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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예의 MLB현장] 쩔었던 오승환, 집중했던 이대호.

조회수 2016. 6. 27. 00:0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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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 웨인라이트가 오승환에게 “쩔어”를 외친 이유

웨인라이트, “nasty가 한국말로 어떻게 되지?”

구기환, “좋아. 좋아라고 하면 될 것 같아요.”

웨인라이트, “좋아? 음, 아니 아니 그렇게 평범하고, 모범적인 단어 말고, 비속어로 사용되면서 재미있는 단어로 알려줘.” (세인트루이스 선수들과 감독은 이미 좋아라는 한국말을 알고 있었다)

구기환과 오승환, “음.. 쩔어. 쩔어라고 하면 될 것 같아”

웨인라이트는 오승환의 구속을 한마디로 정의합니다. “쩔어”라고. 이전 칼럼에서도 다뤘듯, 오승환의 투구는 팀 내 동료들도 칭찬 일색입니다. 어디 동료뿐이겠습니까. 기록이 말해주고 있고, 매 경기 마운드에 오른 그의 모습이 팬, 언론, 구단(팀원)을 매료시키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웨인라이트는 오승환의 통역 구기환 씨에게 다가가 “Nasty”가 한국말로 어떻게 되는지를 물어봅니다. 투수가 뛰어난 투구를 보이면, "That was nasty"라는 표현을 하곤합니다. 한마디로 엄청나게 무시무시한 투구였다는 의미입니다.

웨인라이트는 오승환의 구질이 대단하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던 거죠. 통역 구기환 씨는 “웨인라이트가 ‘좋아’라는 단어는 너무 심심하다. 강하면서 재미있는 표현이 없느냐.”고 재차 물었다고 전했습니다. 옆에 있던 오승환과 고민 끝에 알려준 단어가 ‘쩔어’였습니다.

웨인라이트가 생각하는 오승환의 구위는 한 마디로 ‘쩔어’입니다. 구기환 씨는 “웨인라이트가 쩔어를 남발하고 있다. 이제는 또 다른 단어를 알려줄 때가 온 것 같다.”며 웃었습니다.



# 02. 쩔었던 오승환

이날 8회에 등판한 오승환은 다시 한 번 위력을 발휘했습니다. 1이닝 동안 1탈삼진 무실점으로 이닝을 종료했고, 14홀드를 기록했습니다. 이날 던진 패스트볼(6구)의 구속은 모두 95마일. 패스트볼이 95마일을 찍힌 상황은 여러 번 연출됐지만, 이처럼 연속으로 모든 직구가 95마일이 찍힌 건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처음입니다.

오승환은 “충분한 휴식을 취해서인지, 컨디션은 괜찮았다.”라며 구속이 좋게 나온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날씨도 좋아지고 있고, 시간이 지나면서 구속도 올라오는 것 같다. 하지만 구속이 다가 아니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물론 구속이 빨라졌다는 건 건 컨디션이 좋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기분 좋게 생각하고 있다.”

3-1로 리드한 상황에서 8회 오승환이 마운드에 올랐고, 무실점 호투로 이닝을 종료했습니다. 하지만 9회 마운드에 오른 로젠탈이 무너지면서 4-3 역전패를 당한 카디널스.

오승환은 “마지막까지 잘 이어져 승리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 하지만 이미 끝난 경기고, 내일 또 경기가 있다. 준비를 잘해서 내일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이날 경기 소감을 전했습니다.

경기가 끝난 후, 클럽하우스에서 오승환과의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 길. 로젠탈은 조그마한 사무실 책상에 홀로 앉아 있었습니다. 어두워진 안색. 축 처진 어깨. 그의 얼굴은 자신에게 화조차도 낼 수 없는 안타까운 표정이었습니다. 매서니 감독은 “카디널스의 마무리는 로젠탈이다.”며 힘을 실어줬지만, 지금 그 누구보다 본인이 제일 답답한 상황입니다.

웨인라이트는 오승환의 구위를 “쩔어”라고 표현하고, 매서니 감독은 “좋아”라고 표현한다.

이날 돌부처와 빅보이의 맞대결은 펼쳐지지 않았지만, 둘은 경기 전과 후에 만나 서로의 안부를 주고받았습니다. 그 어떤 만남보다 특별했던 상황. 한국, 일본에 이어 메이저리그에서 만난 두 사람은 “신기하다”는 말로 표현했습니다.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나와 훈련을 시작하기 1시간 전쯤 클럽하우스는 미디어에 개방합니다. 이 시간 동안 자유롭게 선수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데, 이대호는 오승환과의 만남을 기대하면서 지난 추억을 떠올렸습니다.

“승환이는 한국 프로, 일본 프로에서도 자주 만났고, 친해졌다. 나로서는 한국에서 던진 승환이의 직구가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일본 가서 다른 볼(컷 패스트볼)도 던지더니, 미국 오니 이상한 볼을 막 던지기 시작하더라. 슬러이더도 체인지업도 던지고. 얼마 전, 추신수와 맞대결할 때도 봤는데, 초구가 변화구였다. 이건 승환이 스타일이 아닌데, 준비를 철저히 해야겠다. (웃음)”

오승환 역시 이대호와는 편한 친구 사이임을 알리며, 둘 다 열심히 했기 때문에 이곳에서 만나게 된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일본에서도 시간 될 때마다 만났다. 밥도 먹고, 이야기도 많이 나눴는데, 미국에서 만나니 조금은 신기하기도 하고,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이런 무대에서 만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 03. 집중했던 이대호

“와, 오늘 한국 매체 많이 오셨네요.”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이대호와 취재진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기사를 위한 인터뷰부터 평소 지내는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 들까지. 그런데 어느 순간 목소리 톤을 낮춰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이대호의 라커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아오키.

아오키가 맥빠진 모습으로 의자에 앉아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내고 있었고, 이대호 통역 박대준 씨는 “아오키가 지금 트리플A행 통보를 받고, 짐을 꾸렸다.”라고 전했습니다.

문득, 이대호의 스프링 캠프 때가 생각났습니다. 초청 선수로 합류해 매 순간 긴장의 연속이었습니다. 이대호는 “도전하러 왔기 때문에 즐기면서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라며 애써 괜찮은척 했지만, 진짜 속내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결과에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습니다.

그때 당시 이대호가 통역 박대준 씨에게 가장 많이 했던 말. “집중하자. 형, 집중하자.”였습니다. 잠시라도 긴장의 끈을 놓고, 집중하지 않으면 마이너리그로 내려가야 한다는 의미였습니다.

이대호는 “나 역시 스프링캠프 때부터 불확실했다. 시즌 초반에도 조금만 못해도 마이너리그에 내려갈 수 있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더 집중하려 했고, 여기까지 왔는데, 마이너리그로 내려가는 게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 참, 이런 상황이, 분위기는 언제나 좋지 않다.”

이대호는 허벅지에 든 멍을 보여주며, 꽤 심한 부상이었지만 참고 경기에 임했음을 알렸습니다.

“얼마 전에 타구에 맞아 생긴 멍이다. 지금은 많이 흐려졌지만, 통증도 멍도 꽤 심했다. 내 상태를 본 트레이너는 2주 정도 쉬어야 하는 부상이라고 얘기했는데, 난 절대 아프지 않다며 경기에 계속 뛸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 상황에서 2주 쉬면 아예 못 올라올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대호는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그가 겉으로 보여주는 여유와는 또 다른 긴장감입니다. 그리고 그는 특유의 귀여운 웃음을 보이며 “절대 안 쉬죠. 쉬면 안 돼요”라며 강조했습니다.

아오키가 마이너리그로 이동하면서 시애틀 라인업에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입니다. 이날 경기만 하더라도 이대호는 스트레칭, 캐치볼을 마친 후에야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서비스 감독은 “아오키가 빠지면서 크루즈가 외야로 이동하고, 린드와 이대호를 함께 출전시키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다.”고 언급했습니다. 이대호에겐 중요한 기회가 될 시점. 언제나 그랬듯 기회만 주어진다면, 이대호의 타격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p.s 이날 경기 전 후로 오승환과 이대호를 취재하면서 크게 와 닿은 말이 있습니다. “서로 열심히 했으니까 이곳 메이저리그에서 만나게 된 것 같다.” 오승환, 이대호뿐만 아니라,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는 한국 선수들 모두에게 해당하는 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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