연하의 애인 연하(조인성 분)와 가슴 아픈 사랑을 하고 있다. 과부로 자신을 키운 엄마, 장애인이 된 애인 사이서 번민과 갈등은 지극히 당연한 것. 뿐만 아니다. 엄마의 친구, 선후배들 사이에 이리 저리 끌려다니며 '꼰대'들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하는 신세. 결국 완은 엄마의 소원대로 이들의 얘기를 책으로 쓰기로 했다. 그러고 나니 더한 좌충우돌 우여곡절이 계속되고 있다.

'디어 마이 프렌즈' 속 완은 말하자면 화자(話者)의 입장에서, 꼰대들을 관찰하고 그들의 감정을 투영하는 유리의 역할을 한다. 결국 자칭타칭 국내 최초 시니어 드라마에서 고현정(완)이 해야할 몫은 딱 그만큼이다. 조인성과 러브스토리를 그리는 원톱 여주인공이 아니다. 노년의 선배 배우들과 어우러지고 그들의 에피소드 안으로 자연스럽게 스미는 일, 그것이 지금 고현정 아니, 완이 갖춰야할 미덕이다. 김혜자보다 예쁠 필요도, 고두심보다 화려하게 치장할 필요도, 나문희보다 곱게 보여야할 이유가 없다. 도리어 어른들을 빛내기 위해 존재하는 역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

그런데도 고현정은 빛을 낸다. 화려한 메이크업이나 의상에 기대지 않아도, 모든 걸 양보해도 스스로 색이 곱다. 역할에 맞는 설정이 민낯이라면, 그 장면에 최선이 산발머리라면 주저하지 않는다. 25일 방송된 14회에선 엄마의 암 투병 사실을 듣고도 순간 자신의 이기심을 마주했던 그가 스스로의 뺨을 때리며 자책하는 장면이 나왔다. 실로 대단한 연기, 거울 앞에 서서 수차례나 자신의 뺨을 철썩 후려갈기는 그 강렬한 장면은 그야말로 하이라이트였다.

내공이 굉장한 배우다. 꾸미거나 감추거나 치장하지 않는다. 오롯이 날 것의 연기를 선보인다는 평은 '디어 마이 프렌즈' 고현정에게 선사해야겠다. 정말 김혜자 고두심 나문희 박원숙 신구 주현 윤여정 등 쟁쟁한 고수들을 상대할 이는 오로지 고현정밖에 없었다.(사진=tvN)

[뉴스엔 윤가이 기자]
뉴스엔 윤가이 iss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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